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상장사의 IR 활동, 이제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
2025-07-15 06:00:00 2025-07-15 06:00:00
2025년 들어 한국 상장사들의 IR(Investor Relations) 활동이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IR 개최·예고 공시 건수는 66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47건)과 비교하여 100건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우연한 현상이 아니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과 함께 상법 개정, 상장폐지 기준 강화 등 자본시장 전반에 걸친 구조적 개혁이 진행되면서 IR 활동에 대한 요구가 급격히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사들이 직면한 변화의 속도는 매우 급진적이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상장폐지 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 유지를 위한 시가총액 기준은 현재 40억 원에서 2028년까지 300억 원으로 7.5배 상향 조정된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기업가치를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장사들로 하여금 상장유지를 위한 홍보 및 주주 소통 활동에 나서도록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한편,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주주 참여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급격히 증대되고 있다. 과거 기업들이 중요한 경영 결정을 내릴 때 주주들에게 사후 통보하는 것으로 충분했다면, 이제는 사전에 충분한 소통과 설명을 통해 주주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특히 합병, 분할, 유상증자, 신사업 진출 등 주주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에서 이러한 요구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작년부터 금융감독원은 분할, 합병 등 중요한 구조 재편을 앞둔 기업들에게 '주주와의 소통'을 증권신고서 통과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 속에서 IR 활동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과거 다수의 코스닥 상장사들이 IR 활동을 비용 부담으로 인식했던 관행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지 않는 한 정보 획득에 제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정보 불균형 현상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더욱 명확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이 '주주와의 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기업이 적극적인 주주 소통을 통해 기업 가치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제 IR 활동을 충실히 수행할 수 없는 상장사는 상장사로서의 적격성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IR 활동에 대한 인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한 홍보나 마케팅 활동이 아닌 기업 가치 제고의 핵심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적극적인 IR을 통해 기업의 현재 가치와 미래 비전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불합리한 저평가를 예방하는 것이 상장사의 '밸류업' 전략의 핵심이며, IR은 더 이상 비용이 아닌 필수적인 투자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의 변화와 별개로 IR 활동에 소홀한 기업들의 현황을 살펴보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2년간(2022~2023년) 기업공개(IPO) 방식으로 상장한 일반기업 152곳 중 44.7%(68곳)가 IR 미개최 상태라는 통계는 심각한 문제를 시사한다. 일부 기업들은 IR 전담 인력이 부재할 뿐만 아니라 증권사 커버리지 부서의 리포트 발행 중단이나 기관 기업탐방 요청 거절 등의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이 향후 직면하게 될 현실은 매우 엄중하다.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 하에서 시장의 관심을 확보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가총액 유지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며,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상황에서 상장폐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도 소액주주의 지지 확보가 어려워지고, 행동주의 펀드 등의 적대적 M&A에 취약한 상태에 놓일 수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변화는 단순한 제도 개편을 넘어선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현 정부의 '코스피 5000 시대' 진입 목표와 함께 추진되는 일련의 개혁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사회적 요구가 구체적인 제도로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글로벌 ESG 경영과 주주자본주의 강화라는 국제적 흐름과도 일치하는 방향이다. 
 
IR 활동에 대한 요구 증대는 더 이상 가역적이지 않은 시대적 흐름이다. 상법 개정, 상장폐지 기준 강화 등 최근의 모든 변화가 주주 권익 보호와 투명한 기업 경영이라는 동일한 방향을 지향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IR 활동이 위치하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기업들이 더 이상 IR을 선택적 부가 서비스로 간주하지 않고, 기업의 장기적 가치 창출을 위한 필수적 투자로 인식하는 근본적 사고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윤태준 액트 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소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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