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보험사, 크레딧 줄이고 국고채로…K-ICS 대응 본격화
크레딧 채권 잔고 감소하면서 운용사와 순위 바뀌어
초장기 국고채 확보 몰두…파생상품 활용으로 다변화
2025-06-24 06:00:00 2025-06-24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9일 17:3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채권 시장에서 보험사 ‘크레딧’ 잔고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크레딧 채권보다는 만기가 긴 ‘국고채’ 확보에 힘 쏟고 있어서다. 자본비율인 K-ICS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 듀레이션(금리민감도)을 늘리려는 목적이다. 이 과정에서 크레딧 잔고가 처음으로 운용사에 밀리기도 했다. 보험사는 장기채 확보를 위해 파생상품인 본드포워드(채권선도) 방식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크레딧 채권 잔고 줄면서 운용사에 첫 역전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장외채권 시장에서 보험사 크레딧 잔고는 전날 기준 176조원을 기록했다. 크레딧 채권은 국공채를 제외한 회사채, 금융채, 특수채 등을 말한다. 최근 몇 년간 서서히 감소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올해 들어서는 그 폭이 조금 더 가팔라졌다.
 
같은 시점 운용사 크레딧 채권 잔고는 190조원으로 확인된다. 공모 외에 사모까지 포함하면 195조원으로 증가한다. 보험사 수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운용사는 빠르게 증가하면서 둘 사이 순위가 처음으로 바뀌었다. 이전까지 보험사는 은행에 이어 크레딧 수급에서 두 번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보험사 크레딧 수급이 줄어든 것은 시선이 국고채 쪽으로 더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초장기 국채 시장에서 ‘단골손님’ 격인데, 최근 들어 매수를 더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보험사의 국고채 잔고는 전날 기준 370조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보험사는 고객으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로 자산을 운용하는 만큼 크레딧 채권보다는 국고채와 같은 안전자산에 더 많은 투자를 단행한다.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측면에서는 자산 듀레이션이 긴 채권이 필요한데, 크레딧 채권과 달리 국고채는 만기가 길게는 10년에서 최대 30년까지 퍼져있다. 보험사가 국고채 수급에 집중하는 이유다.
 
특히 만기 30년 이상인 초장기채에 대한 수요가 계속 커지면서 해당 시장에서 보험사가 차지하는 비중(51.6%)은 절반을 넘어섰다. 보험사가 보유 중인 채권 잔고 내에서도 30년물 이상의 비중이 45.8%로 높다.
 
보험업계는 현재 금리 인하와 보험부채 할인율 제도 영향 탓에 K-ICS 하방 압력이 매우 거센 상태다. 지난해에는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권 등 자본성증권을 대거 발행하며 K-ICS 하락을 방어했지만, 자본으로 인정하는 한도가 소진되면서 다른 방책이 요구되고 있다.
 
초장기 국고채 매수로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면 부채 듀레이션과의 갭을 줄일 수 있다. 이는 K-ICS 산출 과정에서 요구자본에 포함되는 시장위험액(금리위험액)을 낮춰 K-ICS 비율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보험사-증권사  ‘본드포워드’ 계약도 늘어
 
초장기 국채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파생상품인 본드포워드 거래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초장기채 현물을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선도 거래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미래 특정한 시점에서 미리 정한 가격으로 채권을 사고파는 것인데, 이를 통해 금리 변동에 대한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본드포워드 계약은 증권사를 통해 이뤄진다. 보험사가 증권사와 계약을 먼저 체결하고 3년 뒤에 국채 실물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증권사는 채권 시장에서 30년물을 매수해 3년간 보유하고 있다가 만기가 27년 남은 채권을 보험사에 넘긴다. 계약의 만기와 형태는 이 같은 ‘3X27’ 외에 ‘5X25(5년 후 채권 정산)’도 있다.
 
현물로 장기채 필요 물량을 모두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선물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보험사가 얻는 이점은 ▲현물 매수와 달리 매입하는 시점에서 현금 지출이 크지 않다는 점 ▲자산 듀레이션을 확대해 주는 효과를 얻는다는 점 ▲재투자에 따른 금리위험에 대해 헤징(Hedging) 기능이 있다는 점 등이다.
 
 
본드포워드 미결제 약정 규모를 살펴보면 생명보험 업계가 2023년 29조3000억원에서 2024년 37조50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손해보험 업계는 같은 기간 16조5000억원에서 25조원으로 늘었다.
 
본드포워드를 활용하면서 보험사가 주의하거나 염두에 둬야 할 부분도 있다. 우선 3년이나 5년 이후 실물을 인수할 때 충분한 유동성(자금)을 확보해 놔야 한다. 이때 금리 변동성이 커질 경우 매매 과정에서 역으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따른다.
 
신용평가 업계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장기채 실물을 인수해야 하는 시점의 금리 상황에 따라 손실이 나게 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라면서 “본드포워드와 같은 기법을 쓰는 것 자체가 이익보다는 듀레이션 매칭 목적이 크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권 가치는 금리가 올라가면 떨어지는 구조”라며 “낮은 금리에 사들이기로 했다고 한다면, 금리가 올라갈 경우 채권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불리한 구조가 된다”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