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잿빛 전망…수출·내수·생산·투자·채산성 '뚝'
2분기 시작 4월, 제조업 악화 예상
대규모 관세 발효·민감 국가 '불확실성'
더티15개국→강간과 약탈, 발언 수위↑
"한미 합작법인 설립 전략…국제협력 리더십↑"
"내수, 탄핵 등 정치 상황은 '변곡점'"
2025-03-23 11:00:00 2025-03-23 11:00:00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달을 거듭할수록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제조업에 잿빛 전망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2분기 시작점인 4월 전망이 암울하기 때문입니다. 수출 내수를 비롯해 생산, 투자, 채산성 전망이 부정적인 데다, 자동차, 기계, 철강, 섬유, 가전, 바이오·헬스 등의 업종 둔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4월2일 예고된 미국발 대규모 관세 발효와 미국 에너지부(DOE)의 민감국가 지정 등 복합 위기가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23일 산업연구원(KIET)의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를 보면, 4월 제조업 업황 PSI는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한 99로 전망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내달 업황 '악화' 전망
 
23일 산업연구원(KIET)의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를 보면, 4월 제조업 업황 PSI는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한 99로 전망됐습니다. 이는 지난 2월 97에서 이달 101까지 상향을 예측했으나 또다시 기준치(100)를 하회했습니다. 0~200의 범위에서 200에 가까울수록 전월 대비 개선 의견을, 0에 근접할 경우에는 악화를 의미합니다. 
 
특히 수출(96)과 내수(91)는 3개월 만에 기준치를 하회했습니다. 내수의 경우는 -2포인트 감소한 수출보다 하락 지수(-11)가 컸습니다.
 
생산수준은 97로 전월보다 5포인트 감소한 PSI를 기록했습니다. 투자액(92), 채산성(91)도 기준치 밑에서 전월보다 7포인트씩 줄어든 전망치를 내놓고 있습니다. 재고수준을 바라보는 PSI(112)는 기준치를 넘겼으나 전월보다 5포인트 감소를 내다봤습니다.
 
업종 유형별로는 정보통신기술(ICT)부문(109)과 소재부문(103)이 기준치를 동반 상회한 반면, 기계부문(89)은 전월에 이어 100을 여전히 하회했습니다. 기계부문은 3개월 만에 하락 전환으로 -7포인트 감소 전망을 내놨습니다.
 
세부적으로는 반도체(105), 화학(121), 조선(100) 업종의 상승을 예상한 데 반해 철강(89), 자동차(83), 가전(90), 바이오·헬스(90) 등 다수 업종들이 하락할 것으로 봤습니다. 이는 2분기 시작점인 4월 전망이라는 점에서 갈수록 하방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는 방증입니다. 
 
 
지난 3월12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발언 수위 높이는 미…단기 피해 불가피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년 동안 우리는 우리나라가 강간과 약탈을 당하도록 허용했다"는 수위 높은 표현으로 4월2일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거듭 밝힌 바 있습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의 '더티15개국(Dirty·지저분한 15개국)' 발언에 이어 더욱 격앙된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겁니다. 우리 정부도 수출 여건을 점검하는 등 통상정책의 적극적인 대응을 공언하고 있지만 우리 산업계의 단기적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양주영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상전략연구실장은 공동정책포럼을 통해 "대미·대중 수출 비중이 높고 캐나다 및 멕시코를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한국 산업의 현재 글로벌가치사슬 구조상 단기적으로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관세 인상 및 반덤핑 조치 강화 등으로 인한 수출 감소·가격 경쟁력 약화, 미국 내 생산 시설 없는 기업들의 불이익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미 제조 생태계 공백을 고려한 한·미 간 전략적 밸류 체인을 구축해야한다"며 "미국 현지 한·미 합작 생산 시설 설립 및 미 기업과 지분 참여형 합작법인 설립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지난 3월12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들이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신 기회 찾아야…내수, 정치 상황 변곡점"
 
최준 한국은행 조사국 거시분석팀 과장은 "최근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증대로 상품교역이 이전처럼 빠르게 증가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서비스 수출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성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제협력 내 한국의 독자적 역할·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이 다자 협력에서 후퇴하는 상황에서도 주요 국제기구(UNFCCC, WHO, GCF 등) 내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며 정책적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한국이 독자적인 외교적 기여를 확대하면 글로벌 협력 체제 내 신뢰받는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으며, 관련 산업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에너지부가 지정한 민감국가 문제도 해결할 중대 과제입니다.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조속히 문제 해결 협력에 합의한 상황입니다.
 
최근 피너클 가제트(The Pinnacle Gazette) 측은 "민감 국가 지정을 양국 관계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양국 관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은 미국과의 면담에서 민감 국가 지정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면서 이를 양국 간의 소통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내수와 관련해서는 정치 상황이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노무라 측은 "탄핵이 결정될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추가경정예산·기준금리 인하(5·7월 각 25bp)를 예상한다. 탄핵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은 30~40%로 이 경우 추경 편성 가능성은 축소되고 기준금리는 현재 2.75%에서 2% 혹은 그 이하로 인하될 전망"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