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AI 양강체제…한국은 후퇴 조짐?
2025-04-09 15:01:17 2025-04-09 15:01:17
(사진=연합뉴스) 오픈 AI의 챗GPT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전쟁이 격화하면서 관련 시장이 미국과 중국의 양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존재감이 없어 경쟁에 끼지 못하고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요. 10일 토마토Pick에서는 AI 산업을 둘러싼 패권 경쟁국들과 한국의 최근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바짝 추격하는 중국
AI '양강체제' 굳히기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비용 고성능의 추론형 모델을 공개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준 가운데 중국과 미국의 AI 기술 격차가 1년 만에 크게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7일(현지시각) 발표한 'AI 인덱스 보고서 2025'에 따르면 AI 성능 비교 플랫폼 'LMSYS 챗봇 아레나'에서 미중 AI 간 성능 격차는 지난 2월 1.7%에 그쳤는데요. 이는 지난해 1월(9.3%)과 비교해 크게 줄어든 수치입니다. 지난 2월 미국 최고 AI 모델로 평가된 구글이 언어와 사고, 수학 코딩 능력을 종합한 성능 평가에서 받은 점수는 1385점이었는데요. 챗GPT 개발사 오픈AI(1366점)가 그 뒤를 이었으며 중국의 딥시크가 3점 뒤진 1366점으로 이들을 바짝 추격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은 관련 개발 예산을 늘리며 AI 경쟁을 본격화했습니다. 미국은 2024년 전년 대비 63% 증가한 1099억8000만 달러(약 161조8000억 원)를 AI 개발에 투입했으며, 중국은 92억9000만 달러(약 13조6405억 원)를 투입한 바 있습니다.
 
난데없는 '지브리풍' 인기 
고성능 AI 수익화 가능성?
딥시크 R1 모델의 개발비용은 560만달러로 챗GPT의 5%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AI 패권 전쟁의 승자는 한때 중국으로 기우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오픈AI의 챗GPT-4o에 이미지 생성 기능이 추가되며 판도를 흔들었는데요. 생성 기능을 활용해 사진을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 스타일로 바꾸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 것이죠. 앞서 저비용·고효율 딥시크의 등장으로 미국에서는 GPU 기반 AI 인프라 투자가 과도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오픈AI의 고성능 이미지 생성 기능이 기술력의 필요성을 다시금 상기시켰죠. 챗GPT-4o 버전의 유료 회원 가입자가 대거 늘면서 AI를 통한 수익화 가능성도 확인했습니다. 최근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데이터센터의 GPU가 녹아내리고 있다"고 표현할 만큼 폭발적인 트래픽이 서버에 몰린 상황이죠. AI의 방향성이 '가성비'에서 '기술력'으로 전환되는 셈입니다.
다만 이같은 '지브리풍' 이미지의 저작권 침해 여부는 앞으로 매우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과제로 남게 됐습니다. 또한 챗GPT의 이미지 생성 기능이 폭발적 인기를 지속하면서 오픈AI가 수집한 이용자 사진(얼굴) 데이터를 AI 학습에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합니다.
 
한국은 오히려 후퇴 조짐
한편 미중이 AI 산업 양강 체제를 공고히 하는 가운데 관련 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미미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줄곧 이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은 지난해에도 40개의 주목할 만한 모델을 공개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중국은 15개로 뒤를 이었고, 프랑스는 3개였습니다. 한국과 캐나다, 이스라엘 등은 1개에 그쳤죠. 주목할 만한 AI 모델은 △인상적인 발전을 보였거나 △AI 능력 평가에서 기존 모델을 압도했거나 △각종 연구 논문에 많이 이용된 모델 등을 기준으로 미국 AI 연구기관 에포크가 선별하는데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모델이 적은 것과 더불어 한국의 민간 부문 AI 투자액은 최근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2022년 조사 대상 중 6위를, 2023년에는 9위를 차지하는 등 매년 순위가 밀리고 있는 상황이죠. 또한 인구 1만 명을 기준으로 AI 인재의 유입 혹은 유출 여부를 보여주는 AI 인재 이동 지표의 경우 한국은 -0.36을 기록했습니다. 마이너스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AI 인재가 더 많다는 의미인데요. 미국과 독일, 프랑스, 싱가포르 등이 플러스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죠. 그나마 인구당 AI 특허 수는 한국이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지켰습니다. 2023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수는 한국이 약 17.3건으로, 룩셈부르크(15.3건), 중국(6.1건) 등보다 많았습니다.

AI, 전세계적 상향평준화
추론 능력 보완이 과제로
이같은 AI의 글로벌 흥행과는 별개로 AI에 대한 낙관론에 대해서는 지역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83%)과 인도네시아(80%), 태국(77%)과 같은 국가에서는 대다수가 AI 제품과 서비스가 유익하다고 봤는데요. 반면 캐나다(40%)와 미국(39%), 네덜란드(36%) 등에서는 이같은 인식이 상대적으로 저조했죠. 그러나 인식과는 별개로 HAI 보고서는 다른 국가의 AI 모델들도 상당한 발전을 이뤄 '상향 평준화' 추세에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중국의 발전 속도만 이례적으로 빠른 것이란 주장이죠. 그러면서 AI 모델이 복잡한 추론을 요하는 벤치마크에서는 여전히 약세를 보이는 점을 지적하며 "추론 능력을 완벽하게 끌어올리는 게 앞으로 업계의 과제"라고 짚었습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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