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정부가 출범 50일을 넘겼지만 인사검증 시스템 '오작동'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광수 전 민정수석부터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까지 총 4명이 연달아 낙마하면서인데요. 12·3 비상계엄이 야기한 조기 대선인 만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정부를 구성한 영향도 있긴 하지만, '추천'에만 의존한 인사시스템이 명확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추천 인사 검증 과정서 '실기'"
2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현재까지 낙마한 장관급 고위공직자는 오 전 수석과 강 전 후보자, 이진숙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입니다. 여기에 계엄 옹호 논란을 일으킨 강준욱 전 국민통합비서관도 자진사퇴 했습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인사 검증 시스템의 오작동이 드러난 겁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지난 22일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검증 시스템에서 보지 못했던 예상 밖의 문제가 발견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인수위 없는 정부로서 사후적으로라도 검증의 한도를 넘는 문제가 발견되었을 때 이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태도에 대해서 주목해 줬으면 한다"며 시스템상의 문제가 아니라고 못 박았습니다.
대통령실이 인사 검증 시스템의 오류에 대해 인정하게 된 건 강 전 후보자의 자진 사퇴 이후입니다. 지난 23일 강 대변인은 "인사 검증 절차에 조속함과 함께 엄정함을 조금 더 갖추겠다"면서 "조금 더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후보를 찾기 위해 조금 더 철저한 노력을 해야 하지 않나 살펴볼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자세를 낮췄습니다.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오작동한 건 대통령실 내 소수 인사들에 의해 인사가 좌지우지된 영향으로 볼 여지가 큽니다. 특히 인사에 있어 '추천'에만 의존하다 보니 검증 과정 자체가 축소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재명정부가) 인수위 없이 출범하다 보니 사람을 발굴하는 것보다 추천에 의한 인사들에 대한 검증을 하는 방식으로 할 텐데 그런 부분에서 일부 실기도 있다"며 "능력 면에 초점을 두다 보니 나머지 본인의 예전 과거사나 이런 부분에 대한 검증이 조금 미흡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계엄 옹호 발언으로 논란이 된 강준욱 전 국민통합비서관의 경우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의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 외에도 이진숙 전 후보자를 충남권의 유력 인사가 추천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등 '추천'에 의존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5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초적 검증도 '생략'…"국민 눈높이 맞게 보완"
연이은 낙마는 추천된 인사들에 대해 기본적인 검증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검증의 한도를 넘었다'라는 대통령실의 주장과 달리 기초적인 검증 과정이 생략된 겁니다.
강 전 비서관의 '야만의 민주주의'는 지난 3월 출간한 책으로 충분히 검증이 가능했습니다. 게다가 강 전 비서관의 페이스북에는 "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믿으며 강제징용이란 것을 믿지 않는다"라는 주장까지 게재됐습니다. 일반인도 쉽게 접근이 가능한 검증 영역임에도 놓친 셈입니다.
강 전 후보자의 경우에는 일반적 검증의 과정인 범죄 이력 조회와 세평 검증에서 실기가 있었습니다. 통상적으로 후보자 임명 전에 세평 검증은 필수인데, 강 전 후보자의 지근거리에 있는 보좌진들에게조차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교육부 장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무현정부 이후 교육부 장관 중 사퇴하거나 지명이 철회된 인물은 5명에 달합니다. 진보·보수 정권을 가리지 않고 '논문 표절'은 늘 사퇴의 결정타가 됐습니다. 결국 이재명정부 인사 검증에서 논문 표절이 검증 대상이 됐어야 함에도 또다시 낙마의 사유가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평판 조회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논문 표절도 반복된 문제이기 때문에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는 문제임에도 기본적인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며 "추천을 받았다고, 검증의 과정들을 건너뛴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다만 신 교수는 "인사 시스템의 문제는 이번 정부에서 처음 나온 것이 아니라 역대 정권에서 반복됐다"며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사람에 대해 검증하는 인사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문화 자체에 대해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문재인정부 당시의 7대 기준은 미시적 관점의 검증이었다"며 "도덕성과 전문성, 정책 능력 등의 5대 기준을 통해 낙마와 통과의 기준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실도 인사 검증의 과정을 손보기로 했습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엄정한 검증과 함께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인사위원회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를 보완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강 전 비서관의 사례처럼 저서와 같은 영역에 대해서도 국민 눈높이에 맞게 검증하겠다는 겁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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