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김성은·김유정 기자]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때 계엄군이 국회에서 사용한 케이블타이가 '체포용'으로 확인되면서 오는 4일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씨 탄핵심판 선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당시 계엄군에게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윤씨 측의 발언과는 배치되는 내용인 만큼, 이번에 체포용으로 드러난 케이블타이의 용도가 향후 윤씨의 내란 혐의를 입증할 중요 단서로 떠올랐습니다. 윤씨를 파면해야 한다는 야권의 주장에도 한층 더 힘이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윤석열씨가 지난 2월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김현태, 줄곧 "문 봉쇄용" 주장…민주 "체포용" 반박
1일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영상에는 국회에 투입된 육군특수전사령부 소속 707특수임무단(707특임단)이 집단으로 본지 기자를 포박하려고 시도한 장면이 담겨있습니다. 해당 영상을 보면 707특임단이 국회에 들고 온 케이블타이가 '문 봉쇄용'이 아닌 '체포용'이라는 게 확인됐는데요. 하지만 김현태 특임단장은 줄곧 케이블타이를 두고 "문 봉쇄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두고 민주당에선 케이블타이가 "체포용"이라며 반박했습니다.
김 특임단장은 지난해 12월9일 기자회견을 열고 케이블타이는 '인원 포박용'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김 특임단장은 "인원을 포박할 수 있으니, 케이블타이 이런 것들을 원래 휴대하는 거지만 잘 챙기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나 지난 2월6일 윤석열씨 탄핵심판 6차 변론 증인으로 헌법재판소에 출석해 케이블타이는 국회의 문을 걸어 잠그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사실을 바꿔 말했습니다. 김 특임단장은 케이블타이를 언급하며 "분명히 부하들에게 (국회를) 봉쇄하기 위해 문을 잠가야 하는데 케이블타이를 넉넉하게 챙기라고 했다. 문을 봉쇄할 목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2월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태 특임단장이 헌법재판소와 국방위에서 군용장구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코브라 케이블타이 이게 문을 잠그는 용이냐, 이걸로 문을 잠글 수 있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박 의원은 지난 2월 21일 국회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4차 청문회에서도 707특임단이 '포박용' 케이블타이를 휴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의원은 직접 가져온 타이로 묶는 방법을 시연하면서 "케이블타이는 사람을 묶도록 설계된 것이기 때문에 문을 봉쇄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21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서 케이블타이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케이블타이는 수갑 역할"…포고령과 함께 '탄핵 근거'로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케이블타이를 포박용으로 소지했던 증거는 윤씨에 대한 탄핵 심판과 향후 전개될 내란죄 재판의 '중요 단서'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윤석열씨가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의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입증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씨는 2월26일 헌재에서 진행한 최후변론에서 "정말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의원 체포 시도를 부인했습니다. 다만 이번에 민간인 결박 시도 영상이 드러난 이상 윤씨 탄핵 심판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정치인 체포 지시' 여부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포고령 제1호'의 위헌·위법성과 맞물려 윤석열 탄핵 심판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계엄사령부는 정치활동 금지, 언론·출판 통제, 집회행위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포고령을 발표했습니다. 비상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국회의 권한까지 막았다는 점에서 헌법과 법률 위배 소지가 있습니다.
또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을 체포하려 했다는 논란도 사실에 부합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앞서 검찰은 선관위 직원 체포조가 준비한 케이블타이, 송곳, 안대, 포승줄, 야구방망이, 망치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케이블타이를 체포용 목적으로 사용한 것을 보면 송곳과 야구방망이 등을 이용해 선관위 직원들을 위협함으로써 '부정선거'에 대한 실토를 받아내겠다는 계획도 현실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회 내란 국조특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의원과 법조인 출신 의원은 해당 영상이 탄핵 심판과 내란죄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국조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계엄군이 들고 있던 케이블타이에 대해 "수갑 역할 아니냐"며 "(탄핵 심판에서) 아마 증거물로 채택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조특위 위원이었던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하나의 증거가 쌓이는 셈"이라며 "단순히 질서 유지를 위해 군 병력을 국회에 진입시킨 게 아니라는 하나의 증거가 된다"고 했습니다.
검사 출신인 이건태 민주당 의원도 "(윤석열) 탄핵소추 사유는 5개 쟁점이 있다"며 "마지막 쟁점이 정치인과 법조인 체포로, 케이블타이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것은 정치인 체포의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해당 영상이 탄핵 심판에 추가 증거로 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변론 종결 이후이기 때문에 정식 증거로 채택은 안 될 것"이라면서도 "간접적인 영향은 충분히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박주용·김성은·김유정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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