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부재 KAI…강구영 사장 시절 임원진 방만 경영에 불만 봇물
"문외한 낙하산 인사가 문제…잿밥에만 관심 있는 사장 이젠 그만"
2025-07-16 16:43:14 2025-07-16 17:57:24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사진=KAI)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강구영 전 사장의 조기 사퇴로 리더십 부재 상태에 빠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내부에서 임원진의 방만한 회사 운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어수선한 회사 분위기를 안정시키고, 항공우주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확대'와 '기술 개발'을 선도할 새 사장이 하루빨리 임명돼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성과 없는 임원에게 수억 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게시글은 KAI가 퇴사한 임원에게 2년간 수억 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미래 없다" 강구영 전 사장 시절 승진 임원 성토
 
작성자는 "성과도, 책임도 없는 임원이 공통직 수석보다 3배 이상 받으며 아무 일도 없이 떠나고도 돈을 받는 현실, 이게 정상이냐?"고 지적했습니다. 또 "출장 명목으로 여행다니고, 학연·지연으로 자리만 지키는 임원들, 회사를 놀이터로 착각하는 것 아니냐"고도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작성자는 "진짜 필요한 임원은 직급을 내려놓고 구성원과 함께 고민하며 성과로 증명하는 동료 같은 리더"라며 "지금 바꾸지 않으면 이 부조리는 계속된다. 그 수억원, 성과 낸 구성원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낡은 특권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게시글에는 '강 사장이 취임하면서 승진한 임원들 도대체 한 일이 뭐냐, 철없는 사장이 매일 해외 놀러다니고, 허황된 사업이야기 하면서 회사가 이렇게 망가질 때까지 누구 하나 나서서 직언하는 임원이 없다는 게 한심하다',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조용히 옷 벗고 2년 지원금 반납하고 퇴사해라', '사장, 임원, 경영진 때문에라도 그냥 사기업 됐으면 좋겠다. 이렇게 가다 진짜 미래가 없어', '신임 사장 오면 반드시 기존 임원 모두 교체해야 한다. 강 사장에게 직언 못하고, 회사 미래 생각하지 않고 본인 안위만…우리가 바꿉시다'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지난 5월 강구영 당시 KAI 사장이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에 참석해 말레이시아 정부 관계자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고 있다.(사진=KAI)
 
임원들의 높은 임금을 지적하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2023년 전무 7억2200만원, 강 사장 7억700만원'이라는 댓글에는 '비지니스 타고 출장 다니는 실장들 보면 정말 막장임', '회사가 이렇게 성장해오는 데 있어서 지금 임원들중 두각을 낸 사람이 누가 있나, 과연 그들은 무슨 성과를 냈나', 'KAI와 항공산업 발전에 기여해서가 아니라 그저 학연이나 권모술수에 뛰어나 줄 잘서서 된 거지', '오늘의 KAI가 있기까지 직책 욕심 없이 묵묵히 노력해온 선배들이 있다' 등의 의견이 달렸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이 게시물을 두고 "현재 KAI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항공우주산업 특성을 이해하는 전문가가 아닌 문외한들 낙하산으로 와서 줄 대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KAI에는 항공우주산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사업 기획과 전략적 사고 능력을 갖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글로벌 시장 확대와 기술 개발 선도할 리더십 시급
 
이런 상황에서 차재병 부사장 체제의 리더십 부재를 해결하고 KAI를 미래 성장 동력인 항공우주산업의 핵심 기업으로 확고히 해야 할 차기 사장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다만 차기 사장을 인선하는 절차는 좀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 윤희성 행장의 임기가 오는 26일로 끝나는 데다 KAI 사장 선임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는 국방부 장관이나 방위사업청장 등의 임명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선 수출입은행장임명 후 KAI 사장 추천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사회의 후보 추천과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KAI의 리더십 부재 상태는 상당 기간 유지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기 KAI 사장 하마평은 계속 나오고 있고, 노조는 거론되는 인사들과 관련해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총력 투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현재 차기 KAI 사장 후보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은 류광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과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입니다. 이들과 함께 유력 후보로 언급되던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은 최근 한 공개 석상에서 KAI 사장직에 관심이 없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류 부사장은 KAI에서 부사장까지 지낸 항공우주 전문가하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형 전투기 KF-21과 경공격기 FA-50 개발에 참여한 엔지니어입니다. 다만 KAI 노조는 류 부사장의 복귀 시도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류 부사장이 KAI 재직 당시 KF-21 공식행사장에서 유럽산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인 '타우러스'를 홍보해 논란을 일으켰고, 퇴직 이후 한화로 이직해 KAI 출신 핵심 기술 인력들의 한화 이직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왔다는 게 노조의 주장입니다. 
 
차기 KAI 사장으로 거론되는 문승욱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문 전 장관은 산업부 관료 출신으로 10여년 전 방사청 한국형헬기사업단, 민군협력부장, 차장 등을 역임한 인물입니다. 최근에는 삼성 E&A 사외이사와 법무법인 율촌 고문으로 재직하며 기업 법률 자문 분야에서의 경험을 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산업 정책에 대한 이해는 높다는 평가도 있지만 KAI 사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하기 위한 항공기에 대한 이해부족과 대규모 조직 운영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합니다.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이 경상남도지사 시절 경제부지사로 영입하는 등 각별한 인연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군 출신인 강 전 사장에 대한 비판적 시각 때문에 잘 부각 되진 않지만 공군소장 출신으로 김도호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도 사장 하마평에 오르내립니다. 김 전 이사장은 군인공제회 이사장 재임 당시 전임자가 매수한 부실 부동산 자산을 과감히 매각해 70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확보하고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등 20조원 가량의 자산을 운용하는 군인공제회의 재정 건전성 확보와 수익률 제고에 탁월한 성과를 보여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역대 이사장 중 최고 수준의 글로벌 시장 투자를 포함한 공세적인 투자로 큰 수익을 거두며 경영자로서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또 김 전 이사장은 대령 시절 공군본부에서 전력 업무를 맡으며 FA-50 120대 소요제기와 T-50B 10대의 소요제기 하는 등 항공 방산 관련 경험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내부에선 KAI 출신 중 신망 높은 인사 필요성 제기
 
박재점 전 부사장, 문석주 전 전무, 김준명 전 한국항공서비스 대표(전 운영그룹장) 등 전직 KAI 임원들도 후보군으로 거론됩니다. 오랜 기간 KAI에 몸담았던 만큼 항공우주산업과 회사 내부에 대한 이해가 높은 게 장점입니다. 특히 박 전 부사장은 'KAI의 전설'로 통할 만큼 직원들의 신망이 높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KAI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깊은 인상을 남긴 분"이라며 "삼성항공 출신답게 전형적인 '삼성 임원' 스타일로 전략적 마인드를 가지고 이른바 '월화수목금금금'을 신명나게 일하는, 조직에 대한 충성도 높은 인물"이라고 평했습니다. 회전익 사업을 담당했던 문 전 전무와 KAI의 대표적이 전략통으로 통하는 김 전 대표도 내부적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차기 사장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KAI 안팎에서는 차기 사장은 항공우주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낼 전략적 마인드와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AI 관계자는 "잿밥에만 관심 있는 인물 말고, 대한민국 우주항공산업의 특성을 가장 잘 아는 경영 전문가가 사장이 돼야 한다"며 "KAI를 잘 알면서도 전략과 기획에 능통하고 경영의 ABC를 아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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