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 눈치에 '침묵'…이재명도 김문수도 '여가부' 모르쇠
이준석, 2030 남성 겨냥…여가부 폐지 공약
페미니스트 권영국, '성평등부로 확대' 공약
2025-05-27 17:42:17 2025-05-27 17:43:06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이재명 민주당·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이대남(20대 남성)' 눈치를 보며 젠더 이슈에 침묵하고 있습니다. 두 후보 모두 여성 정책 공약을 내놨지만, 정작 여성가족부에 대한 언급은 피했습니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2030 남성 지지층을 겨냥해 여가부 폐지를,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성평등부'로 확대를 공약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젠더 이슈에 침묵하는 여야 대선 후보들에 대해 "정치권이 앞장서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27일 지적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논란 예상되면 침묵"…NYT조차, 여성공약 찬밥 '지적'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한국 대선 후보들이 젊은 남성층의 표를 얻으려고 여성 공약을 소극적으로 밝히거나 논란이 예상되는 사안에 침묵을 지킨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윤석열씨 탄핵 집회에서 가장 많이 보였던 연령대가 20대 여성이라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탄핵 이후 여성들이 바랐던 변화는 이번 선거에서 실현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썼습니다.
 
NYT의 지적은 거대 양당 후보가 '여가부'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과 연결됩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이 안전한 나라'를 내걸고 여성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교제폭력 범죄 처벌 강화가 골자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연인이나 배우자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교제폭력은 여전히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강력범죄나 보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예방 중심의 체계적 교육을 강화하고 불법촬영물의 삭제와 수사, 법률·의료지원이 원스톱으로 가능하도록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협력체계를 고도화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 충분한 예산과 전문 인력 확보를 다짐했습니다. 이 외에도 여성 안심 주택 확대, 디지털 성범죄 인공지능(AI) 모니터링 강화 등을 공약했습니다.
 
김 후보는 지난 20일 '여성이 빛나는 나라'를 주제로 공약을 내놨습니다. 이재명 후보와 마찬가지로 교제폭력·스토킹범죄·가정폭력 등 각종 폭력피해 보호 법체계 강화와 예방 제도 정비를 등 약속했습니다.
 
여성 일자리 문제 극복 방안도 담았는데요. 부분 근로자 대표제를 도입해 여성 의견을 더욱 효과적으로 반영한다는 방침입니다. 여기에 경력단절 여성도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아카데미 신설, AI 시대 맞춤형 사회복귀 프로그램 등을 공약에 담았습니다.
 
모두 여가부가 추진 중인 사업과 닿아있습니다. 여가부는 그간 교제폭력, 디지털성범죄, 여성일자리 등 여러 여성 문제 해결에 중추 역할을 해왔는데요. 두 후보가 제시한 정책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선 여가부 역할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여성가족부 폐지와 관련해 이재명·김문수 대선 후보는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폐지를,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눈치싸움에 젠더이슈 '회피'
 
문제는 여가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3일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여성은) 임금, 승진, 가사, 양육 등에서 차별받고 있다. 특별한 보호와 지원이 필요하다"면서도 여가부에 대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김 후보는 지난 14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여가부를 없애야 한다는 것도, 무조건 확대하자는 것도 아니다"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소위 '이대남'으로 불리는 2030 남성 유권자 표심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3일 발표한 국내 선거인명부에 따르면 여성 유권자는 2239만9220명으로 남성보다 43만5297명 더 많았는데요. 여성 유권자가 수적으로 우세한 가운데, 남성 유권자 반발을 우려해 젠더 이슈를 회피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가부는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젠더이슈'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윤석열씨가 여가부 폐지를 공약한 뒤 소위 '이대남'으로 불리는 남성 유권자의 강한 지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1월7일 '여가부 폐지' 글이 윤씨 페이스북에 게재된 다음 날 <뉴스핌>이 코리아정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윤씨의 지지율이 40.3%까지 치솟았습니다. 당시 34.7%였던 이재명 후보를 5.6%포인트 차로 앞섰습니다. 이 조사는 휴대전화 RDD(무작위 전화걸기) 자동응답 방식으로 조사했으며,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입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여가부 폐지는 윤석열정부 초기 강하게 추진됐지만 야당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김현숙 전 장관이 사임한 이후 여가부 장관직도 1년 3개월째 공석인 상황입니다.
 
여가부 언급 자체를 조심하는 거대 양당 후보와 달리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1호 공약으로 '폐지'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지난 14일 "(여가부의) 존속으로 인해 이득을 보는 집단은 여성단체 카르텔밖에 없다"는 발언까지 내놨는데요. 여가부를 없애고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로 이관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주요 지지층인 남성 청년층을 공략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여가부 기능 확대를 주장하는 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유일합니다. 권 후보는 부총리급 부처인 '성평등부'로 여가부를 재편하자고 공약했습니다. 유권자층에 여성이 많다는 점과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비상계엄 당시 많은 여성이 광장에서 시위하며 민주주의를 되찾는 데 기여했다. 그건 유권자로서 국가에 바라는 점이 있다는 정치적 행동을 보인 것"이라며 "그럼에도 실패한 리더가 가져온 여가부 폐지라는 낡은 공약을 꺼내는 건 혐오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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