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이 SK해운 일부 사업부 인수를 추진하면서 민영화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SK해운 사업부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면 HMM의 경쟁력은 강화될 전망이지만 높아진 기업 가치만큼, 인수 후보 찾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란 이유에서입니다.
HMM 컨테이너선박 모습. (사진=HMM)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최근 SK해운 일부 사업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인수 대상은 △원유 탱커선 △액화석유가스(LPG)선 △벌크선 사업부입니다. 거래 규모는 약 2조원으로 평가됩니다.
HMM이 SK해운의 핵심 사업부인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업부만 인수하는 이유는 과거 현대상선 시절 LNG선 사업을 매각할 때 체결한 겸업금지 조항 때문입니다. HMM은 오는 2029년까지 LNG선 사업에 진출할 수 없습니다.
SK해운 인수를 통해 HMM은 실적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현재 HMM은 매출의 약 85%가 컨테이너선 사업에서 나옵니다. 사업이 한쪽에 치우쳐 있어 글로벌 경기와 운임이 변동될 때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이는 구조입니다.
때문에 벌크선과 탱커선 등 포트폴리오를 넓힐 경우 실적 안정성은 현재보다 높아질 것으로 풀이됩니다. HMM도 현재 36척인 벌크선을 오는 2030년까지 110척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SK해운은 지난 2023년 기준 원유선 22척, LPG선 14척, 벌크선 10척을 운영 중입니다. 인수 협상이 끝나면 HMM의 벌크사업 부문의 경쟁력이 강화될 예정입니다.
이번 SK해운 사업부 인수가 현실화되면, HMM의 기업가치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HMM은 작년 역대급 실적으로 몸집이 커졌는데, 한번 더 덩치가 불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이번 인수가 이뤄질 경우 정부의 HMM 민영화 계획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불어나는 HMM의 몸값으로 인수 기업이 한정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HMM은 현재 한국산업은행(33.74%)과 한국해양진흥공사(33.32%)가 총 67.06%의 지분을 보유한 채권단 관리 체제에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공적 자금 회수를 위해 HMM 매각을 추진 중입니다.
앞서 HMM은 지난해 하림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6조원대에 지분 매각을 추진했지만 거래는 최종 무산된 바 있습니다. 이후 HMM 재매각 시점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HMM은 작년 연간 영업이익 3조5128억원을 기록하며 2022년과 2021년에 이어 역대 세번째 호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HMM의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자산은 14조원 수준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HMM이 SK해운을 품어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것은 경쟁력 강화와 안정적인 수익 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긍정적인 요인”이라면서도 “그만큼 자산 가치가 커져 정부의 HMM 재매각 작업 시간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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