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폭염과 함께 시작된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도 본격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가 환전을 거쳐야 하는데요. 목적지가 일본, 중국이 아닌 이상 일단 달러 환전은 필수입니다. 동남아로 휴가를 떠나도 현지에서 달러를 해당국 통화로 환전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엔 일부 증권사들이 은행과 손잡고 인출 서비스를 시작해 주식계좌의 달러 예수금을 꺼내 쓸 수도 있게 됐습니다.
해외주식 예수금을 휴가 경비로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이 KB국민은행과 협업해 외화 인출 서비스를 곧 시작합니다. 키움증권에서 달러를 환전해 해외주식에 투자하고 있거나 외화 예수금으로 보유 중인 투자자라면 이 돈을 KB국민은행 창구에서 현금으로 찾아 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0.5%의 수수료는 내야 하지만, 원화를 은행에서 환전하는 것보다 수수료를 아낄 수 있을 전망입니다. 키움증권과 KB국민은행의 협업 서비스는 일단 미국 달러(USD), 유로(EURO), 엔화(JPY) 등 3종으로 시작합니다.
증권사와 은행의 협업은 지난 2023년 7월 기획재정부가 증권사(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게도 개인과 기업 고객 대상 일반환전 업무가 가능하도록 외국환 거래 규정을 신설, 인가를 통해 자격을 준 결과인데요. 일반환전 자격을 인가받은 첫 증권사가 키움증권입니다. 지난 3월 기업 일반환전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일반인 대상으로 환전서비스를 확장한 것입니다.
덕분에 키움증권을 이용하는 서학개미들은 따로 환전할 필요 없이 증권계좌에 예치된 외화 예수금을 은행에서 인출해 해외여행 경비로 쓸 수 있게 됐습니다.
한 가지 감안할 것은, 원달러환율이 1400원대 영역일 때 환전해서 보유하던 예수금을 인출해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현재 환율과의 차액만큼 손실(환차손)을 확정하는 것이란 사실은 명심해야 합니다.
해외여행 시 달러, 유로, 엔의 경우 은행 앱을 통해 환전하는 것이 좋지만 동남아 등은 국내에서 달러로 환전한 뒤 해당국 현지 환전소에서 바꾸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사진=pixabay)
달러·유로·엔 환전, 은행 앱이 최고
증권사에 외화 예수금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달러, 유로, 엔 등 주요 통화는 은행에서 환전하는 것이 가장 유리합니다. 단 무작정 은행 창구로 가서 환전할 게 아니라 은행 앱에서 환전 서비스를 이용해 미리 환전한 후 지점을 방문해 수령하는 것이 환전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시중은행들은 환전할 때 1.75% 정도 환전수수료율을 적용합니다. 원달러환율이 1350원이라면 23.6원입니다. 은행 앱으로 환전을 한다면 여기에서 80~90% 우대수수료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90% 우대라면 2.3원입니다. 1달러를 환전한다면 매우 적은 비용이지만 1000달러라면 2만원 넘는 비용 차이가 발생합니다.
우대수수료율도 KB국민은행처럼 앱에 로그인하고 환전한 고객은 90%, 로그인하지 않은 고객은 80%로 차등 적용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미국 달러는 90% 우대율을 적용하지만 유로와 엔은 80%, 위안화는 50% 등 통화별로 우대율이 다르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물론 은행 앱에서 환전하는 경우도 앞서 증권사 예수금을 은행에서 인출할 때 적용하는 0.5%에 비하면 많습니다. 원달러환율 1350원 기준, 1000달러를 은행 앱에서 90% 우대받아 환전할 때 드는 비용은 2만3600원이지만, 키움증권 예수금 1000달러를 국민은행에서 인출하는 경우엔 6750원만 내면 됩니다.
서학개미라면 이 서비스를 당장 이용하고 싶을 텐데, 선발주자인 키움증권도 아직 서비스를 언제 시작할지 날짜를 못박아두진 못했습니다. 이달 중에 늦어도 8월에 휴가 계획을 잡은 고객들은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른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이에 동참할 예정인데요. 아무래도 올여름에 이용하기엔 시간이 촉박해 보입니다.
동남아, 100달러권 준비해 현지 환전소에서
여름 휴가객들은 여행비용 부담이 적은 동남아를 많이 찾고 있는데요.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을 찾는 여행객의 경우 국내에서 해당국 통화로 환전하는 것보다는 미국 달러를 가져가 현지에서 환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두 번 환전해야 해 번거롭지만 이렇게 해야 환전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태국이나 베트남 등은 주요 도시마다 유명한 민간 환전소들이 있습니다. ‘경기도 다낭시’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베트남 다낭만 해도 국내 포털에 검색해 보면 수수료가 저렴한 환전소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요즘 인기 있는 나트랑이나 푸꾸옥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개 현지의 대형 금은방이 환전 명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관광객이 많이 드나드는 이런 곳에선 5만원권도 환전해 주지만, 달러에 비해 환전소 몫으로 떼어가는 수수료가 더 많습니다. 따라서 국내 시중은행 앱에서 100달러권으로 환전한 뒤 현지 환전소에서 다시 동화로 바꾸는 게 가장 유리한 방법입니다. 화폐가 깨끗할수록 선호한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은행들이 여행자 체크카드(트래블카드)를 선보이면서 현금 대신 카드를 이용하는 경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원화를 외화로 환전한 뒤 전용 외화통장에 예치해놓고 해외에서 결제하거나 현금인출기(ATM)에서 인출하면 국내 외화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방식인데요. 외화 환전시 수수료 무료 혜택이 있어 이용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다만 외화를 원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선 토스뱅크를 제외하고 환전수수료를 받습니다. 신한SOL트래블, 우리위비트래블카드, NH트래블리는 0.5%, 하나트래블로그, KB트래블러스는 1.0%를 적용 중입니다. 또 트래블카드를 쓸 수 있는 현지 가맹점이 늘고 있다고 해도 아직은 그 수가 많지 않고 ATM기 찾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어서 현금을 쓰는 것이 편리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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