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전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주가 폭락으로 지난해의 홍콩 ELS 사태 같은 일이 재발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것입니다. 다만 지수형 ELS 상품들이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요국 주가지수 하락률이 손실 기준선과는 거리가 있어 아직은 여유가 있습니다. 반대로 신규 가입자들은 더 나은 조건으로 시작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고점 찍고 폭락…ELS 손실 우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폭탄에 피격돼 추락하고 있습니다. 10일 잠깐 급반등했으나 “대중국 관세율은 145%”라고 재차 확인한 발언에 반짝 상승은 하루로 마감하고 11일 다시 동반 하락세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불과 한 달 새 어느 나라 증시인지 가릴 것 없이 모두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주식 투자자는 물론 주요국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ELS에 가입한 투자자들도 좌불안석입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지수가 하락할 경우 자칫 손실 확정 기준선인 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 아래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사실 한두 달 전만 해도 주요국들의 증시 분위기는 꽤 좋았습니다. 홍콩항셍차이나기업(홍콩H)지수의 경우 2년 래 최고가 기록을 쓴지 채 4주도 지나지 않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카드에 분위기가 급반전, 최저가로 내리꽂힌 겁니다. 코스피200지수와 일본 니케이225지수의 경우 작년 7월 고점을 찍은 뒤 약세였지만, 최근의 하락세는 약세 조정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지수형 ELS 가입자라면 아직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지수형 ELS 상품들이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요국의 최대 하락률이 손실 기준선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대규모 손실 발생 후 부실 가입 문제가 불거졌던 홍콩 ELS 사태를 떠올리는 투자자들이 많다. 사진은 지난해 4월 3일 홍콩지수 ELS 피해자 모임 회원들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사진=뉴시스)
지수 하락률 20% 안팎…아직 안전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지수형 ELS 상품은 코스피200, S&P500, 유로스톡스50, 니케이225, 홍콩H 등 5개 주가지수를 1~3개 담습니다. 이들 지수의 지난 2년 사이 최고점 대비 최저점 하락률은 현재 20% 안팎입니다.<표 참조>
2023년부터 2024년 1분기까지 기세 좋게 올랐던 일본이 많이 오른 만큼 하락 충격도 커서 26%가 넘는 하락률을 기록 중입니다. 코스피200지수의 경우 오른 것도 별로 없이 23%나 추락했지만 그래도 손실 기준선과는 거리가 멉니다. 지수형 ELS 대부분이 녹인 배리어를 최초 기준가의 60% 이하로 설정하기 때문입니다. 상품 출시 빈도로 본다면 녹인 50% 미만이 훨씬 더 많습니다.
따라서 비록 지수 하락으로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하지는 못하더라도 손실이 확정된 경우는 없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이 하락률은 해당 지수가 최고점일 때 ELS 상품에 가입했다는 전제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여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심지어 주가 변동성이 커서 위험한 종목형 ELS도 아직은 괜찮습니다. 높은 목표수익률을 내세운 종목형 ELS가 주로 담는 테슬라(종목기호 TSLA)의 경우 지난해 12월17일에 기록한 최고가 479.86달러에서 지난 8일 221.86달러로 무려 53.76%나 폭락했는데요.
문제는 테슬라, 엔비디아 같은 종목은 주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최근 1년간 발행된 ELS 상품 중 S&P500, 유로스톡스50, 코스피200, 니케이225 다음으로 테슬라, 엔비디아(NVDA) 기초 ELS 상품이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테슬라 포함 공모형 ELS는 991개, 금액으론 1조5579억원으로 홍콩H 기반 ELS보다 많습니다. 종목형 ELS의 경우 녹인배리어가 더 낮지만 추가 하락할 경우 손실 구간에 들어설 수 있어 밤마다 잠을 설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테슬라 담은 ELS 가입 기회?
이처럼 고점에서 ELS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반면 신규 상품들의 가입 조건은 더 나아지고 있습니다. 주가 하락으로 인해 ELS의 예상위험 대비 목표수익률이 상승했습니다.
최근 청약을 마감한 키움ELS 3367호는 니케이225, 홍콩H, 유로스톡스50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으로 녹인 45%에 목표수익률 연 10.70%를 내걸었습니다. 조기상환조건은 6개월 단위로 평가해 90-85-85-80-80-75%로 설정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시간차를 두고 나온 키움ELS 3379호는 똑같은 기초자산과 상환조건임에도 목표수익률은 연 11.10%로 올랐습니다.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들의 공포는 커졌지만, 새로 출시하는 ELS의 경우 그만큼 낮은 가격에서 시작할 수 있어 덜 위험한데도 수익률은 높아진 것입니다.
또한 이제는 종목형 ELS들도 주가 급락으로 부담이 줄어 눈이 갈 만합니다. 테슬라, 엔비디아 기초자산으로 한 키움 뉴글로벌 100조 ELS 1423회는 녹인 25%에 연 21.50%의 고수익을 기대하는 상품입니다. 6개월 단위로 평가해 각 기간 최초 기준가의 85-85-80-75-70-65% 이상이어도 됩니다. 테슬라의 경우 이미 주가가 반토막 난 상황인데요. 여기에서 3년 동안 추가로 4분의 1토막만 나지 않으면 연 21.50%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엔비디아도 25%는 지켜야 합니다.
‘설마 반의 반토막이 나겠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고수익 종목형 ELS에 관심을 가질 텐데요. 손실 확률이 낮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수익을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종목형 ELS에 관심이 있다면 준비된 자금 중 일부만 할애하고 나머지는 덜 위험한 지수형 ELS로 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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