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금융투자업계가 개인의 장기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상법 개정, 연금개혁 등을 통해 장기 투자 문화가 자리잡으면 자본시장도 자연스레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오기형 코스피5000시대위원장은 29일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현장 정책경청 좌담회'에서 "세수 여건이 녹록지 않지만, 분리과세나 장기 투자 인센티브는 충분히 검토하고 있다"며 "시장 참가자들과의 연속적인 논의를 통해 실현 가능한 방안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과거 정부의 밸류업 정책은 의도는 좋았지만 강제력과 이행 구조가 약했다"며 "이번에는 실효적 제도 설계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행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상법개정안 재추진, 코스피 5000 달성 등 자본시장 활성화 공약을 내놓은 가운데 자본시장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장과 오기형 코스피5000시대위원장,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실무자 1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특히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개인의 장기 투자를 촉진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주환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본부 과장은 "고객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주식은 점점 사라지고, 미국 주식이나 국채로만 구성되고 있다"며 "낮은 배당 성향, 공매도 논란, 일관성 없는 정책 메시지가 국내 주식을 장기투자 자산으로 신뢰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장기 보유에 대한 세제 혜택이나 연금계좌 내 국내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같은 실질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여의도금융센터에서 대주주 및 법인관리를 맡고 있는 이상윤 차장은 "대주주나 외국인이 지분을 매각하려고 할 때 사전 공시나 내부자거래 이슈에 걸려 거래가 막히는 경우가 많다"며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시장에서는 신규 투자를 유도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과거에 수천억원을 굴리던 개인 투자자들도 '이젠 한국 시장에서 살 게 없다'며 떠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낮은 배당 성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과 함께 장기 간접투자 활성화를 위해 세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박영훈 신영자산운용 배당가치본부 팀장은 배당소득 과세 문제를 지적하며 "배당에 종합소득세율 49.5%를 적용하는 건 장기 투자 인센티브를 정면으로 거스른다"며 "배당을 확대하려는 대주주도 높은 세율 때문에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낮은 배당 성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이란 건 시장의 공통된 인식”이라며 "분리과세 도입은 단순한 당근책이 아니라 구조적 개혁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양승후 하나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공모펀드 시장은 지난 20년간 사실상 정체돼 있다"며 "지금 같은 세제 구조로는 장기 간접투자가 확대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서울 아파트 값은 3배 넘게 올랐는데, 주식형 펀드의 세제 혜택은 10년 전과 똑같다"며 "상대적 역차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또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펀드 세제 확대, 공모주 하이일드펀드의 분리과세 재도입 등이 동시에 추진돼야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웅배 마이다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과장은 "기업이 단기적 주주환원을 우선시해야 하느냐, 아니면 미래 투자를 위해 유보를 선택해야 하느냐의 갈등 구조가 분명 존재한다"며 "지속가능한 정책 설계를 위해선 이 둘 간의 균형점과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는 또 "지수 추종 자금의 왜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가치지수, 밸류 지수 설계에 있어 업계의 충분한 참여와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증시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유동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박영수 VIP자산운용 부사장은 "한국 자본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이 돌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증시 활성화 없이는 소비도 투자도 회복되지 않는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대기업 중심의 수익 구조가 지역경제나 중소기업 일자리로 연결되지 않는다"며 "지속가능한 자본흐름을 위한 금리·세제·지배구조 삼중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부사장은 대통령 직속의 '자본시장 전략위원회' 신설과 같은 정책 실행력 확보를 위한 구조 개편 등의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김병욱 민주당 금융·자본시장위원회 위원장은 이에 대해 "기금화된 연금, 특히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자본시장 수요 기반 확대의 핵심"이라며 "보험료율 인상과 디폴트 옵션 도입은 시장에 엄청난 수요 기반을 형성할 수 있다"고 화답했습니다. 그는 "단순히 주가를 올리자는 것이 아니라, 장기투자가 가능한 구조와 신뢰 기반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9일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현장 정책경청 좌담회에서 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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