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제주항공, 사고 여파에 배당 여력 '뚝'…AK홀딩스 지원 차질
분기 배당 등 배당 정관 개정…AK홀딩스 지원 확대 차원
운항 감축·정비사 채용으로 고정비 비중 높아질 듯
안전 강화 등 과제 수행에 배당 계획 실행 미지수
2025-04-07 06:00:00 2025-04-07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4월 3일 15:5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제주항공(089590)이 배당으로 모회사 AK홀딩스(006840)를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항공기 사고 여파를 수습하기 위해 회사의 역량이 안전성 강화에 집중된 까닭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10월까지 운항 편수를 줄이고, 상반기 내 정비사 채용을 늘린다. 이 경우 매출은 줄고 고정비는 커지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줄어 배당 여력도 축소된다. 이에 모회사 AK홀딩스에 대한 지원 가능성도 줄어들 수 있다. AK홀딩스는 과거 차입금으로 제주항공을 지원한 탓에 재무부담이 심화됐다. 이에 정상궤도에 오른 제주항공의 재무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 시점에서 지원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진=제주항공)
 
배당 확대 정책 난관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제주항공 정기주주총회에서 중간 배당 규정을 분기 배당 규정으로 변경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제주항공은 주주의 현금흐름 개선을 위해 분기 배당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분기 배당 도입 전 결손금을 보전하는 등 배당을 위한 사전 준비를 해왔다. 지난해 12월 열린 제주항공 임시주주총회에서 자본준비금을 감액해 결손금을 보전하는 안건, 결손금 보전 후 남은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안건도 가결됐다. 결손금 상태에서는 배당할 수 없고,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야 배당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제주항공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 892억원으로 결손금 상태를 벗어났다.
 
배당을 위한 사전 조치들은 제주항공의 모회사 AK홀딩스에 대한 지원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AK홀딩스는 2020~2022년 대규모 영업적자를 겪었던 제주항공을 살리기 위해 교환사채 등 차입금을 마련해 제주항공을 지원해 왔다.
 
AK홀딩스의 지원규모는 2020년 688억원, 2021년 880억원, 2022년 109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제주항공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배당을 못 했다. 3년간 이익을 내기 어려웠던 제주항공을 지원한 탓에 AK홀딩스의 차입 부담은 커졌다. 지난해 제주항공은 사상 최고 매출을 달성하는 등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배당 정책을 손본 것도 그동안 모회사로부터 받았던 지원을 돌려줘 모회사의 재무 부담을 덜어야할 시점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공개했다. 올해 배당 재개, 2027년까지 배당성향 35% 달성이 주요 내용이다. 다만, 지난해 발생한 사고 여파로 인해 배당이 계획대로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운항편수를 축소하는 등 수익성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 3월29일까지 화물기 사업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안전 강화 기조는 올해 매출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제주항공의 매출 전망을 1조9990억원에서 1조8410억원으로 낮췄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920억원에서 483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안전 강화 기조로 인해 영업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배당 재원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
 
 
 
안전 인력 채용…고정비 비중 증가 예상
 
제주항공은 올해 하반기까지 안전 강화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우선 올해 10월까지 운항 편수 감축이 계속된다. 제주항공은 하계기간(3월30일~10월25일) 평균 운항횟수를 주당 746회로 감축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주당 운항편수는 770회였다. 다만, 수요가 높은 노선은 증편하는 등 노선 재배치를 통해 매출 감소 가능성을 최소화한다. 제주항공은 수익성이 높은 중장거리 노선(싱가포르), 수요가 많은 일본 노선은 하계기간동안 공급을 확대해 수익성을 최대한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비 인력도 확충한다.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신규 정비사 채용 규모는 40명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출이 줄어들고 고정비는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고정비로 분류되는 정비사 급여는 정비비에 포함된다. 정비비 역시 고정비로 볼 수 있다.
 
현재 제주항공의 정비 인력(520명 수준)에서 8%가량 증원된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총비용(1조8559억원)에서 정비비(2546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13.7%로 2023년(11.1%)보다 증가했다. 올해 충원이 이뤄지면 정비비 비중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항공기 엔진 교체도 진행 중이라 총비용에서 정비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안전 강화 기조로 인해 고정비 지출이 늘어나면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배당 재원도 줄어든다. 다만,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최우선 과제가 안전성이 되면서 배당은 차순위 문제라고 말한다.
 
한편 제주항공의 모회사 AK홀딩스는 차입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들어갔다. AK홀딩스는 주력 계열사인 애경산업 매각을 검토 중이다. AK홀딩스의 애경산업 지분율은 63.44%로 지분 가치는 23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측은 연내 배당 개시 가능성에 대해 묻는 <IB토마토>의 질문에 “배당을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둔 상태며, 안전 강화에 집중한 후 여건이 개선되면 향후 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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