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외형 성장에도 감사 전문성 뒷전
2018년 '1조 클럽' 입성…작년 역대 최대 규모 매출
감사위원회 없이 상근감사 1인…회계·재무 비전문가
2025-06-17 16:09:21 2025-06-17 16:09:21
대웅제약 사옥 (사진=대웅제약)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2018년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을 넘긴 대웅제약(069620)이 내부 감사에선 다소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내부감사기구를 설치해 운영 중이긴 하지만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상근감사가 회계·재무 전문가가 아닌 탓입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웅제약 자산총액은 작년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1조9770억원입니다. 최근 3년간 추이를 보면 자산총액은 2022년 1조3740억원에서 이듬해 1조5657억원으로 해마다 2000억원가량 불어났습니다.
 
상승곡선을 그린 지표는 자산총액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연도별 사업보고서를 보면 대웅제약 매출은 우상향했습니다.
 
대웅제약 매출이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인 시점은 2018년입니다. 지난 2017년 9603억원의 매출을 올린 대웅제약은 이듬해 1조314억원을 기록하면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1조 클럽은 연매출 1조원을 넘긴 제약기업을 아우르는 말입니다. 통상 높은 시장 경쟁력과 안정된 재무건전성의 바로미터로 평가됩니다. 2018년 1조 클럽에 입성한 대웅제약은 2019년에도 1조1134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성장 동력을 유지했습니다.
 
2020년 매출은 1조554억원으로 다소 주춤했습니다. 메디톡스(086900)와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분쟁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으로 번지고, 전문의약품 주력 제품인 '알비스'가 판매 금지 상태에 놓이면서 비경상적 비용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2021년 대웅제약 매출은 1조1530억원으로 2019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2022년과 2023년 매출은 각각 1조2800억원, 1조375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매출은 1조4227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습니다.
 
대웅제약 자산과 매출이 동반 증가하면서 외형이 확대된 반면 내부감사에선 이렇다할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상장기업의 기업경영 투명성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기구는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입니다. 감사위원회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적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견제합니다.
 
상법 제542조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에 감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했습니다. 대웅제약의 자산총액은 2조원을 넘기지 않아 감사위원회를 꾸릴 의무에서 자유롭습니다. 다만 자산총액 1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에 설치를 권고한 감사위원회 모범규준에는 들어맞지 않습니다.
 
내부감사기구에 회계·재무 전문가 부재
 
대웅제약은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현재 당사는 감사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고 있지 않으며 상근감사 1인이 감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상근감사는 이건행 법무법인 에이펙스 대표입니다. 이 감사는 지난 2021년 최초 선임됐고, 작년 3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이 감사는 대웅제약 감사직을 맡기 5년 전인 2016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주사 대웅(003090)의 사외이사로 선임됐습니다. 대웅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난 시기는 2021년 3월입니다. 대웅제약 감사 부임 시점과 겹치죠.
 
법률 전문가인 이 감사가 대웅제약 내부감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건 감사위원회 설치 기준을 자산총액 2조원으로 정한 상법 덕분입니다. 상법 제542조에 따라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전문성 확보를 위해 회계·재무 전문가를 1명 이상 선임해야 합니다.
 
대웅제약은 자산총액이 2조원을 하회하는 만큼 감사위원회 설치는 물론 회계·재무 전문가 감사위원 선임 의무 조항의 영향을 받진 않습니다. 대신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에선 상근감사의 전문성 부재 지적을 피해갈 순 없었습니다.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는 주주와 이해 관계자들에게 기업 지배구조 현황을 투명하게 전달하기 위한 자료입니다. 보고서 작성 대상은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기업입니다. 핵심지표는 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및 운영 등 총 16개입니다.
 
대웅제약은 지난 2일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를 공시했습니다. 대웅제약은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내부감사업무 지원 조직)를 설치해 운영 중이지만, 내부감사기구에 회계·재무 전문가를 두진 않았다고 보고했습니다. 보고서를 제출한 14개 기업 중 내부감사기구에 회계·재무 전문가가 없는 곳은 대웅제약을 포함해 두 곳뿐입니다.
 
대웅제약은 보고서에서 "이 감사는 법률 전문가로서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데 충분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되나 회계, 재무 전문가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사업보고서에는 "감사는 이사회에 참석해 독립적으로 이사의 업무를 감독할 수 있으며, 제반업무와 관련하여 장부 및 관계서류의 제출을 행당부서에 요구할 수 있다"면서 "필요 시 회사로부터 영업에 관한 사항을 보고 받을 수 있으며, 적절한 방법으로 경영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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