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 가지에 앉아 주변을 살피는 파랑새. 청록색 깃털이 선명하게 보인다.
동화 『파랑새(The Blue Bird)』를 아시나요? 벨기에의 시인이자 극작가이며,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모리스 마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가 쓴 이 동화는 틸틸과 미틸 남매가 행복을 상징하는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긴 여정이 담겨 있습니다. 시간의 안개를 뚫고, 과거의 세계를 넘나들지만 남매는 그 어디에서도 파랑새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그러다 끝내 집으로 돌아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랑새가 집 마당 새장 안에 있었다는 사실은 발견하게 됩니다. 어디에도 없고 또 어디에나 있던 동화 속 파랑새와 이름이 똑같은 파랑새, 우리나라에서는 이맘때 만날 수 있답니다.
파랑새(Eurystomus orientalis, Oriental Dollarbird)는 주로 5월부터 9월까지 한반도를 찾아옵니다. 대부분의 여름철새가 번식을 끝마치는 6~7월 무렵에 늦깎이로 둥지를 틀기 시작하지요. 딱다구리나 까치, 소쩍새 등이 사용하던 빈 구멍을 차지하거나 아직 주인이 떠나지 않은 새를 내쫓고 그 둥지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몸길이는 약 29cm 정도로, 윤기 나는 청록색 깃털과 붉은 부리가 선명하게 눈에 띕니다. 햇볕이 비스듬이 내려앉은 가지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깃털은 푸른색과 남색, 보라색을 오가는 오묘한 색이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깃털의 빛깔에 착안해 ‘파랑새’라고 불리지만, 문화권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립니다. 영어로는 ‘달러버드(Oriental Dollarbird)’라고 하는데, 날개에 동전처럼 둥근 반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어로는 ‘삼보조’라고 하는데, 이 이름이 불교의 삼보(三寶), 즉 부처(佛)와 법(法)과 승려(僧)를 상징한다고 풀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깃털의 세 가지 빛깔이 어우러진 모습에서 비롯했다는 견해가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각기 다른 시선으로 다르게 불리지만, 실제로 이 새를 만났을 때 빛깔에 매료되기보다 울음소리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둥지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주변을 살피는 어린 파랑새. 어미와 달리 아직 부리 색이 짙다.
그 울음소리를 처음 만난 것은 어느 한여름 오후였습니다. 맑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꾀꼬리를 찾아 무턱대고 쌍안경을 들고 나선 날이었습니다. 오솔길 옆 나무 위에서 “켓켓켓” 하는 거칠고 기괴한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볕이 내리쬐는 나무 꼭대기에 푸른 빛이 나는 새들이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파랑새였습니다. 초록으로 가득한 숲에서 이 새를 우연히 마주한 기쁨도 잠시, 파랑새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거칠고 요란한 울음소리에 흠칫 놀라 걸음을 멈췄습니다. 심지어 파랑새들은 근처에 앉아 있던 다른 새들을 쫓아내며 왁자지껄하게 떠들다가 숲 저편으로 사라졌습니다. 정신 산란한 그 장면을 지켜보다가 애초에 찾으려 했던 꾀꼬리 노랫소리는 어느새 잊고 낯선 울음소리만 기억에 남았습니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던 길 위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다른 새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무언가를 찾으려 애쓰던 마음을 내려놓고, 잠시 멈춰 서서 그 존재를 바라보게 됩니다. 동화 속 틸틸과 미틸이 긴 여정 끝에서 결국 곁에 있던 파랑새를 발견하고, 제가 솦속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인상적인 소리로 울던 파랑새를 만났던 것처럼 이 계절, 여러분들만의 파랑새를 만나보면 어떨까요?
김용재 생태칼럼리스트 K-wil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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