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 매물로…애경그룹, 생존 모드 돌입
그룹 모태 애경산업 매각 검토 배경에 관심
생활용품 시장 성장성에 한계 판단한 것으로 풀이
최대한 유동성 확보하는 선제적 조치로 해석
2025-04-02 15:59:43 2025-04-02 20:58:33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재계 서열 62위인 애경그룹이 그룹의 모태이자 핵심 계열사인 애경산업을 매물로 내놓은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애경그룹은 오랜 기간 애경산업을 주축으로 안정적인 내수 시장을 확보해왔지만, 최근 생활용품 유통 시장의 침체와 제주항공 참사 등 요인으로 재무구조 악화 국면에 빠지며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요. 애경그룹이 그룹 대외 이미지 제고에 있어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했던 애경산업을 매물로 내놓은 것은, 단순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넘어 최근 위기를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선제적인 생존 모드에 돌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애경그룹, 모태 회사 애경산업 매각 검토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지주회사인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등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3.38%를 처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애경그룹은 최근 삼정KPMG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가는 6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현재 4000억원에 근접한 애경산업의 시가총액에 경영권 프리미엄, 보유 자산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금액입니다.
 
지난 1954년 애경유지공업으로 설립된 애경산업은 생활용품 및 화장품 사업을 주축으로 전개하며 그룹의 뿌리로 여겨져 온 바 있는데요. 생활용품 브랜드인 '케라시스'를 비롯, 화장품 '루나', '에이지 투웨니스(Age 20's)' 등이 모두 애경산업 제품입니다.
 
애경산업의 수익 구조는 비교적 안정적인 편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지난해(12월 말일 기준, 이하 동일) 연결 기준 매출 6791억원으로 전년(6689억원) 대비 1.53% 증가했습니다. 또 영업이익은 468억원으로 전년(619억원)보다 32.28% 줄었지만 흑자 기조는 유지했는데요.
 
이처럼 애경그룹이 주요 그룹 캐시카우인 애경산업의 매각을 검토하는 것은 최근 악화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섭니다. 실제로 AK홀딩스의 부채총계는 △2022년 3조7220억원 △2023년 4조207억원 △2024년 4조918억원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지난해 자본총계는 1조2450억원 수준에 불과해 부채비율(부채총계를 자본총계로 나눈 비율)이 무려 328.65%에 달합니다.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은 100% 이하일 때 이상적인 것으로 간주되는데, AK홀딩스는 이 수준을 훨씬 상회합니다.
 
생활용품 성장 동력 한계 직면…유동성 확보 총력 움직임 해석
 
사실 이 같은 애경산업의 매각 움직임은 어느 정도 예견됐습니다. 앞서 지난달 31일 열린 AK홀딩스의 정기주주총회에서 고준 AK홀딩스 대표는 "단기적으로 주가 부진 국면을 쉽게 벗어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올해 애경그룹은 뼈를 깎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고준 대표의 발언은 사실상 주요 계열사 매각을 포석에 둔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특히 고 대표는 현재 애경그룹의 문제점으로 미래 성장 동력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실제로 애경산업이 주축으로 전개하는 생활용품 및 화장품 사업은 업계에서 점차 사양 산업으로 인식되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해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현상이 강해졌고, 극심한 내수 침체로 오프라인 유통 업황 자체가 힘을 잃은 점도 애경산업의 어려움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말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그룹 전체 신뢰도를 낮추고 주가를 떨어뜨린 점도 애경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를 촉발했다는 분석입니다. 사고 이후 수만건의 예약이 취소가 빗발쳤고, 이로 인해 제주항공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순위도 3위로 밀려났습니다. 특히 주가가 더 떨어질 경우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들어올 수 있는 점도 위협 요소입니다.
 
결국 아직까지 견조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애경산업의 상태가 양호할 때 매각해, 최대한 유동성을 확보하자는 것이 애경그룹의 복안으로 풀이되는데요. 이와 관련해 애경그룹은 애경산업뿐만 아니라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 소재 골프장인 중부CC 매각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애경그룹이 애경산업의 매각을 검토하는 것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생활용품 시장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진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시장 공략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고, 무엇보다 화장품 산업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밀려들어오는 탓이 크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교수는 "게다가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고, 유통 업황의 성장이 정체되면 추후 생활용품 시장은 더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확실히 애경그룹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은 맞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애경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기 위해 애경산업의 매각을 비롯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확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애경 사옥 외관 모습. (사진=애경산업)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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