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커지는 뱃길, 해운 위험관리 '한계'
트럼프 2기 등 불확실성 파고↑
이자·환율·운임·유가·선박가격 변동성
해운업 저시황기 위험관리…한계성
실물시장·해운파생상품 관리, 55%에 불과
운임선도거래(FFA) 활성화 전략 절실
2025-03-20 17:34:05 2025-03-20 17:34:05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확실성 파고로 인한 글로벌 경기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국가 기본 전략산업 중 하나인 해운시장의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자율, 환율, 운임, 유가 및 선박 가격의 변동성이 커진 데다, 해운업 저시황기를 극복할 묘수도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실물시장을 통한 위험관리를 하고 있으나 치명적인 재무위기까지 당면할 수 있는 한계성이 있는 만큼, 파생상품을 통한 위험관리의 균형 전략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20일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319.34에 그치는 등 전주보다 8.1% 하락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불안한 저시황기 위기대응력
 
20일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년 말과 비교해 46.4% 급락세로 반토막 난 상황입니다. 지난 18일 기준으로 건화물선 중 케이프선 운임지수(BCI)도 전일보다 54포인트 하락한 2714를 기록했습니다.
 
파나막스선 운임지수(BPI)는 전일보다 2포인트 상승한 1405를 기록했으나 3월7일 68포인트까지 추락한 점을 고려하면 변동폭이 큽니다. 수프라막스선 운임지수(BSI)도 977로 전일보다 23포인트 올랐으나 3월 첫 주 31포인트 하락한 864와 비교해 변동성이 큰 상황입니다. 앞선 2월에는 765까지 하락한 바 있습니다. 유조선 등의 하락세도 눈에 띕니다.
 
운임은 선사의 수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위험관리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불안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운임뿐만 아니라 유가 불안, 이자율, 환율, 선박 가격의 변동 등 많은 위험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저시황기 운임 방어 등 위기대응력입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국적선사의 위기대응을 고도화하기 위한 한국형 운임지수(KDCI) 기반 상품개발 등 운임선도거래(FFA) 활성화 전략을 내민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해운선사의 가장 큰 위험요소인 운임변동에 대한 효과적 관리 방안으로 손꼽히는 FFA는 대표적인 해운파생상품입니다. 운임파생상품은 운임, 용선료 등을 기초 자산으로 변동 위험을 헤지(hedge)하는 수단으로 쓰입니다. 즉 미래 특정 시점, 특정 선종, 항로의 운임(운임지수), 용선료를 정산하기 위한 선도거래로 미래 가치를 거래하는 겁니다.
 
가령 영국 발틱해운거래소의 발틱운임지수(BDI)를 기준으로 운임 지수의 상승이 예상될 경우 매수하고 하락 예상 땐 매도하는 등 모두 이득의 총합인 제로섬 게임을 얻는 시스템입니다.
 
 
지난 2일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서 수출입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선사들 위험관리 '역부족'…파생상품 꺼려
 
하지만 국내 선사 중 소수의 선사만 FFA를 활용해 위험관리를 하는 수준입니다. 최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129개 선사 중 2023년 매출액 기준 상위 30개 중견선사를 대상으로 위험관리 현황을 파악한 결과, 위험관리 현황 설문 조사에 36%의 선사가 '장기운송계약(COA)이나 정기용선계약(T/C) 등 실물시장을 통한 위험관리만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파생상품을 통한 위험관리와 실물시장의 위험관리를 동시에 하는 곳은 55%에 불과했습니다. 더욱이 파생 상품을 활용해 위험관리를 하고 있는 선사 대부분은 FFA를 포함해 선물, 스와프, 옵션 등 다양한 파생상품을 같이 활용했습니다.
 
다만, FFA 활용 선사는 적다는 게 KMI 측의 분석입니다. 현재 FFA를 거래하고 있는 거래소는 유럽에너지거래소(EEX), 시카고상품거래소 그룹(CME),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ingapore Exchange)가 대표적입니다.
 
선사가 파생상품을 활용하지 않는 원인으로는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 부족, 전문 지식 및 인력 부족, 거래 비용 부담, 규제 및 법적 제약, 파생상품 사용 때 발생할 추가적 리스크 우려 등이 꼽힙니다. 또 실물시장을 통한 위험관리로 충분하다고 판단하거나 과거사용 경험 불만족, 회사 위험관리 정책과의 불일치, 파생상품 시장의 유동성 부족, 경영진의 파생상품 부정적 인식 등도 제시됐습니다.
 
이 중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꼽힌 '파생상품 사용 때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 리스크 우려'는 높은 레버리지와 복잡한 구조로 인해 작은 시장 변화가 큰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예컨대 운임파생상품을 통해 운임 변동을 헤지하려고 하지만 예상과 다른 시장 흐름이 발생 할 경우 오히려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겁니다.
 
 
지난 2월6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선사, FFA 활용 장애요인 해소해야"
 
김한나 KMI 해운연구본부 전문연구원은 "선사들은 파생상품 사용에 대한 위험헤지 방안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변했다"며 "금융기관과의 협력 강화 및 자문 제공, 거래 비용 절감 방안 마련을 중요한 조건으로 답했다. 마지막으로 비슷한 수준으로 전문인력 채용 및 팀 구성 지원, 파생상품에 대한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 제공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전문연구원은 "선사의 FFA 활용 장애요인을 해소하고 FFA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접근 방안이 필요하다"며 "선사들이 파생상품 사용에 대해 추가 리스크 발생을 우려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도입, 거래와 헤지 활동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예기치 않은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파생상품의 구조와 운영 방식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활용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선사들을 위해 실습 중심의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전문 지식과 인력 확보를 위해 정부와 금융기관이 함께 전문인력 양성 및 외부 자문 서비스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안병길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은 "해상운임, 친환경연료, 탄소배출권, 폐선가 선도 거래 등 해양파생상품을 거래할 '국제해운거래소'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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