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지난달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을 보이는 전기차 캐즘(Chasm)의 판매 부진과 함께 미국 관세 부과 영향이 본격화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이달 초순 승용차 수출도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줄어든 모습을 보이고 있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자동차 수출 분야에 악영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의 '4월 자동차산업 동향'을 보면,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보다 3.8% 감소한 65억2700만달러에 머물렀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차 생산량·수출량·수출액 '뚝'
20일 산업통상자원부의 '4월 자동차산업 동향'을 보면, 지난달 자동차 생산량은 38만5621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 감소했습니다. 수출량도 8.8% 감소한 24만6924대로 집계됐습니다.
수출액은 전년보다 3.8% 감소한 65억2700만달러에 머물렀습니다. 이 중 친환경차 수출액은 전년 대비 2.9% 줄어든 22억2100만달러에 그쳤습니다. 정부는 관세 부과 등 통상환경 불확실성의 여파로 감소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은 90일간 관세 유예를 두면서도 자동차 관세를 유지한 바 있습니다. 자동차 생산의 각국들도 통상 여건 확보를 위한 협상을 앞다투고 있지만 자동차 관세 유지는 대미 무역이 큰 무역 상대국들로서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역별 수출액을 보면, 북미는 17.8% 감소한 33억5500만달러에 머물렀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20%에 육박하는 19.6% 감소로 28억9000만달러에 그쳤습니다. 오세아니아는 2억9800만달러로 16.5% 줄었습니다.
이에 반해 유럽연합(EU)은 9억5300만달러로 26.7% 증가했습니다. 기타 유럽권도 11.6% 늘어난 5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아시아의 경우는 6억8100만달러로 53.9% 증가했습니다. 중동은 4억4600만달러로 4.5% 늘었습니다. 중남미와 아프리카는 각각 2억3700만달러, 5200만달러로 2.7%, 42.9% 증가했습니다.
EU 시장 수출이 증가한 배경은 기아자동차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출시한 소형 전기 스포츠실용차(SUV) EV3, 캐스퍼EV 등의 흥행으로 꼽힙니다. 기타 유럽과 아시아 수출 증가세는 미국의 시리아 제재 해제 선언에 따라 시리아 지역의 중고차 수출이 늘어난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박태현 산업부 자동차과장은 "대미 수출은 관세 부과 본격화 및 조지아 신공장 가동 본격화 영향 등으로 지난해 4월보다 19.6%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EU 등 북미 외 시장에서의 선전으로 38만6000대를 달성하며 관세 부과 등 통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전년 동월보다 2.2% 감소에 그쳤다"며 "새로운 수출시장 개척이 유의미한 효과를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의 '4월 자동차산업 동향'을 보면,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보다 3.8% 감소한 65억2700만달러에 머물렀다. (사진=뉴시스)
친환경차 -2.2%…차부품 '잿빛'
그럼에도 미래 성장 동력인 친환경차 수출 성적이 좋지 않습니다. 올 1월부터 4월까지 친환경차 수출액 누계는 79억7700만달러로 전년보다 2.2% 줄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자동차 총 수출액도 전년 동기보다 2.0% 줄어든 238억2100만달러에 그친 상태입니다. 4월까지 누계 수출량은 92만653대로 4.0% 감소했으며 생산량은 139만889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지난달뿐만 아닌 이달 초순 수출 성적도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1~10일까지 대미 수출이 30% 넘게 감소했는데, 승용차 수출이 크게 줄어든 배경을 꼽고 있습니다.
5월 초순 대미 수출은 19억9200만달러로 전년보다 30.4% 줄어든 상황입니다.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 25%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1~10일 기준 품목별 수출 중 승용차가 23.2% 급감한 상태입니다.
국가별로는 EU(-38.1%)와 미국(-30.4%)의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동차부품 수출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상 지난해 국내 상장한 자동차부품 1차 협력사 83곳(현대모비스·현대위아 제외)의 영업이익은 3조496억원으로 전년보다 11.7% 감소한 바 있습니다. 올해 관세 부과까지 본격화되면서 수익성은 더 최악을 맞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더욱이 1차 협력사 외에도 2차 부품 협력사, 원·부자재 협력사 등 줄줄이 경영 악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20억2900만달러로 전년보다 3.5% 늘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누계로는 72억9800만달러로 5.5%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은 자동차 부품 1위 수출국이나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과 밀접한 구조로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 정부와 관계기관들도 통상리스크 대응 긴급자금, 긴급경영안정자금 증액 등 대응책 모색에 나서고 있지만 갈수록 잿빛 전망만 엄습하는 분위기입니다.
자동차 수출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와 관계기관들이 관세 대응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대응안을 내놓고 있지만 '피해 최소화'의 선언적 구호일 뿐, 피해 최소화의 충격과 규모를 어느 선까지 정량화하는 말인지 모르겠다"며 "결국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얘기인데 대기업은 버틸지 몰라도 수출 중소기업들 피해는 상당할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미 수출 구조 변화와 관련해 "아세안, 아프리카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규 시장에 대한 진출 확대를 통해 수출시장 외연을 확장하는 노력이 요구된다"며 "소비 등 내수의 회복력이 미약한 상황인 점을 고려해 민간 부문의 실질 구매력 확충을 위한 내수 활성화 노력을 통해 수출 경기 둔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지난달 친환경차의 내수 판매량은 6만9731대로 전년 동월 대비 3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의 '4월 자동차산업 동향'을 보면,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보다 3.8% 감소한 65억2700만달러에 머물렀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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