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결론’이 난 선거입니다. 쏟아지는 여론조사 결과들을 들이댈 필요도 없습니다. 국회가 12·3 비상계엄 내란 책임을 물어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순간, 차기 대권 방향도 정해졌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판단을 미루면서 설왕설래가 일기는 했지만, 들끓는 민심 앞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습니다. 국회에 무장 군인들이 진입하는 친위 쿠데타를 온 국민이 목도했습니다. 명백한 헌법 유린이었습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또 한 번의 쿠데타를 모의, 후보 교체를 시도하면서 자멸의 길로 빠져들었습니다. 이 정도면 정권교체 공신록에 이름을 올려야 할 판입니다. 남은 변수도 없습니다. ‘대통령 이재명’의 탄생은 전적으로 윤석열과 국민의힘 덕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전남 광양시 전남드레곤즈 축구장 인근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호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의 절대 가치는 ‘생존’이었습니다. 생존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 따위는 중요치 않았습니다. 동물적 감각과 냉철한 결단도 그의 생존 본능을 현실에서 뒷받침했습니다. 또, 이재명에게 이념적 좌표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념 체계도 잘 정립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대신, 그 자리를 ‘성과’가 대신했습니다. 성과를 위해서라면 인사와 정책에 구애를 받지 않습니다. 그가 말하는 흑묘백묘론입니다. 성과의 기준은 여론의 환호입니다. 다분히 포퓰리스트 성향이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명의 물적 토대인 대중적 기반은 그렇게 형성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이재명에 대한 설명은 그를 오랫동안 가까이서 지켜봤던 인사들 말이니 무게를 둬도 괜찮을 듯합니다. 몇몇과는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인적 구성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재명에겐 변방 시절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성남 라인을 제하고는, 모두 one of them일 뿐입니다. 당 장악에 따른 부산물인 의원들 간의 충성경쟁도 그냥 즐길 거리입니다. 일부는 벌써 내년 지방선거에 마음이 가 있는 것도 잘 안다고 합니다. 때문에 집권 이후에도 당에 대한 장악력을 절대 놓지 않을 것이라 확신을 합니다. 아부를 즐기되 아부를 중용하지 않는, 충성을 유도하되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이재명의 무서움입니다.
이재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전제되면, 그의 집권 이후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먼저 기존 민주당의 노선과는 전혀 다른 결의 정책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해 ‘성장’을 얘기하는 게 아닌 겁니다. 이를 뒷받침할 인사 역시 진영과 계파를 넘나드는 유연함을 보일 것입니다. 이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한국 경제의 구원투수 가능성을 높입니다. 경제가 성장으로 돌아서고 민생 살림마저 나아진다면 이재명의 ‘유능함’은 그 효용성을 입증합니다. 대통령 1호 지시 사항으로 '비상경제특위'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국민이 원하는 국정 방향을 정확히 짚었습니다. 보수 진영의 전유물이었던 '성장'이 이재명정부 대표 정책이 되면 국민의힘 존립 가치는 상실하게 됩니다.
이재명(왼쪽 세번째) 민주당 대선 후보와 총괄선대위원장들이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단, 정치적 ‘도전’은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참모는 두되 2인자는 비워둘 전망입니다. 대통령 단임제에서 2인자는 언제든 숙적으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22대 총선 과정에서 눈으로 확인했듯 ‘비명횡사’의 칼도 언제든 빼들 수 있습니다. ‘개딸’이 공천을 좌우하는 현 구조에서 ‘당원주권’이란 명분으로 개딸 시스템을 유지하면 그만입니다. 이는 역으로 당이 청와대 눈치만 살피는, 수직적 당청관계의 재연이 됩니다. 또 한 편으로는 완전한 내란 종식을 위해 가혹한 피바람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당했던 것을 잊지 않고 담아두는 이재명의 성정이 절대반지와 만났을 때 어떤 현실을 낳을지, 이미 국민의힘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물론 윤석열도, 김건희도 이 피바람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변방 비주류에 머물던 이재명이 주류의 정점에 섰습니다. 비호감이 여전함에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가히 이재명 천하입니다. 다만, 이재명 집권 후에도 한국 정치가 보였던 비루함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은 진영논리의 최대 피해자이자 수혜자 그리고 가해자입니다. 원칙은 오간데 없이 목적만을 위해 수단이 난무하는 비정한 현실이 다음 세대에 어떤 교훈을 남길지 걱정입니다. 적대적 공생이 아닌 상생과 통합, 공동체의 복원. 이를 통한 번영. 결국 그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이재명 시대를 맞이할 오늘날의 기대이자 우려입니다. 성공한 대통령의 마침표를 바랍니다.
편집국장 김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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