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5월 금리 인하 이후 열린 올해 하반기 첫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경기는 어렵지만 서울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이 치솟고 가계대출이 한 달만에 6조원 이상 불어나면서 금융 안정 우려가 커진 것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은 금통위는 10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동결은 가계 부채 급증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가 주원인입니다. 한은이 지난달 말 펴낸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서울 주택매매가격은 2023년 1월부터 2025년 4월까지 16.1% 상승한 반면 비수도권은 1.7% 하락했습니다. 특히 최근 서울 강남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0.7%로 연율 기준 30%에 육박했습니다.
이 같은 부동산 시장 과열은 금리 인하에 따른 금융 불안 재확산 우려를 확산시킵니다. 실제로 한은이 계산한 서울 주택시장 위험지수는 올해 1분기 0.90으로 상승했는데요. 이는 2022년 1분기(0.99)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게다가 주택담보대출 6억원 제한 규제와 이달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으로 '대출 막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6조2000억원 늘어난 1161조5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2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한데다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한 겁니다.
또한 이재명정부가 출범 이후 강력한 부동산 대출 규제를 내놓는 등 가계대출을 강력하게 잡으려는 기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시장에 혼선이 생길 수 있어 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와 불안정한 환율도 기준금리 동결 배경으로 꼽힙니다. 미국은 최근 한국에 25% 상호관세 부과를 통보했는데요. 이로 인해 원달러환율이 1370원 후반대까지 증가하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한은은 지난 5월 금통위에서 국내 경제 성장률을 올해 1.5%에서 0.8%로, 내년 1.8%에서 1.6%로 하향 조정하면서 기준금리 0.25%p 인하를 단행한 바 있습니다. 당시 금통위는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게 적절하다"며 인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시장은 다음 금리 인하 시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1년에 8번 열리는데 이번 금통위 이후엔 8월과 10월, 11월 등 세 차례 남아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