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서두른 이창수, 문재인·이재명·김건희까지 논란의 370일
이창수 취임 당시 “성역 없이 엄정 대응” 발언
김건희 ‘황제 조사’ 후 무혐의…논란 잇따라
2025-05-21 15:58:52 2025-05-21 16:23:43
[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대선을 2주 앞두고 '친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검사가 전격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윤석열정권 출범 이후 승진 코스를 밟아 중앙지검장에 발탁된 이 지검장이 갑작스레 검찰을 떠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진 대선 국면에 부담을 느껴 미리 탈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20일 건간상의 이유 등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검장과 조 차장은 전날 법무부에 건강상 이유 등으로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법무부는 두 사람 관련 진행 중인 수사가 있는지, 징계 사유가 있는지 등 논의를 거쳐 사직서 수리 여부를 판단할 방침입니다. 
 
이 지검장은 표면적으로는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이후 탄핵 소추되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이 악화됐다는 점을 사직 사유로 들었습니다. 
 
이 지검장은 윤석열씨가 검찰총장 당시였던 2020년 9월 대검찰청 대변인으로 근무했습니다. 이 지검장은 윤씨가 총장직을 내려놓고 정치권으로 몸을 던질 시동을 걸던 2021년 3월까지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날을 세우던 시기에 '윤씨의 입' 역할을 했습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이 지검장은 검사장 승진 코스였던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에 임명됐고, 2023년 9월 전주지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이 지검장은 윤석열정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씨의 정적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대한 수사를 맡아왔습니다.
 
성남지청장 근무 당시에는 이 후보의 성남FC 사건 수사를 지휘했고, 전주지검장으로 근무할 때는 문 전 대통령의 사위가 연루된 타이이스타젯 특혜 취업 의혹 수사를 이끌었습니다. 이 지검장은 승승장구 끝에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습니다.
 
이 지검장은 사의 표명 1년여 전인 지난해 5월16일 취임했습니다. 그는 취임 당시 "'공정'을 기초로 '부정부패'에는 어떠한 성역 없이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부패는 사회를 지탱하는 기초를 서서히 허물어뜨리고, 종국적으로 그 폐해가 선량한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지검장의 취임 일성과는 달리 김씨에 대해서는 성역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디올백 수수와 주가조작 의혹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7월 이원석 검찰총장 당시 이 지검장이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총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고 대통령경호처가 지정한 제3의 장소에서 김씨에 대한 '출장조사'를 벌였습니다. 이후 김씨를 무혐의 처분했는데, 이 지검장은 당시 공정한 수사를 통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주장했지만 서울고검에서 김씨의 주가조작 의혹 재수사를 결정한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제3의 장소에서 김씨를 '황제조사'한 것에 대해 감찰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사의 표명의 배경으로 꼽습니다. 감찰이 진행되면 사표 수리가 안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윤씨 등을 감찰했던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보복 징계 끝에 해임됐습니다. 법무부 감찰담당관 시절 윤씨를 감찰했던 박 의원은 2022년 6월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절 입건 중이라는 이유로 수리되지 않았고, 2024년 2월 재차 사의를 표명했지만 법무부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다 박 의원을 해임 처분했습니다.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이 20일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사의를 표명한 조 차장검사는 전날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탄핵 등으로 너무 힘들었다"며 "지금까지 22년 살아온, 여기 검찰에 20년 있으면서 어떤 편을 든다 이런게 아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씨 관련 불기소 처분에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조 차장검사는 친윤 라인이었던 고형곤 수원고검 차장검사의 후임으로 발탁된 인물입니다. 대구지검 2차장 검사로 근무하던 조 차장검사는 지난해 5월29일 중앙지검 4차장검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을 보도했던 언론사들에 대한 기소 등이 이뤄진 것도 이 시기입니다. 이 사건은 윤씨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으로,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할 권한이 있는지에 대해 재판이 진행이 되고 있는 현재까지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 지검장과 조 차장검사는 이 후보의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재판과 ‘위증교사’ 항소심 재판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돈 봉투 수수 의원들의 수사도 이 지검장과 조 차장검사가 이끌고 있습니다. 
 
이들의 사의 표명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비겁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윤재관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난파선에서 먼저 뛰어내리는 어떤 동물과 흡사하다"면서 "아크로비스타에서 격노해 육두문자가 담긴 전화가 이창수에게 곧 갈 거라 쉽게 예상이 된다"고 했습니다. 
 
윤 대변인은 "부당하고 불의한 권력자를 위해 검찰권을 칼춤 추듯 쓰던 이창수는 검찰 조직을 말아먹은 마지막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정의는 느리지만 실현되고 이창수는 법정에 서는 것이 정의다, 민망하게 런종섭처럼 해외로 튀는 일은 없기 바란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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