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관세…미·중 갈등 '반사이익' 노려야
상호관세 유예, '공포심리 '진정
중국 제외는 한국 수출에 기회
한국산 중간·자본재 의존도 빨라
대미 투자, 당분간 중간·자본재↑
"미 산업 간 상호보완 구조, 협상 활용"
2025-04-13 11:00:00 2025-04-13 11:00:00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상호관세 90일 유예 조치로 공포심리가 진정되는 등 한숨 돌린 모습이나 미국·중국 간 무역전쟁 심화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에 대한 관세부과 유예 제외는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의 우위를 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분석됩니다. 특히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미국 산업과의 연계 강화로 이어지는 만큼, 중간재·자본재 등 반사이익을 노려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13일 산업연구원의 '한국 대미 수출의 구조적 분석'을 보면, 대미 무역수지는 2022년 280억 달러에서 2024년 560억 달러까지 급증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대미 무역 중간·자본재 '증가' 뚜렷
 
13일 산업연구원의 '한국 대미 수출의 구조적 분석'을 보면, 대미 무역수지는 지난 2015년 258억달러를 상회한 후 2020년 166억달러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2년 후인 2022년에는 280억달러, 2024년에는 560억달러까지 급증했습니다.
 
대미 무역수지 급증세는 수입이 감소하고 수출이 크게 증가한 요인이나 기여도면에서 재별의 변화가 뚜렷합니다. 2021·2022년에는 중간재(제품 생산 과정에서 중간 과정의 재료·부품을 의미하는 등 생산자가 제조, 가공, 재판매를 위해 사용)가 증가했으며 2023·2024년에는 소비재(소비개인의 재화 등을 의미) 수출이 무역수지 확대에 기여한 겁니다.
 
연도별 대미 총수출은 지난 2020년 741억달러에서 2022년 1098억달러로 증가했습니다. 2024년에는 1278억달러 규모를 차지한 바 있습니다.
 
2020년 이후 자동차(소비재)를 선두로 중간재·자본재 품목의 수출은 빠른 증가세를 보여 왔습니다. 일반기계(자본재)와 석유제품, 자동차부품, 이차전지, 석유화학 등의 중간재 수출이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소비재 100%인 자동차 수출은 2020년과 비교해 120% 이상 성장한 상태입니다. 2020년 이후의 수출 확대를 주도한 데다, 자본재 비중이 높은 일반기계·선박도 각각 75.3%, 1656% 급증했습니다.
 
지난해 중간재 품목 중 반도체는 106억8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2020년 대비 43.2% 늘었습니다. 석유제품, 이차전지, 석유화학 등 비 정보기술(IT) 중간재들도 2020년 대비 100% 이상 증가했습니다.
 
미국 제조업의 한국산 제품(중간재·자본재) 의존도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생산탄력성(미국 생산이 1%포인트 증가할 때 증가하는 한국산 수출의 비율)을 지난 2016년과 비교한 추정치를 보면, IT 이외 중간재가 1.21에서 1.28로 상향했습니다. IT 중간재는 0.38에서 0.58로 올랐습니다. 자본재의 경우는 2020년 1.05에서 4년 만인 2024년 1.10까지 도달했습니다.
 
박성근 산업연구원 산업구조·정책효과분석실 연구위원은 "우리 자본재와 중간재에 대한 미국 제조업의 생산탄력성 상승은 미국 제조업 생산과 한국의 중간재·자본재의 연계성이 한층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9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대중 견제, 한국산 수입 '의존도↑'
 
아울러 미국의 대중국 견제와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 확대는 미국의 한국산 수입 의존도를 높인다는 분석입니다. 미국이 대중국 무역 제재를 본격화한 2015년경부터 주요 중국산 중간재에 대한 수요가 한국으로 이전됐다는 게 박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미국의 대중 수입 추이(USITC)를 보면, 2015년 5040억달러에서 2019년 4725억달러, 2024년에는 4626억달러로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미 그린필드(신규 설립) 투자금액은 2014년 40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지난해 누적 1300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미국 진출 한국 기업의 누적 수도 2014년 1만1101개사에서 2023년 1만5876개사로 급증했습니다.
 
이는 2017년 트럼프 1기 정부의 보호무역 강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보조금 중심의 투자 유인 정책에 따른 현지 진출 결과입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운영에 필요한 제품의 59%를 여전히 국내에서 조달합니다. 이는 주요 진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박 연구위원은 "최근 우리 기업의 대미 직접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대미 투자 확대, 한국산 산업재 조달, 중간재 및 자본재 수출 증가, 연계성 강화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대미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중간재·자본재 수출 증가세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미국 진출 기업들의 현지 매입 확대에 따라 대미 투자와 미국 산업 간의 연계가 심화되는 양상"이라며 "한국산 중간재와 자본재는 미국 제조업 생산을 뒷받침하는 핵심 투입 요소로 기능해 왔으며 무역수지 흑자의 정당성과 상호보완적 구조를 미국 측에 설득력 있게 제시, 이를 통상 협상의 논리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관세 불확실성 정점 통과에 따라 변동성 확대는 비중확대 기회로 판단된다. 중국 제외 국가들에 대한 관세 협상이 현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글로벌 증시 상승추세 재개가 전망된다"며 "오히려 이번 관세부과 유예에서 중국이 제외됨에 따라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우위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13일 산업연구원의 '주요 품목별 대미 수출 추이'을 보면, 2020년 이후 자동차를 필두로 일반기계(자본재)와 석유제품, 자동차부품, 이차전지, 석유화학 등 중간재의 수출이 규모와 속도 면에서 모두 빠르게 증가했다. (출처=한국무역협회)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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