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8개월간 8만명"…'반값 열차' 타고 백제부터 치즈마을까지
"여행지서 QR인증하면 할인쿠폰"…지역 살리고 교통비 혜택 '1석2조'
2025-05-07 11:00:00 2025-05-07 14:03:34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인구감소지역'으로 향하는 기차 승차권이 반값입니다. 정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전국 33개 지방자치단체가 손잡고 내놓은 '지역사랑 철도여행' 얘기인데요. '지역소멸 극복'을 위해 기획된 이 상품은 출시 8개월 만에 8만명이 이용할 만큼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서울 중심의 일상에서 벗어나 지역의 고유한 삶과 문화를 느끼고 싶어하는 이들에겐 지역 경제도 살리고, 저렴하게 여행도 즐길 수 있는 기회입니다. 지난 1~2일 지역사랑 철도여행의 추천 관광지인 전북 익산과 임실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익산 미륵사지석탑과 석탑에서 출토된 금제사리내호(사리 용기). (사진=뉴스토마토)
 
백제의 숨결을 간직한 '전북 익산'
 
먼저 향한 곳은 '익산 미륵사지'였습니다. 이곳은 백제 30대 무왕이 부인 선화공주의 청을 받아 지었다고 전해지는 사찰인 '미륵사'가 있던 자리입니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석탑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큰 미륵사지석탑이 남아 있습니다. 
 
미륵사지석탑은 처음 절반 이상이 무너져내린 채로 발굴됐는데, 1915년 조선총독부는 붕괴된 부분에 콘크리트를 덧씌웠습니다. 서북쪽에서 바라보았을 때 탑은 말 그대로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였는데요. 이에 2001년 부터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본격적인 석탑 복원 작업에 나섰습니다.
 
석재를 하나하나 떼어내고 185톤(t)에 달하는 콘크리트를 제거한 뒤 다시 조립하는 작업엔 무려 18년이 걸렸습니다. 석탑은 지난 2019년 완전한 모습으로 일반에게 공개됐는데요. 찬란했던 고대 백제의 영광부터, 치욕스러운 일제강점기를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굴곡진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셈입니다. 
 
초등학생 시절 미륵사지에 방문한 적은 있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석탑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국립익산박물관은 미륵사지 바로 옆에 있어 접근성이 좋았는데요. 미륵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었고, 석탑에서 나온 백제 금속공예 걸작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높이 5.9cm, 지름 2.6cm에 불과한 사리 용기인 '금제사리내호'가 특히 놀라웠습니다. 작은 향수병 정도의 크기에 식물, 연꽃잎 장식무늬가 촘촘하게 새겨져 있었는데 현대의 기술로도 재현하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고대 일본 문명 형성에 백제의 영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던 이유를 새삼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근처에 있는 '백제문화체험관'도 찾았습니다. 이곳은 백제 의상을 착용하고 '인생네컷' 사진을 찍고, 미륵사지 일대까지 걸을 수 있어 방문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힙니다. 
 
의상은 백제 시대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평소 전통의상 대여를 꺼리던 이들도 기꺼이 입어볼 만큼 완성도가 높았는데요. 세련된 문양과 고급스러운 비단 소재로 만들어진 데다, 왕·귀족·평민별로 의상 수도 다양했고, 관모·투구·왕관 등 머리를 장식할 수 있는 소품까지 갖춰져 있었습니다. 
 
체험관엔 '다도 체험'도 마련돼 있었습니다. 차 문화 해설을 듣고, 전통 예법 배운 후, 한 잔의 여유까지 즐길 수 있었는데요. 백제의 생활 문화를 직접 경험하며 말 그대로 '백제인'이 돼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백제문화체험관에서 다도 체험 중인 방문객. (사진=코레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치즈마을 '임실'
 
전북 임실은 한국 최초이자 최고의 치즈가 만들어지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벨기에 국적의 디디에 세스테반스(한국명 지정환) 신부가 1964년 임실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한 후,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지역 주민을 돕고자 산양 2마리를 들여와 치즈를 만든 게 한국 치즈 역사의 시초입니다.
 
임실은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전쟁 직후에다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적 조건으로 인해 유독 가난했던 마을이었는데요. 지 신부는 연이은 실패를 맛봤지만 유럽에서 비법을 배워 오기까지 하며, 결국 치즈 제조에 성공했습니다. 그 이후 지 신부는 자신이 터득한 노하우와 임실치즈 관련 사업을 고스란히 주민에게 넘겼습니다. 
 
지 신부가 "우유로 만든 두부"라며 주민들에게 애써 권하던 치즈는 반세기 역사를 거치며 국민 먹거리가 됐습니다. 전북 임실군 금성리에 위치한 치즈마을의 캐치프레이즈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치즈마을'은 마을 사람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사람답게 살기를 바랐던 지 신부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임실치즈마을에선 직접 임실치즈를 활용해 피자를 만들어보는 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숙성 반죽을 원판 위에서 넓게 펴고, 스트링치즈로 치즈크러스트를 만든 다음, 토마토소스·야채·고기·각종 치즈를 올려주는 간단한 작업이었는데요. 체험장에선 만든 피자를 곧바로 구워서 먹어볼 수도 있었습니다. 시중에서 파는 피자보다 더 낫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피자 만들기 체험 중인 기자와 완성된 피자. (사진=뉴스토마토)
 
MZ부터 시니어까지…취향 따라 지역·방식 선택 가능
 
코레일이 운영하는 지역사랑 철도여행 상품은 크게 3가지로 구성돼 있습니다. △고객이 직접 여행지를 선택하고 자유롭게 찾아가는 '자유여행 상품' △전문 여행사 가이드가 동행하는 '패키지 상품' △코레일 관광열차를 이용하는 '관광전용열차' 등인데요. 
 
33개 지자체가 협력하고 있는 만큼 방문할 수 있는 지역의 폭도 넓습니다. 강원도 삼척은 산·바다가 있는 데다 스카이글라이더, 알파인코스터 등의 체험 시설을 갖추고 있어 젊은 층에 인기입니다. 충북 단양은 도담삼봉, 온달동굴 등 뛰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데다 탄탄한 관광 인프라까지 갖추고 있어 노년층에 매력적인 여행지입니다. 
 
딸기 수확 등 농촌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충남 논산, 내장산과 같은 자연 명소와 전통문화 체험이 발달한 전북 정읍은 가족 동반 여행에 특화된 지역입니다. 
 
자유여행의 경우, 열차를 타고 지정 관광지 중 한 곳에서 QR코드를 인증하기만 하면 다음 달 50% 할인쿠폰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과 대상 관광지는 모바일앱 '코레일톡'과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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