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무원 트럼프, 출구는 '미·중 회담'
트럼프 '압박'·시진핑 '자존심'…"단기간 내 협상 어려울 것"
2025-04-10 17:10:19 2025-04-10 17:10:19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전쟁에서 한발 물러섰습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후퇴'는 '중국 견제'에 모든 역량을 투입한다는 새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결국 세계 경제 규모 1∼2위 국가의 '치킨게임'이 장기전으로 흘러가는 모양새인데요. '체면'을 중요시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톱다운'(하향식) 외교 방식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중 정상회담'이 유일한 출구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2018년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찬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관세 인상 '멈춤'…서로 "대화의 문 열려"
 
중국은 10일 낮 12시 1분(이하 현지시간)을 기점으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84%의 추가 관세 부과를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125%까지 인상하며 고강도 압박을 지속하고 있는 것에 대한 보복 조치입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중국이 경솔하게 보복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며 "누구든 미국을 때리면 트럼프 대통령은 더 세게 맞받아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포문을 연 관세전쟁에서 미·중이 보복과 재보복을 반복하며 '치킨게임' 양상을 2달 넘게 지속하고 있는 겁니다. 자칫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양국의 자존심 싸움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미·중이 강대강의 대치 속에서도 대화의 실마리 자체는 내려놓지 않은 모습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기자들과 만나 "저는 시 주석을 잘 알고 그들은 아직 방법을 모르지만 협상을 원한다"며 "모든 국가와 협상이 이뤄질 것이고 중국과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중국 관세를 더 올리겠냐는 질문에도 "우리가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상한선을 설정했습니다.
 
중국 상무부 허융첸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상호 존중, 평화 공존, 협력 상생의 원칙에 따라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이견을 적절하게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톱다운 방식의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초 미·중이 6월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초기 단계의 협상에 돌입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미·중 관세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돌입하게 되면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대로 가면 미·중 모두 타격…90일이 첫 관문"
 
문제는 '불확실성'에 있습니다. 이는 미·중 정상의 스타일 문제이기도 한데요. 시 주석의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관세전쟁의 포문을 연 만큼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기 어렵습니다. 특히나 '체면'을 중시하는 시 주석의 스타일상, 중국이 협상을 서두르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은 작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90일 유예로 전략적 후퇴를 선택한 상황에서 중국은 우위에 선 모양새가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미치광이처럼 행세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합니다. 최대 규모의 압박을 구사하고 즉흥적인 외교 협상술을 통해 자신들의 위험은 회피합니다. 이에 대해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 방위 재단의 크레이그 싱글턴 수석 연구원은 "트럼프와 시진핑은 압박과 자존심의 역설에 갇혀 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미·중 정상회담의 장소 선정 문제도 걸림돌입니다. 정상회담 개최지가 미국으로 설정될 경우 시 주석이 경제 제재 압박을 직접 완화해달라고 요청하는 모양새로 그려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중국에서 열리는 정상회담 가능성이 높은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시 주석과 고위급 인사들이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미국에 올 것"이라고 밝히며, 정상회담 개최 장소를 사실상 미국으로 못 박았습니다.  
 
<WSJ>도 지난 5일 "의사소통 부족 문제가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아 단기적으로는 협상 개시도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그럼에도 미·중 관계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풀기 위한 해법이 미·중 정상회담에 있다는 공통된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다만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성사가 어렵다는 것도 공통된 의견입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트럼프 취임 초기에는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도 높게 점쳐졌지만, 보복과 재보복이 반복되면서 이른바 '겨루기' 상태에 돌입하게 됐다"며 "현재로서는 양측 모두 상황을 비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다만 90일 유예라는 시간이 미·중 사이의 첫 관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이대로 가면 미·중 모두가 타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 가서는 서로 타협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면서도 "당분간은 양측 모두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오는 5월 러시아 전승절에 중국과 러시아 등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를 중심으로 미국에 대항하는 국제 질서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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