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의 무한변신…‘에너지 밸류체인’ 구축까지
2000년대 이후 트레이딩 사업 위축
K-상사, 자원·에너지 등 신사업 확대
‘플랫폼 플레이어’로 밸류체인 구축
2025-06-20 15:29:33 2025-06-20 15:29:33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종합상사지정제도가 도입 50주년을 맞은 가운데 K-상사들이 에너지 밸류체인 구축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무역 중개(트레이딩)으로 한국의 수출 주역으로 나섰던 ‘K-상사맨’들은 단순 무역을 넘어 에너지 개발·운송·가공·판매에 이르는 전주기 밸류체인으로 사업 구조를 고도화하는 모습입니다.
 
포스코그룹의 최초 액화천연가스(LNG) 전용선 ‘HL FORTUNA’.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종합상사지정제도는 1975년 무역을 전문적으로 맡는 회사를 통해 한국산 제품 수출을 늘리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습니다. 당시 종합상사의 지정요건은 해외지사 10개사 이상, 자본금 10억원 이상, 50만달러 수출품목 7개 이상 등이었습니다. 삼성물산을 시작으로 대우실업(현 포스코인터내셔널), 반도상사(현 LX인터내셔널), 현대종합상사(현 현대코퍼레이션) 등 13곳이 지정됐습니다.
 
상사 업체들은 정부의 세제·금융 지원을 받으며 한국의 수출 주역으로 자리매김했지만, 2000년대 이후 대기업들이 자체 해외 영업망을 구축하기 시작하면서 역할이 위축됐습니다. 이에 정부는 2009년 실효성이 없는 종합상사지정제도를 폐지했습니다. 이에 K-상사는 생존을 위해 변신에 나섰습니다. 트레이딩 사업 비중은 줄이면서 자원·에너지 등 신사업을 확대했습니다. 특히 해외 자원 개발과 투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LNG 탐사·생산(E&P)부터 수송, 저장, 발전에 이르는 밸류체인으로 경쟁력을 마련했습니다. 2000년 미얀마 가스전 개발을 시작으로 20여 년간 개발(업스트림) 사업을 키운 데 이어 지난달 자체 LNG 전용선도 도입해 안정적인 조달 기반을 구축했습니다. 특히 광양 LNG터미널은 제2터미널을 증설해 총 133만 킬로리터(kL)의 저장용량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1조1169억원 중 에너지 사업이 55%를 차지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마련했습니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357억 원에 인도네시아 AKP 니켈 광산 지분 60%를 인수했습니다. 니켈 광산 추가 매입과 함께 리튬과 흑연·보크사이트 등 다른 이차전지 핵심 광물에 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LX인터내셔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구리 자산 투자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대코퍼레이션도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에서 총 9.2MW 규모의 태양광 발전단지 12호기를 운영 중입니다. 지난달에는 독일 태양광 재활용 업체 플랙스레스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태양광 패널 트레이딩, 발전 사업을 넘어 폐패널 재활용 사업까지 아우른다는 방침입니다.
 
K-상사는 핵심 산업 밸류체인을 통합적으로 구축·운영하는 ‘플랫폼 플레이어’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상사업계 관계자는 “과거 트레이딩 비중이 높을 때는 관세 등 외부 변수에 취약했지만, 밸류체인을 이뤄 안정적인 수익망을 확보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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