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지옥)①"마피도 모자라 계포까지"…투자자 무덤 된 덕은지구
분양가보다 35% 낮은 매물 속출…수요 없는 '과잉공급'
2025-07-23 15:50:47 2025-07-23 19:10:37
 
한때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 주자로 각광받던 지식산업센터와 상가의 공실 문제가 심각합니다. 수도권 택지지구에 집중적으로 공급된 지식산업센터는 계약금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고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상가들도 재계약을 하지 않아 텅 빈 채 방치되고 있는데요. 재테크를 꿈꿨던 수분양자들은 이자와 관리비 부담에 허덕이는 모습입니다. 기획 분양, 허위 광고, 입주 지연 등의 피해로 소송전까지 번지는 사례도 나옵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지식산업센터와 상가의 공실 실태와 피해 사례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매매는 거의 안 되고 있어요. 8, 9, 10 블록은 계약금 포기에 분양가보다 35%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도 있어요. 덕은GL메트로시티에서도 손해 보고 팔겠다고 내놓은 물건이 많습니다."(덕은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
 
지난 21일 찾은 경기 고양시 덕은동 'GL메트로시티한강지식산업센터' 인근은 점심시간인데도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1층 상가에는 부동산 두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실이었고 매매·임대 문의·입주 문의가 적힌 현수막이 각 호실 곳곳에 붙어 있었습니다. 우편함 몇 개는 우편물이 수북이 쌓여 있었고, 지식산업센터 건물 위층으로 올라가니 층마다 공실이 즐비했습니다. 입주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입주율은 가까스로 절반을 넘어 상당수 호실이 텅 비어 있었고 바닥에는 광고지가 흩어져 있었습니다. 
 
2개 동 총 832실, 지하 6층~지상23층 규모의 연면적 5만2000평에 달하는 지식산업센터는 매수세가 끊긴 모습이었는데요. 현재 가장 규모가 작은 9.5평 임대 시세는 보증금 500만원, 월세 50만원에 형성돼 있습니다. 분양 대금의 80%를 연 4% 이자로 대출받았을 때 월 이자만 56만원에 달합니다. 잔금까지 치러도 세가 안 나가 이자와 관리비 부담으로 허덕이는 수분양자들이 다수라는 게 주변 중개업소 설명입니다. 
 
입주 업체가 부진하다 보니 상권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었는데요. 인근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은 국밥집 한 곳이 유일했습니다. 직장인 A씨는 "주변에 먹을 데가 없어서 점심시간에는 덕은리버워크 쪽으로 가거나 배달을 시켜 먹고 있다"면서 "경기가 어렵다 보니 들어오려고 하는 업체가 거의 없을 텐데 향후 몇 년 동안은 이런 상태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경기 고양시 덕은지구에 위치한 GL메트로시티한강지식산업센터 내부. 절반 가까이가 공실인 상태로 남아 있었다. (사진=홍연 기자)
덕은DMC 아이에스비즈타워센트럴 내부. 입주한 업체가 한 곳도 없어 층 전체에 불이 꺼져 있다. (사진=홍연 기자)
 
인근 덕은DMC 아이에스비즈타워센트럴도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10블록은 지난 1월, 8·9블록은 4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는데 입주율은 10% 미만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곳은 지하 4층~지상 21층, 3개 동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GL메트로시티보다 분양 시기가 늦어 분양가는 평당 평균 200만원가량이 높았지만 수요 위축으로 거래가 마비되면서 수익성이 낮아진 분양권을 처분하려는 수분양자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식산업센터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은행의 대출 규제도 엄격해졌는데요. 분양형 지식산업센터는 수분양자가 은행에서 분양 대금의 90%까지 사업자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매매가격이 분양가보다 낮아지면서 대출 한도도 낮아져 수분양자들의 부담이 가중된 상황입니다. 당초 취지와 달리 기업 등 실수요자인 사업자가 지식산업센터 분양을 받기보다 부동산 호황기 시절 투자자들이 전매를 통해 수익을 얻으려는 경우도 많았죠. 
 
덕은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마이너스 물건들이 워낙 많다 보니까 은행에서 대출을 전보다 막아놓은 상태"라면서 "감정가가 분양가 정도로 나와야 감정가에서 대출을 70% 받는 건데 현재는 감정가가 분양가의 70%밖에 안 나오고 있다" 했습니다. 이어 "3년 전 입주한 덕은리버워크는 이미 손바뀜이 이뤄져 전매가 물건이 없고, 그러다 보니 세제 혜택도 없어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덕은리버워크 지식산업센터. (사진=홍연 기자)
입주 3년이 지난 덕은리버워크 지식사넙센터 상가 상당수가 공실로 남아 있는 모습. (사진=홍연 기자)
 
불편한 교통도 입주를 꺼리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현재 대중교통은 마을버스 3개 노선, 상암 방향 노선버스 1개, 서울 방향 탑승만 가능한 광역버스 1개뿐입니다. 덕은동 아파트 입주민들은 교통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자유로 광역버스 환승 정류장 설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근에는 대장홍대선 덕은역이 2031년 개통될 예정이나 아직 착공도 하지 못한 상태죠. 
 
지식산업센터는 공실로 가득 차 수요 한계 상태에 직면했지만 인근에는 여전히 지식산업센터를 짓고 있는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덕은 DMC 6,7 블록에 위치한 아이에스 비즈타워는 오는 12월 입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까지 덕은지구에만 총 3900실 규모의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지만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네이버 부동산을 통해 임대 매물 수를 보면 지식산업센터당 최대 1048개가 쌓여 있습니다. 
 
지식산업센터 주요 입주 대상인 창업 기업 수는 국내외 경기둔화와 고금리·고환율·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연간 창업 기업은 2020년 148만4667개에서 2024년 118만2905개로 줄었습니다. 
 
공급은 적체된 상태지만 전국의 지식산업센터는 매년 증가 추세입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의 지식산업센터는 1550개로 4년 전 1254개보다 21.17%가 증가했습니다. 대한건설협회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주요 65개 지식산업센터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공급된 지식산업센터 평균 미분양률은 37%, 전체 공실률은 55%였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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