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김성은 기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시한을 하루 앞두고 사퇴하면서 여당의 당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입니다. 강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정청래·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후보자의 입장차가 명확했던 탓인데요. 박 후보자가 강 후보자 사퇴의 선봉에 섰던 만큼 이른바 '명심'(이재명 대통령 의중)이 박 후보자에게 향한 모양새가 된 겁니다. 결국 충청·영남권 권리당원 투표에서 정 후보를 향했던 '당심'이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청래·박찬대(오른쪽)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지난 16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에서 열린 TV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등에 업은 명심?…박찬대, 존재감 '과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강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며 "강 후보자가 오후 2시 30분경에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 사퇴 의사를 전했고, 비서실장은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전했습니다.
강 후보자에 대한 보좌진 갑질 의혹이 불거지며 당 안팎에서 비판이 거셌는데요. 그럼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24일까지 요청하며 인사 강행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보고서 재송부 시한 하루 전 강 후보자는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는 이날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성찰하며 살아가겠다"며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진숙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이은 이재명정부 두 번째 낙마인데요.
보좌진 갑질 의혹이 불거지며 같은 당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고, 더이상 막기 힘들다는 인식이 커진 영향입니다. 이 과정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건 박 후보입니다. 강 후보자가 자진 사퇴 취지의 글을 올리기 직전 박 후보는 자신의 SNS에 "강선우 후보자는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렵고 힘들지만 결정해야 한다"고 썼습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강 후보자는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지 1시간 만에 SNS에 사퇴와 관련한 글을 게재했습니다. 약 1시간의 공백에서 박 후보자가 등장한 셈입니다. 마치 박 후보자가 대통령실로부터 소식을 전해듣고 자진 사퇴를 촉구한 모양새가 된 건데요. 다만 대통령실은 대통령실과 박 후보자의 교감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정 후보는 지난 15일 SNS에 "발달장애 딸을 키우는 엄마의 심정과 사연을 여러 차례 들었다"며 "힘내시고 열심히 일하시라. 강선우 화이팅"이라는 글을 남긴 바 있습니다. 일각에선 정 후보가 강 후보를 장관으로 밀었다는 얘기까지 나돌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명심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강 후보와 관련된 의혹이 커질수록 대통령실 또한 집권 초기 인사 문제에 대한 부담이 확대된 상황에서 박 후보가 정리에 나선 모양새가 된 겁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샷 전당대회 '변수'로…당심 향방 '주목'
이번 사태로 민주당 당대표 선거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현재까지는 정 후보가 박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습니다. 지난 19일과 20일 각각 치러진 충청·영남권 권리당원 투표에서 정 후보는 누적 득표율 62.65%를 얻었습니다. 박 후보의 득표율은 37.35%에 그쳐 약 25%포인트 뒤진 상태입니다.
민주당은 폭우 피해를 고려해 내달 2일 호남권과 인천·경기, 서울·강원·제주 경선을 한 번에 치를 예정입니다. 이번 당대표 선거의 경우 권리당원의 투표 비중이 55%를 차지함에 따라 당심이 중요한 선거입니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30%, 대의원 투표는 15% 비중입니다.
권리당원 사이에서는 비교적 인지도가 높고 강력한 개혁을 외치는 정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국회의원 등을 포함한 대의원들은 여당 대표로서 이재명정부와 호흡을 맞출 인물로 박 후보를 꼽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말 첫 순회 경선 이후 사실상 정 후보의 승리로 '끝난 선거'라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하지만 강 후보자가 사퇴함에 따라 '강선우 전선'이 민주당 당권 경쟁의 최대 변수로 등장할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양 후보 측도 선거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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