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석에서)강선우 논란의 '이면'
2025-07-23 15:50:00 2025-07-23 15:50:00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선우 의원의 갑질 논란을 대하는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기류가 매우 복잡합니다.

먼저, 대통령실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우상호 정무수석을 중심으로 자진사퇴로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의견이 흘러나왔습니다. 민보협(민주당보좌진협의회) 차원의 공개 반대가 있었고, 여성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사퇴 요구도 이어졌습니다. 문재인정부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의 폭로도 나왔습니다. 우군으로 여겼던 군소 야당들의 눈길도 차갑기만 합니다. 단순 갑질로 치부하기에는 사태가 매우 엄중하게 전개되었습니다. 

우 수석은 이 같은 기류를 가감 없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습니다. 무엇보다 정권교체 이후 이재명정부에게 쏟아지는 국민적 기대와 환호에 찬 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고 합니다. 강선우 개인에게는 혹독할 수 있지만, 민심을 수용하고 잘못을 시정하는 새정부 모습을 보임으로써 윤석열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차별화를 꾀하는 게 올바른 수습책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시민사회의 실망까지 감안하면 분명 득보다 실이 컸습니다.

이 대통령의 고민 또한 컸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강 의원은 이 대통령은 물론 김혜경 여사도 특별히 아꼈던 인물입니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이 대통령을 보좌했던 한 인사는 “결국 대통령의 결단”이었다며 “외형은 강하지만 속은 정이 많은 분”이라고 했고, 또 다른 인사는 “여당의 뜻도 헤아린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이는 여당 지도부를 임명 강행의 배경으로 언급한 우 수석의 발언에서도 확인됩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강선우 사수’로 입장을 정했을까요. 현역 의원이 입각 과정에서 낙마한 사례는 없습니다. ‘현역 불패’란 말이 등장한 까닭입니다. 현역 의원이 낙마할 경우 차기 총선에서 공천이 보장되지 않는 등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나는 것으로 인식합니다. 동료 의원들로서는 자연스레 ‘인정’에 이끌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를 내준 선에서 사태가 진정되길 바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더 복잡한 내막도 있습니다. 보좌진의 폭로와 이로 인한 낙마가 현실화될 경우 향후 모든 처신에서 보좌진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란 우려입니다. 이는 곧 보좌진을 ‘동지’가 아닌 ‘수직적 상하관계’(부하)로 바라보는 인식의 연장선입니다. 보다 중요한 배경으로는 지도부 모 인사의 ‘또 다른 갑질’이 있습니다. 사실,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보좌진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언론을 비롯해 외부에는 ‘쉬쉬’ 하지만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특히 선출된 국회의원이 아닌 그 배우자가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강선우로 촉발된 갑질 파장의 끝을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필히 강선우 사퇴를 막아야 했던 이유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명장·위촉장 수여식을 마치고 참석자들과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향후 상황이 어디로 흐를지는 예견하기 어렵습니다. 한창 진행 중인 당권 경쟁도 강선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국회의원을 비롯해 지역위원장의 절대적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정청래 후보를 추격하지 못하고 있는 박찬대 후보 측에서 강선우 사태를 예사롭지 않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정 후보는 강성 지지층을 의식, 이미 ‘강선우 사수’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이에 반해 박 후보는 대통령의 부담과 민심 등을 고려해 읍참마속 결단을 승부수로 내세울 수 있습니다. 물론 박 후보의 마음이 여린 데다, 동료 의원들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 쉽지만은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강선우 사퇴를 둘러싼 여권 내 복잡한 사정은 기삿거리로 그쳐야 합니다. 내란의 폐허 속에 등장한 이재명정부입니다.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게 견제와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는 것도 응원의 방법일 것입니다. 자칫 압도적 지지에 취해 눈 질끈 감고 민심을 외면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의 모든 '을'을 위한 '을지로위원회'를 보유한 민주당입니다. 내부 갑질에는 눈 감는 민주당이라면 대체 어디에 을이 하소연해야 합니까. 정치에서 첩경은 없습니다. 정치의 외길은 ‘민심과의 동행’입니다. 이 대통령이 공언했던 '국민 섬김의 정치', 그것이 '정도'입니다. 윤석열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이재명정부를 기대해 봅니다.
 
편집국장 김기성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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