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생명·삼성화재 노조 90% 이상 "삼성카드 판매 강요"
2025-08-14 06:00:00 2025-08-14 06:00:00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삼성화재에 이어 삼성생명에서도 삼성카드 판매 강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양사 노조가 전속 보험설계사 조합원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삼성카드 판매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답한 비중은 9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3일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삼성생명노동조합은 지난 8~12일 조합원 373명을 대상으로 삼성카드 판매 강요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회사가 삼성카드 발급·가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답한 비중은 전체 설문 참여자의 93.6%로 집계됐습니다. 
 
앞서 삼성화재노동조합도 조합원 953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선 같은 답변에 96.6%가 동의했습니다. 
 
관리자 평가, 시상 조건 등 압박 요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노조는 삼성카드 판매 실적을 영업 관리자 평가에 반영하고 우수 영업팀 시상과 프로모션 기본 조건에 카드 발급을 포함시키는 등 행태가 설계사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인사고과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려는 영업 관리자들이 설계사들에게 가동 목표 달성을 요구한다는 설명입니다. 
 
팀이나 지점별로 카드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회사가 미리 지급했던 지점 운영비를 다시 반환해야 하는 데다 삼성카드 발급 실적을 장기보험 시상의 기본 조건으로 두거나 팀 시상 조건에 포함시켜 본업인 보험상품 판매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생명 노조가 실시한 설문 중 '지점·지역단에서 이뤄지는 강요 행위'에 대한 답변은 '카드 가동이 영업 관리자 평가와 지점 운영비에 포함돼 설계사들에 가동 목표 달성을 부탁한다'가 73.2%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프로모션 기본 조건으로 카드 발급이 포함됐다' 52.8%, '팀 시상과 프로모션 조건으로 들어가 있다' 34%, '팀 목표로 카드 발급 건수를 두고 있다' 30.6% 등으로 조사됐습니다. 
 
삼성화재 노조 설문에선 '지점별 카드 목표 달성 못하면 지점 운영비가 회입된다며 가동을 독려했다'는 답변이 64.4%로 가장 높았고 △카드 발급을 팀 목표에 부여한다(54.1%) △카드 가동이 영업 관리자 평가에 들어간다며 가동 목표 달성을 부탁한다(42.3%) △우수 영업팀 시상 조건에 들어가 있다(34.5%) △장기보험 시상 기본조건으로 카드 발급을 두고 있다(32.7%) 등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오상훈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의장은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3만명에 달하는 삼성생명와 삼성화재 판매자들이 삼성카드 판매를 강요당하고 있다"며 "계열사 독립성이 훼손되고 직원들 의견은 무시되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삼성표 복합 점포 영업, 판매 강요 발단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3곳의 삼성 금융 계열사들은 과거 2014년 '복합 점포식 영업'이란 새로운 영업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초기 의도는 판매망을 공유해 권역 구분 없이 서로의 상품을 교차 판매해 영업 저변을 넓히자는 것이었는데요. 영업력 강화를 위해 도입한 복합 점포식 영업이 오늘날 설계사들에 대한 삼성카드 판매 강요 발단이 됐습니다. 
 
보험설계사는 1인 1사 소속 원칙에 따라 자신이 속한 보험사 상품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모집인이 교차 판매 자격을 추가 취득하면 생명보험-손해보험-카드 간 업권을 넘나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복합 점포식 영업을 추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카드 모집인을 대거 줄이고, 보험설계사에 이중 업무를 부담하는 양상으로 발전되면서 내부 잡음이 시작됐습니다. 
 
국회에서도 설계사들이 본업인 보험 모집 외에 카드 영업까지 강요받는 부당함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보험영업인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간담회’를 개최하고 현안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이번 설문 결과에 대해 "삼성생명이 금융 계열사를 활용한 복합 영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삼성카드 판매 관련 시책을 둘러싼 삼성화재 보험설계사(RC)에 이어 삼성생명 보험설계사(FC)들의 불만이 이번에 확인된 것"이라며 "지난달 보험영업인 노동자연대와의 간담회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고, 해당 시책이 보험업법 등 관련 법률에 저촉되는지 여부 등을 충분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체 설계사 대변? 확대 해석 우려 시각도
 
일각에서는 삼성생명과 화재의 전속 설계사 수만 6만명을 훌쩍 넘어서는데, 노조에 가입된 일부 설계사들의 견해가 전체 설계사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지난 1분기 기준 삼성생명은 약 3만9350명(보험대리점 포함), 삼성화재는 2만3050명의 전속 설계사를 두고 있습니다. 양사 설계사 수는 총 6만2400명에 달합니다. 이번 노조 설문에 응답한 1326명(생명+화재)의 주장은 전체 설계사의 2.1%에 불과합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체 설계사가 삼성카드 판매 강요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오해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삼성화재 측은 카드 발급에 대한 수수료 수익은 보험설계사들이 삼성카드로부터 직접 가져가고 있다며 추가 수당을 더 받아갈 수 있도록 마련한 항목으로 카드 판매를 강요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간판. (사진=각 사)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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