‘방공망 무력화’ 전자전기 국산화…대한항공 vs KAI 격돌
1조9000억 들여 전자전기 국산화 나서
대한항공·LIG넥스원 VS KAI·한화시스템
캐나다 제트기 G6500 플랫폼 개조 전망
2025-07-24 15:31:20 2025-07-25 11:49:46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미군에 의존하던 전자전기를 국산화하는 사업이 이달 말 시작됩니다. 전자전기는 전투기보다 먼저 적진으로 침투해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특수 임무기로 현대전의 필수 전력으로 꼽힙니다. 이번 사업은 미국 그라울러(EA-18G) 대신 ‘한국형 그라울러’를 개발하고, 시장 진출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국내 첫 전자전기의 전력화 사업의 수주를 따내기 위해 국내 방산업체들은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에 참여할 전망입니다. 
 
캐나다 봄바르디어의 G6500 비즈니스 제트기. (사진=봄바르디어).
 
24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이달 말 1조9206억원 규모의 한국형 전자전기 개발 사업 입찰을 공고할 예정입니다. 이르면 올해 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고, 2034년까지 4대의 전자전기를 제작해 군에 인도한다는 계획입니다. 먼저 기본형 모델(블록-1) 2대를 만든 뒤, 추후 2대는 성능이 향상된 개량형 모델(블록-2)로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시스템이 협력해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분야에선 대한항공과 KAI 모두 캐나다 항공사 봄바르디어의 G6500 제트기를 개조해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거론됩니다. 미 해군의 근접지원 전자전기는 F-18전투기를 기반으로 해 항속 거리가 짧습니다. 반면 제트기를 활용하면 항속 거리가 길어져 더 긴 시간 작전 수행이 가능합니다. 
 
KAI와 대한항공은 각각 국산 항공기 개발 및 체계 종합 역량과 군용기 개조·정비 역량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KAI는 회전익과 고정익을 모두 설계·양산한 경험이 있어 항공기 개조와 플랫폼 통합에서 독보적인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일례로 한국형 전투기 KF-21 개발 과정에서 AESA 레이더, 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EO TGP), 전자전 장비와 무장체계를 단일 플랫폼에 통합하고 실전 운용 환경에서 비행·사격 시험을 통해 성능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경우 40년 이상 축적된 군용기 개조 및 정비 경험이 강점입니다. 미군 A-10, F-4 전투기 등 6000여건의 창정비·성능 개량 사업을 수행해왔으며 최근에는 국군 주력 헬기인 UH-60 성능개량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체계 개발을 맡은 LIG넥스원은 고정익 내장형 초광대역 배열 송수신 기술, 실시간 광대역 다중위협 신호환경 모의기술, 전자주사식 레이더 대응 재밍 기술 등 미래 전자기전 플랫폼에 적용해야 할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고도화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KF-21 통합전자전장비, 차세대 함정용전자전장비, 잠수함용전자전장비, 신형 백두정찰기에 탑재될 전자정보 임무장비 개발 등을 수행 중입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47년간 지상, 공중, 해양영역의 전자기전 핵심기술을 축적해왔다”며 “항공기 구매 및 개조를 담당하는 대한항공과 한국형 전자전기 체계 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화시스템은 함정 전투체계와 대공방어체계 등 복합 플랫폼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기반의 정보 수집·탐지·식별·지휘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전자전 체계 개발에 특화된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시에 여러 방향에 전파 방해를 할 수 있는 재밍 신호 생성 기술을 갖췄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전자전기 사업 선행 과제로 추진한 ‘스마트 다중빔 고출력 송신장치’ 시제업체로 참여해 ‘디지털 기반 고출력 재밍 송신장치’를 개발 완료한 바 있습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국내 기술력으로 항공 전자전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을 노려볼 수 있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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