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도래한 뒤 컨테이너 해상 운임이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에 따라 글로벌 관세 전쟁이 예고되면서 물동량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해운업계에서는 비수기라는 계절적 요인까지 겹쳐 운임지수가 손익분기점 아래로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업계에선 운임이 낮아진 컨테이너선 대신 벌크선으로 사업부문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HMM 컨테이너선박 모습. (사진=HMM)
1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상운임 수준을 알려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1436.30포인트(p)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주대비 78.99p 하락한 수치입니다. 현재 두 달째 내리막을 걷고 있는 SCFI의 1500선이 깨진 것은 지난 2023년 12월 이후 1년 3개월 만입니다.
노선 별로 보면 미주 동안은 1FEU(1FEU는 12m짜리 컨테이너 1개)당 3329달러로 전주 대비 179달러 떨어졌습니다. 미주 서안은 2291달러로 전주 대비 191달러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유럽 노선은 1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당 1582달러로 전주 대비 111달러 하락했으며, 지중해 노선은 77달러 내린 2517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중동 노선은 1TEU당 전주 대비 40달러 내린 975달러, 남미 노선은 348달러 떨어진 2422달러로 나타났습니다.
보통 SCFI는 해운업 비수기 때 떨어집니다. 업계 내에서 1분기와 4분기는 물동량이 적어 비수기로 불립니다. 하지만 SCFI가 지난해 1분기인 1885.74p 대비 23.8% 차이가 나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 지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 1월 발간한 해운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해운업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중국과의 무역분쟁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이같은 무역분쟁이 국제 교역에 악영향을 미쳐 컨테이너선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아울러 올해 컨테이너선 신조 공급도 늘어나 운임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입니다. 향후 SCFI가 1000선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업계는 SCFI의 1000선을 통상적인 손익분기점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도 경기 상황만 보면 운임이 낮아져야 했다. 하지만 2년 전 ‘홍해 사태’로 선사들이 노선을 우회하기 시작하면서 운임이 크게 높아졌던 것”이라며 “경기침체에 더해 트럼프 관세 압박으로 교역량 감소가 실제 일어나면 (지수는) 1000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앞서 지난 2023년 말 발생한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자 글로벌 해운사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선박을 우회 운행하면서 이에 영향을 받아 지수가 크게 오른 바 있습니다. 당초 글로벌 경기가 침체가 시작돼 SCFI가 하락세를 보여야 했지만, 현재까지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은 작년 호실적을 거뒀습니다. HMM은 작년 연간 영업이익 3조512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500.7% 급등했습니다. 그러나 실적을 좌지우지하는 SCFI가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HMM은 벌크선 사업부문을 확장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HMM의 매출 비중 가운데 컨테이너선 사업부문의 비중은 8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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