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민주당이 '이재명 파기환송심'이라는 6·3 대선 가도의 최대 리스크를 제거했음에도, '방탄 입법'에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정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허위사실 공표죄와 관련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하며 당선 이후 대비에 들어갔습니다. 만약 이 후보가 당선된 후 해당 법안들이 모두 본회의 문턱을 넘기면 현재 진행 중인 이 후보의 재판 5개는 모두 중지됩니다.
민심을 청취하는 '경청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7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 인근에서 공판연기를 혼영하는 지지자의 응원 피켓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공판연기 환영, 대통령은 국민이 뽑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에 이 후보는 '맞습니다' 라고 쓰고 있다. (사진=뉴시스)
헌법 84조 '무력화'…당선 후 '꽃길'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때에는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결정으로 공판 절차를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이날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개정안에 반대해 소위에서 퇴장했고,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단독 처리했습니다.
민주당이 해당 개정안을 처리한 건 사실상 6·3 대선 승리를 가정한 겁니다. 개정안은 대통령에 당선된 피고인의 형사재판을 재임 기간 동안 정지시키는 건데요. 이 후보 맞춤형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헌법 84조가 내란과 외환 이외의 죄로 이미 기소돼 재판받던 중 대통령에 당선됐을 경우 재판을 진행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습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소추'의 의미에 대한 해석이 엇갈립니다. 이에 민주당은 해당 논란 자체를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막는다는 취지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는 K-콘텐츠 산업진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며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만 했습니다. 반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직을 범죄자의 도피처로 쓰라고 헌법 84조를 만들어둔 게 아니다"라며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위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후보는 오는 12일부터 시작하는 대선 공식선거운동 기간에도 재판에 출석해야 하는 실정인데요. 13일과 27일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1심에, 20일에는 위증교사 항소심에 예정된 바 있습니다. 또 재판부는 지난달 1일 2회 공판기일에서 대선 당일인 6월 3일에 재판을 마무리하는 결심 공판도 진행하겠다고 예고해 둔 상태입니다. 다만 민주당은 해당 재판들에 대해서도 선거 이후로 재판을 미뤄달라고 요청했고, 재판부는 대장동 재판에 대해서도 대선 이후로 기일을 변경했습니다.
만약 이 후보가 당선된 직후 민주당이 해당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면 '셀프 방탄'에 나서는 모양새가 됩니다. 개정안의 부칙에는 법안 공포와 동시에 즉시 시행하도록 하고, 시행 당시 재직 중인 대통령에게도 이 조항을 적용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 재판은 모두 중지됩니다.
국민의힘 유상범 법사위 간사와 위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 관련 정청래 법사위원장 및 야당 의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 정지 넘어 '예비 방탄'
민주당의 이른바 '방탄 입법'은 단순히 재판 일정을 미루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전체회의에서 신정훈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습니다.
해당 법안은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중대한 허위 사실 공표에 한해 처벌하도록 구성 요건을 명확히 규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허위 사실 공표의 구성요건에서 '행위'라는 용어를 뺀 겁니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 행안위 의원들은 "이 후보를 위해 무법 선거운동을 하자는 것"이라며 "가짜뉴스를 막겠다며 민주파출소까지 만든 민주당이 이제는 가짜뉴스를 처벌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이 처리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사실상 대법원이 '골프장 발언'과 '백현동 발언'과 관련한 선거법 250조 1항에 나온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라는 법리 해석을 정면으로 막아서는 겁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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