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보단 집값 잡기?…한은, 기준금리 동결
2025-07-10 16:09:03 2025-07-10 16:14:54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재 연 2.50% 수준으로 동결했습니다. 지난 금통위 때만 해도 금리가 더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이재명정부가 대출을 조이며 집값 잡기에 나선 상황인 만큼 동참하는 모양새입니다. 부동산 가격과 가계대출이 안정 국면으로 돌아서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보는 만큼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당분간 대출금리 인하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새 정부의 추경 집행과 함께 최근 가계대출 대책을 발표하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경기 부양보다 가계부채 억제 무게
 
한은 금통위는 10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금리 동결 배경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 불균형 우려를 꼽았습니다. 금통위원 전원이 주택시장 과열을 가라앉히고 최근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 효과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금리 동결에 전원일치 의견을 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6·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을 중심으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6억원 넘는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고 다주택자는 주담대를 받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대출 수요를 부추길 수 있어 정책 효과가 반감할 수 있는 만큼 금리를 묶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은은 이달 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와 2차 추경 효과 등을 살펴보며 속도 조절에 나설 전망입니다.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가 이달 열릴 예정인 가운데 기준금리를 동결할 경우, 한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 이탈과 환율 불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4일 국회를 통과한 2차 추경도 한은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정부가 재정정책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한은도 더 여유를 갖고 인하 시점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차 추경의 효과는 5월 전망에 이미 포함돼 있고 2차 추경 효과는 오는 9월께 나타날 예정이라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낮은 경제성장률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등 부정적 변수가 남아 있어 올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부분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 안팎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미국은 우리나라에 평균 15% 내외 관세를 부과하겠다 가정한 바 있는데요. 이대로 관세를 강행할 경우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관세뿐만 아니라 건설기성과 건설수주가 5월에도 역성장하는 등 건설을 중심으로 내수 경제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4명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습니다. 일단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고 향후 미국과의 관세 협상의 진전, 정부의 부동산 대출 관리 정책 효과 등을 살펴보며 입수되는 데이터를 보며 금리를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올해 한은 금통위는 8월과 10월, 11월 총 세 차례 남아 있습니다. 
 
가계대출 금리 인하 난망
 
가계대출과 부동산 가격이 안정돼야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은행 대출금리도 당분간 내려오지 않을 전망입니다. 은행들은 정부의 가계대출 대책에 따라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50% 감축해야 합니다. 이에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축소해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 대출금리 상승분이 쉽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란 입장입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는 지난달 공시 기준 연 2.63%로 금리 인하 직전인 8월 3.42%에 비해 떨어졌습니다. 금융채 5년물 금리도 같은 기간 연 3.21%에서 2.87%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통상 기준금리와 지표금리가 내려가면 대출금리가 내려가야 하는데 대출금리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7일 기준 5대 은행 금융채 5년 고정형 주담대 평균금리는 4.5%로 4%대 중반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정부 대출관리 규제 강화에 따라 가계대출을 관리해야 하지만 증가세가 잡히지 않다 보니 어쩔수 없이 대출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정부가 발표한 규제에 은행들이 할 수 있는 대출 문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다 들어가 있고 할 수 있는 거라곤 대출금리 인상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 제한 등 몇개 남아 있지 않다"며 "애초 기준금리를 결정한 직후에 대출금리로 바로 적용이 되지 않는 만큼 좀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으나 0%대로 추정되는 올해 낮은 경제성장률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등 변수가 남아있어 향후 추가로 기준금리 인하를 할 수 있단 의견도 제기된다. 사진은 남산에서 서울 시내 한 아파트가 보이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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