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에 인사까지…KT '임현규' 논란 확산
"KT 실세는 임현규…경영지원부문 비대해져"
재고자산 매입·광고에 수조원…코드인사 논란까지
"최순실 국정농단 광고전문가 이동수 채용과 판박이"
임현규 "음해…내부 경영의 문제"
2025-07-15 06:00:00 2025-07-15 06:00:00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정권교체를 계기로 물 밑에서만 떠돌던 KT 관련 의혹이 보다 구체화되며 수면 위로 부상했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민간기업 KT에 대한 윤석열정부의 불법 개입으로, 경영진 교체를 통해 KT를 사유화했다는 의혹입니다. 정부 눈치를 살피던 전·현직 KT 고위 관계자들의 증언도 잇따르면서 특검 수사 필요성까지 제기됐습니다. KT 새노조와 일부 시민단체는 배후로 김건희씨를 지목, '김건희 특검'에 고발장을 접수했습니다. 
 
15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김영섭 현 KT 대표는 통신과는 거리가 있는 구조조정 전문 이력 탓에 당초 KT 대표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이 수차례 좌절되면서 대표 물망에도 없던 그가 KT 수장에 오른 것을 놓고 KT 안팎에서는 정권 차원의 코드 인사로 받아들였습니다.
 
특히 MB(이명박)계로 분류되는 임현규씨가 KT 경영지원부문장(부문장)에 선임, 사실상 실세로 군림하면서 KT는 거센 외풍에 처했다는 게 중론입니다. 이용복 법무실장을 비롯해 추의정 감사실장, 허태원 준법지원실장, 김후곤 컴플라이언스위원장 등 검찰 출신들도 대거 KT에 몸을 담았습니다. 이외에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첫 홍보수석을 지냈던 최영범 전 수석은 KT스카이라이프 사장을,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물심양면 도운 것으로 알려진 자승(본명 이경식) 스님의 동생은 KT스포츠 대표를 꿰차는 등 보은 인사 논란도 거셌습니다.  
 
MB계 임현규, KT 실세로…인사 잡음 논란 
 
이들 중에서도 가장 논란을 산 이는 임현규 부사장입니다. 연간 수 조원 규모의 공급망관리(SCM)를 비롯해 광고와 대관 등을 주무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불합리한 인사의 배후에도 어김없이 그의 이름이 등장했습니다. 복수의 KT 전·현직 고위 관계자들은 "임현규 부사장이 경영지원부문장에 앉은 직후 광고, SCM 등에서 차례로 인사권을 행사했다"며 "정권 코드에 맞는 인사가 돈을 주무르는 부서를 장악하며 사실상 KT 실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임 부사장은 앞서 2013년 퇴진론에 시달리던 이석채 KT 전 회장이 KT 비즈니스서비스추진실장(부사장)으로 영입했지만 박근혜정부 눈에 찍힌 탓에 수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후 윤석열정부 들어 KT에 재입성한 인물입니다. 임 부사장은 복귀 직후 임원급 인사부터 손을 댔는데요. 지난해 1월 광고를 담당하는 기업이미지담당을, 같은 해 5월에는 SCM담당인 구매실장을 자리에서 내보냈습니다.
 
당시 이들은 부근무발령을 거쳤다가 교육파견으로 정리되거나 자회사로 자리를 옮겼는데, 이에 대해 KT 전·현직 관계자들은 "개인 실책이 아니라면 인사가 날 수 없는 시기"라면서 "개인의 실책으로 인한 인사였다면 교육파견이나 자회사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내부 인사 규정상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이들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물러났습니다. 이 중 기업이미지담당 자리와 관련,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기존에 광고업무를 해오던 곳을 빨리 바꾸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기존 계약상 더디 진행할 수밖에 없자 내쳐진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SCM담당이 바뀐 배경에는 정권 실세 이름들도 거론됩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각 사업본부에서 진행하던 구매 업무를 구매실(SCM) 관리 하에 운용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당시 구매실장보다는 정치권에서 후보로 추천하는 이를 등판시키는 것이 낫겠다 결정했고, 결국 둘 간 자리 교체가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새로 구매실장에 앉은 사람은 고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측근으로 알려졌으며, 이관섭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KT에 입김을 행사했다는 주장도 더해졌습니다. KT는 올해 초를 기점으로 모든 구매를 구매부서 관리 하에 진행하도록 변경, 구매실의 권한이 비대해졌습니다. 
 
임현규 "음해…낙하산, 나와 상관없는 일"
 
결과적으로 예산이 집중되는 자리에 임현규 부사장과 호흡이 맞는 이들이 자리하게 됐다는 게 전·현직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인데요. 앞서 KT는 임 부사장이 복귀한 2023년 11월을 기점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는데, 개편 역시 경영지원부문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전개됐습니다. 경영기획과 경영지원을 통합해 현재의 거대 경영지원부문을 만들었는데요. 기존 경영기획·지원 소속이던 인재실과 재무실, 전략실은 대표 직속으로 분리하고, SCM을 신설된 경영지원부문에 붙였습니다.
 
현재 KT의 경영지원부문은 대외협력(CR실)·홍보실·구매실(SCM)·ESG경영추진단을 관장합니다. 광고를 총괄하는 브랜드전략실도 포함됩니다. KT는 지난해 7월 수시인사를 통해 그룹 브랜드와 기업 이미지 전략을 수립하는 담당 조직을 브랜드전략실로 격상, 경영지원부문 힘을 더 키웠습니다. 경영지원부문은 수 조원의 대규모 예산을 다루는데요.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T는 재고자산 매입에 3조5267억원이 투입됐고, 광고선전비로는 1692억원을 썼습니다. 
 
이에 대해 전직 KT 고위 관계자는 "황창규 KT 전 회장이 청와대 청탁으로 광고전문가 이동수씨를 채용했던 모습과 닮아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동수씨는 KT에서 광고를 담당하는 IMC본부장에 위치, 당시 비선 실세로 꼽히던 최순실 소유의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를 몰아줬던 것으로 알려진 바 있습니다. 
 
이외에도 임 부사장의 인사 전횡은 곳곳에서 나타났다는 것이 전직 KT 고위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입니다. 이들은 "임 부사장을 보조한 것으로 알려진 김모씨는 지난해 그룹의 e스포츠 구단인 KT롤스터 단장으로 활동하며 비리를 저질렀지만, 휴직 후 구매실 물류팀으로 배치됐다"고 말했습니다. 자승 스님 친동생인 이호식씨가 KT스포츠 대표로 앉는 과정에서도 임 부사장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KT 전·현직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임 부사장은 '음해'이자 '내부 경영의 문제'라며 불편함을 내비쳤습니다. 그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더 나은 사람을 앉히는 것에 대해 판단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은 경영자의 몫"이라며 "정치적으로 줄을 서거나 정권 관련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일은 없다"고 했습니다. 또 "인사위원회, 경영위원회, 최종결정권자가 결정할 문제로, 낙하산 문제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광고나 SCM은) 경쟁 구조를 만들어 협력업체들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긴장을 만들어 내게끔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입찰 방식을 변경했을 뿐 특정업체를 밀어주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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