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6월3일 조기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차기 정부의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방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주무부처와 거버넌스 논의는 물론 망이용대가, AI 투자 진흥에 대한 쟁점들이 공약의 핵심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여야 각계 대선후보 캠프에는 ICT 분야의 전직 관료와 정무직 인사를 중심으로 공약 수립에 돌입했습니다. 전직 장·차관급 고위 인사들과 국회 출신 정책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현안으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역할 조정 문제가 꼽힙니다.
과기정통부 세종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지난 7일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과기정통부를 AI 주무부처로 격상시키고 부총리급으로 승격해 위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유 장관은 "AI와 첨단 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과기정통부가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국민의힘에서는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현직 장관의 의견이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민주당도 AI를 중심 화두에 두고 있습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쓰는 나라 만들기 토론회'에서 "과학기술인공지능부 부총리를 만들어 경제부총리 앞순위에 두고 국가의 목표와 방향을 AI 입국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내에서도 과기정통부 역할 확대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도 과기정통부를 AI 정책 전담 부처로 개편하는 것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선 바 있습니다. 의원실 관계자는 "당론으로 정해진 상황은 아니지만,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AI 로고. (사진=뉴스토마토)
망이용대가 역시 공약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민주당은 최근 미국 무역대표(USTR)의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망이용대가를 반경제적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디지털 주권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습니다. 22대 국회에서 김우영 민주당 의원·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이정헌 민주당 의원은 공정한 망 이용계약 의무를 명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2건을 발의하기도 했는데요. 이들은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입법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입니다. 망이용대가에 대해 국가 디지털 인프라 확충과 투명한 비용 분담을 위한 필수 과제로 보는 셈입니다.
단골 공약인 가계 통신비 인하 역시 이번 공약 경쟁의 중요한 축으로 부각됩니다. 다만 통신사의 AI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지나친 과도한 통신요금 관련 정책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과기정통부가 추진 중인 LTE·5G 요금제 통합과 최적요금제 고지제 도입에 속도를 내는 것이 효율적이란 의견인데요. 통합요금제 출시와 함께 이용자의 통신요금·이용 조건·행태 등을 분석해 사용량에 적합한 요금제를 의무적으로 고시하는 최적요금제를 통해 통신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게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비 압박 보다는 AI 관련 투자를 이끌어낼 공약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3월 발표된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 추진현황. (사진=뉴스토마토)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미국 ICT 규제기관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브랜던 카 FCC 의장은 지난달 공청 절차를 통해 불필요한 규제 전면 폐지를 촉구하고, 통신 인프라 현대화와 혁신 촉진을 도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촉발된 규제 완화 정책을 계승하는 것인데요. 미국 내 기업들이 보다 자유롭고 혁신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차원입니다.
규제에 치우치기보다는 기술의 속도가 빨라지는 환경을 반영, 다양한 최신 이슈들을 공약에 담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AI 거버넌스 체계의 미비, 데이터 거래 활성화, 데이터센터 확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 육성, 제로트러스트 보안 체계 확산, 공공 소프트웨어 발주 체계 개선 등이 차기 정부의 ICT 정책 과제로 지목됐습니다. 보고서는 "국내 AI 관련 연구개발(R&D) 예산 재편과 거버넌스 체계를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며, 데이터 거래 환경과 인프라 문제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ICT 공약은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올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며 "국민경제의 활성화는 물론 산업의 선순환 차원에서도 공약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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