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유럽과 중동을 중심으로 수출을 이어오던 K-방산이 동남아시아·캐나다 등 신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군 운용 경험과 뛰어난 기술력이 수출 호조를 뒷받침하면서 K-방산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산업계는 수출국을 다변화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계획입니다.
해군 춘천함(FFG-II)이 적 항공기 및 유도탄을 모사한 대공무인표적기에 대함유도탄방어유도탄 해궁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LIG넥스원).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산업체들은 캐나다·중남미·동남아 등 신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방송 매체 CBC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올해 3월 초 캐나다의 잠수함 도입 사업에 200억∼240억달러(약 27조8000억∼33조3000억원) 규모의 미요청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제안서에는 캐나다 국내에 정비시설을 건설하고 캐나다인을 직원으로 채용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요청 제안서는 한국산 잠수함의 주요 제원과 예상 인도시기, 부대조건 등 정보를 사전에 설명·제안하는 성격의 문서입니다. 이 제안서는 공식적인 입찰 제안요청서(RFP)와는 구분됩니다. 캐나다는 현재 3000톤(t)급 잠수함 8~12척을 도입하는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를 추진 중입니다.
아울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캐나다 육군에 미국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과 유사한 다연장 로켓 무기와 K-9 자주포를 판매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CBC는 한국 국방 당사자들을 인용해 이 사업이 체결될 경우 최대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상당의 사업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방산업계는 동남아 시장 진출도 서두르는 모습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필리핀에 FA-50 경전투기 추가 수출을 위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필리핀은 지난 2014년 FA-50PH 12대를 구입해 2015년부터 필리핀 공군에 배치한 바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베트남에 K9 자주포 20~30문 수출 계약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계약이 체결된다면 K9을 채택한 국가는 11곳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LIG넥스원의 경우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해외 지사를 설립했습니다. 현재 말레이시아와 함대공미사일 해궁 수출 타진을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과거 국내 수요가 절대적이던 방위산업은 수출국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습니다. 이는 수출국의 정책 변화 등 리스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수출국 다변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5년간 8000억유로(약 1300조원)를 투자해 역내 무기 구매 비중을 65% 이상으로 확대하는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비유럽 국가의 방산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지금은 동유럽이나 중동 시장이 주요 타겟이지만, 동남아시아나 남미 지역 역시 기존의 매력적인 수출 권역”이라며 “방산 수출에서 두 지역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업들이 전시회 참여 등 다양한 세일즈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수출국 다변화를 위해 현지 맞춤형 전략을 추구하는 한편 수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국가별, 권역별로 상황이 다르다 보니 현지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며 “기술료 면제, 수출 허가 절차 간소화 등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면밀히 살펴볼 때”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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