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주요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이 실적 저하로 우리나라 시장에서 연이어 철수하고 있어 관심이 쏠립니다. 'K-뷰티'로 일컬어지는 우리 뷰티 산업이 글로벌 성장세와 함께 충성 고객층을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해외 브랜드들이 K-뷰티의 본진인 우리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는 탓인데요. 특히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우리 수요층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도, 글로벌 브랜드들의 철수 요인 중 하나라는 분석입니다.
프레쉬·메이블린 뉴욕 등 연이어 철수
8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뷰티 브랜드인 프레쉬(FRESH)는 이달 우리 시장에서 철수합니다. 프레쉬는 오는 15일부터 국내 온라인 공식몰 영업을 종료하는데요. 다만 온라인몰 운영 종료 이후로도 고객 센터를 통해 교환 및 환불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프레쉬는 지난 2012년 자연주의 화장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우리 시장에 직접 진출했지만, 13년 만에 철수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프레쉬는 최근 2년(2022~2023년) 연속 매출 감소하며 실적 부진을 겪은 바 있습니다.
로레알코리아가 수입 유통하는 메이크업 브랜드 메이블린 뉴욕(Maybelline New York)도 올해 상반기 중 국내 영업을 종료하기로 했습니다. 공식 온라인몰은 이미 판매가 중단됐습니다. 소비자가 몰에서 원하는 제품을 선택할 시 쿠팡의 구매 사이트로 연결되는 상태입니다.
1998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메이블린 뉴욕은 최근 젊은 수요층을 겨냥해 브랜드 리뉴얼을 시도하기도 했는데요. 결국 부진한 실적을 이유로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독일 헤어 미용 브랜드 웰라(Wella)의 경우 이미 올해 연초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웰라는 1981년 우리 시장에 진출해 오랜 기간 미용 업계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해 왔지만, 본사의 완전 철수 결정으로 지난 2월부로 제품 공급을 종료하게 됐습니다.
해외 니치 향수 브랜드들도 줄줄이 사업을 접었습니다. LF가 전개한 니치 향수 편집숍 조보이(JOVOY)는 지난해 말 오프라인 매장을 닫았습니다. 또 지난 2023년에는 로레알코리아의 브랜드 아틀리에 코롱(Atelier Cologne) 역시 우리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K-뷰티 성장에 입지 좁아진 해외 브랜드
이처럼 해외 뷰티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 행렬에 나선 것은 상대적으로 우리 뷰티 브랜드들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K-뷰티의 경쟁력은 날로 강화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미국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 미국 화장품 수출액은 17억100만 달러(약 2조5000억원)로 프랑스(12억6300만 달러·약 1조8000억원)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습니다.
아울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발간한 '2025 수출 전망 및 지역별 시장 여건'에 따르면 K-뷰티의 올해 수출액은 작년보다 3~10%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는데요.
이는 K-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나날이 영향력을 확대함에 따라, K-뷰티 역시 빠르게 국제 수준의 품질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데 따른 것입니다. 국내 뷰티 브랜드들이 급성장하면서 우리 시장에서 역으로 글로벌 브랜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사실 과거 주류 화장품 수요층은 가격이 비싸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해외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하지만 K-뷰티의 성장과 함께 우리나라 제품들과 해외 제품들 간의 기술력 차이가 많이 줄면서 우리 고객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기 시작했는데요. 여기에 여전히 K-뷰티 제품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경우가 많은 점도 글로벌 브랜드의 철수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의 보수적 색채가 짙은 점도 빠른 트렌드 변화를 요구하는 젊은 수요층에게 먹히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사실 우리나라 뷰티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만큼 트렌드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며 "특히 최신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경우 규격화된 브랜드 제품들보다는, 개성이 강하고 본인만의 취향이 반영된 우리나라 인디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해외 제품들이 이 같은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점도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K-뷰티 제품들의 점유율이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것은, 제품 자체의 경쟁력 자체도 그만큼 뛰어나다는 의미"라며 "우리 뷰티 시장에서 나날이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풍토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이 이 같은 트렌드에 기민하게 맞춰 대응하는 능력이 (해외 제품들 대비) 더 뛰어난 것 같다. 이는 아무래도 업계가 우리 시장 사정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10월 1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K-뷰티 엑스포 코리아'에서 참관객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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