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차철우 기자]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씨가 석방 후 가장 먼저 통화한 당내 인사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윤씨 파면 뒤 서울 한남동 관저를 처음으로 방문한 정치인도 나 의원이었습니다. '윤심'(윤석열씨 의중)을 업은 나 의원은 11일 제21대 대통령선거(대선) 출마를 공식화했습니다. 특히 나 의원 출마 전후로 친윤(친윤석열)계 대선주자들이 잇따라 불출마 선언했는데요. 나 의원이 대선 정국의 다크호스로 부상함에 따라 국민의힘 경선 판세가 새 국면을 맞을 전망입니다.
지난해 6월3일 당시 윤석열씨가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리셉션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사진)
"제일 많이 도와줬다더라"…윤석열, 나경원에 감사 표시
11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윤씨는 지난달 8일 석방된 직후 나 의원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당일 윤씨에게 전화를 받은 유일한 인사라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나 의원은 지난 8~9일 이틀간 이어진 <뉴스토마토>와 의 통화에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서 보니까, (나 의원이) 제일 많이 도와줬다고 말했다"며 이같이 전했습니다.
나 의원은 윤씨 파면 이튿날인 지난 5일에도 한남동 관저에서 윤씨를 만나 1시간가량 차담을 했습니다. 당내 인사 중 가장 먼저 윤씨가 머물던 관저를 찾은 것입니다. 윤씨의 요청으로 배석자 없이 차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자리에서 윤씨는 나 의원에게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해줘서 고맙"고 말했고, 나 의원은 "재판 결과가 좋지 않아 안타깝다"고 위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윤씨는 이 자리에서 나 의원에게 대선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 내부에선 윤석열의 '나경원 낙점설'까지 회자됐습니다. 윤씨와 가까운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씨가 나 의원을 가장 먼저 만난 이유에 대해 "본인의 생각과 일치한 사람은 나경원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나 의원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윤석열씨와 갈등을 빚으며 한때 비윤(비윤석열)계로 분류됐지만, 최근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국면에서 강력히 반대 목소리를 내며 윤심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현재는 당내 확실한 친윤계 인사로 부상했습니다.
당내 친윤계 대선주자들도 나 의원 1명으로 정리가 되는 분위기입니다. 앞서 친윤계 대선주자 중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9일과 10일 대선 불출마를 각각 선언했습니다. 두 사람은 '윤석열 탄핵'에 책임을 지겠다는 것을 불출마 이유로 삼았습니다. 이를 두고 후보 대선주자 난립 속에 친윤계 주자들이 교통 정리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윤심을 등에 업은 나 의원이 대선 출사표를 던지면서 당내 경선의 흐름을 바꿀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국민의힘 1차 대선 경선 룰은 100% 국민 여론조사이지만, 2차와 최종 경선은 '당원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치릅니다. 결집력이 강한 '윤석열 지지층'의 표를 확보하는 게 경선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국회 앞 계단에서 21대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국가세력"·"자유민주주의"…윤 연상케 한 '출마 선언문'
나 의원이 이날 발표한 대선 출마 선언문은 윤씨가 대통령 재임 때 주로 언급했던 내용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특히 나 의원이 "반국가세력",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언급한 부분은 윤씨가 평소 자주 사용했던 표현이었습니다.
나 의원은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누가 이 거대한 악의 세력과 맞서 싸워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느냐, 누가 저 위험한 이재명 대표를 꺾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느냐"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데 늘 앞장서 왔던 저 나경원이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의 본질을 "반자유·반헌법 세력과의 체제 전쟁"으로 규정했습니다.
나 의원은 윤씨 파면과 관련해 "거대 의석의 의회폭주와 기울어진 사법시스템 속에서 우리의 외침은 닿지 못했고, 결국 참담한 결과를 마주해야 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또 파면의 원인도 민주당 탓이라고 했습니다.
나 의원은 회견을 마친 뒤 윤씨의 권유로 출마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 말씀으로 출마를 결심하고 결심하지 않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대통령과 갈등을 일으키는 여당이 돼선 안 된다"며 "오랫동안 당을 기반으로 해서 정치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대선 공약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핵심으로 개헌 추진과 한국형 정부효율부(K-DOGE) 신설, 외국인 근로자 차별임금 도입, 다자녀 부부에게 최대 2억원 지원 등을 제시했습니다. 이날 회견에는 김민전·강승규·한기호·이종배·송언석·이만희·강대식·이인선·박성훈·서명옥·임종득·이종욱 의원 등 주로 친윤계 의원들이 자리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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