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종관 기자] 서초구와 관악구가 올여름 수해 방지 대책 마련에 분주합니다. 서초구와 관악구는 2022년 수도권 집중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던 곳입니다. 서초구는 강남역 일대 침수를 막기 위해 하수 처리 시설 용량을 키우고, 맨홀 사고를 방지하는 시설도 준비했습니다. 관악구는 반지하 주택에 침수 방지 시설을 설치하고 재해 약자를 위한 동행 파트너를 배치했습니다.
27일 서울 관악구 조원동 인근의 도림천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2022년 8월8~9일은 서울 역대 최고 강우량을 갱신할 만큼 한강 이남 지역에 집중 강우가 쏟아진 날입니다. 동작구를 기준으로 1시간 최대 강우량은 141.5㎜/hr, 일 최대 강우량(24시간 지속)은 435.0㎜로 관측됐습니다. 서울시 배수 체계 설계 용량(30년 빈도) 95㎜/hr를 훌쩍 넘어선 겁니다. 해당 폭우 사태로 인해 1500여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재산 피해액은 900억원을 넘겼습니다.
관악구와 서초구는 경사가 급한 산지에 인접한 저지대 지역인 탓에 특히 피해가 컸습니다. 도로를 따라 빗물이 저지대로 집중되면서 지하철역, 지하 주차장, 반지하 주택 등 지하 공간이 빠르게 침수됐고, 인명피해도 발생했습니다. 관악구 신림동에서는 침수로 반지하에 갇힌 일가족 3명이 지인을 통해 신고했으나 전원 사망했습니다. 서초구 서초동에서는 맨홀에 빠진 남매가 사망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4월24일 전성수 서초구청장, 4월29일 박준희 관악구청장을 각 구청 인근에서 만났다. (사진=뉴스토마토)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4월24일 <뉴스토마토>와 만나 "지난해 12월부터 강남역 일대의 하수 처리 시설 용량을 키우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완공까지 5년이 걸릴 예정"이라면서 "그 이후에는 (침수 피해가) 해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하수 관로들을 준설하는 등 배수를 원활히 하고, 맨홀 사고를 막기 위해 추락 방지 시설을 올해에만 822개 설치했다"며 "스마트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주민센터 등 관제소에서 상황을 살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서초구는 생활안전보험을 통해 각종 자연재난(수해, 태풍 등)과 사회재난(화재, 폭발 등), 안전사고에 대한 보장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보장 금액은 자연·사회 재난으로 사망 땐 1000만원, 후유장해 진단 땐 최대 500만원, 기타 상해 사고로 4주 이상 진단을 받았을 땐 진단 위로금 10만원 등입니다.
아울러 지하 주차장 축광 피난유도선 설치를 전국 최초로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피난유도선에 사용되는 축광페인트는 어두운 환경에서도 빛을 흡수한 뒤 스스로 발광하는 원리로 작동합니다. 이를 통해 대피자가 정전, 암전 상황에서도 피난 동선을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습니다.
27일 서울 관악구 조원동 일대의 반지하 주택의 모습. 침수 방지 시설이 설치돼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4월29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사망사고가 나지 않게끔 침수가 우려되는 반지하 주택에 침수 방지 시설을 설치했다"면서 "방범창도 탈출이 가능하도록 개폐형으로 전환하고 물막이판을 설치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반지하 거주민 전수조사를 통해 장애인, 노약자는 동행 파트너가 출동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관악구에 따르면, 관내 침수 피해 및 우려 가구 수는 6405개입니다. 구청은 현재(2025년 5월)까지 5400가구에 저지대 물막이판과 옥내 역류방지기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개폐형 방범창을 신청한 646가구 역시 지난해 모두 설치를 마친 상태입니다.
동행 파트너는 재해 약자 348가구를 위해 돌봄공무원, 통·반장, 이웃 주민 등 732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이들은 침수 예보·경보 때 침수 방지 시설을 점검하고 이웃의 대피를 돕는 역할을 합니다. 신속한 상황 전파와 대피 안내를 위해 침수 예방·관리를 희망하는 반지하 주택 2452가구를 대상으로 5가구당 담당 공무원 1인을 매칭해 돌봄전화 SOS 비상연락 체계도 구축했습니다.
관악구는 중·장기적 대책도 마련했습니다.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사업은 지난해 12월 우선 시공분 착공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입니다. 도림천에서 보라매공원, 대방천을 거쳐 한강까지 연결되는 총 연장 4.5㎞, 직경 10.4m로 40만톤을 저류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공사가 완료되면 하천 수위를 낮춰 도림천 일대의 침수 피해를 방지할 수 있게 됩니다.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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