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고물가 현상이 연말까지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이 제기됩니다. 오랜 시간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이어진 데다, 고환율 기조 장기화, 정국 불안, 식품업계의 릴레이 가격 인상 등 물가 불안을 야기하는 추가적 요인들이 줄줄이 산적해 있는 까닭입니다. 무엇보다 연초부터 전방위적인 먹거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며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도 점점 한계치에 도달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12월 1%대를 유지했지만 올해 1월 2.2%로 올라선 상황인데요. 이후 △2월 2% △3월 2.1% △4월 2.1%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2%대를 나타냈습니다.
특히 지난달의 경우 민생과 깊은 연관이 있는 먹거리 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습니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수산물과 축산물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 1.5% 올랐는데요. 이 중 축산물의 경우 도축 마릿수 감소, 수입 돼지고기 상승 영향으로 4.8% 상승하며 2022년 7월(6.1%) 이후 33개월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습니다. 또 수산물은 어획량 감소 등 여파로 6.4%를 기록, 2023년 3월(7.4%)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아울러 최근 식품업계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줄인상에 나선 가운데, 지난달 가공식품은 4.1%나 급등하며 2023년 12월(4.2%) 이후 1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가공식품은 지난달 평균 물가를 무려 0.35%포인트나 끌어올렸습니다. 또 서비스 물가가 2.4% 올랐는데, 이 중 외식 물가는 3.2%나 뛰며 작년 3월(3.4%) 이후 13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습니다.
문제는 물가와 연관이 깊은 원·달러 환율도 요동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환율 폭등은 수입물가를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연결되는 경향을 보이는 탓인데요.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400원 안팎 수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작년 9월만 해도 1300원대 초반 선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올 들어 정국 불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당선 등 이슈로 1400원 후반대까지 치솟은 적도 있을 만큼 단기간 내 진폭이 매우 커, 향후 안정세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물가 불안 하반기에도 지속…정부 차원의 수급 안정 방안 절실
(표 제작=뉴스토마토)
전문가들은 물가 불안이 최소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아울러 현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먹거리 근간인 농·축·수산물 수급과 관련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인데요.
정원호 부산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최근 농산물 가격 상승에는 자연재해와 같은 기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 점이 크다"라고 짚었습니다.
정 교수는 "농산물은 생산 기간이 길고 단기간에 공급이 늘어날 수 없는 특성을 지닌다. 정부의 수급 조절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자연재해에 대비한 방재시설 구축, 농작물 재해 보험 확대, 수입선 다변화, 비축 시스템 강화 등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역시 "농·축·수산물은 소비자가 소비를 줄이기 어려운 품목이다. 특히 농식품, 신선식품의 수급 안정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이들 품목의 수입이 어려운 경우, 수급 불균형 시에는 정부가 할당 물량을 조절하는 등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음 달 초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재정 확대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 지원금 등 현금성 지출이 재개될 수도 있는데, 이는 원화 유동성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 있는 요소"라고 관측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재정 정책을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물가 문제는 단순히 금리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고 대응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먹거리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식품업계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은희 교수는 "가뭄, 폭우 등 기후 요인에 따른 원재료 수급 불안정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부 식품의 경우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음에도 특정 국가의 기후 문제를 핑계로, 식품 기업들이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하는 것은 분명 문제"라고 진단했습니다.
이 교수는 "물가 상승 흐름에 편승해 필요 이상으로 가격을 올리는 꼼수 인상은 소비자 신뢰를 저해해 근절돼야 한다"며 "정부는 소비자 단체와 협력해 기업들의 가격 인상을 자제시키는 부분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만약 가격 인상이 필요할 시에는 조직 간 사전 협의를 거치고, 이에 따른 공감대와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신선식품 매대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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