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은 쿠팡이 사회적 합의 기준을 위협하고 국민과 노동자 모두를 기만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23일 발표했습니다.
택배노조는 보도자료 배포와 보여주기식 시설 몇 개를 통해 실상을 호도하는 것은 물론, 반노동적 운영 방식을 고집하며 업계 전반의 생태계를 악화시키는 쿠팡에 대해 자성이 필요하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이달 16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냉방시설이 설치된 쿠팡 서울 양재도 서브 허브를 방문한 후, 쿠팡은 해당 현장을 모범 사례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는데요.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실제 노동 현장을 감춘 채 만들어지는 '보여주기식 연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의원들이 방문한 곳은 냉방시설이 갖춰진 일부 구역에 불과하고, 바로 길 건너편 상차장에서는 수많은 택배 노동자들이 여전히 폭염 속에서 분류 작업을 감내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쿠팡이 '혁신'이라 자랑하는 배송 시스템은 실제로는 과로와 무임금 노동, 다회전 배송, 프레시 백 회수, 분류 작업 등 온갖 공짜 노동을 택배 기사에게 전가하는 착취 시스템"이라며 "여기에 대리점 재계약 평가지표(SLA)를 앞세운 페널티까지 더해져, 기사들은 끊임없는 압박과 통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조 측은 '택배 없는 날'조차 쿠팡에게는 의미가 없으며, 효율성 및 속도라는 키워드 뒤로 노동자의 고통스러운 일상이 가려져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특히 노조는 쿠팡이 이 같은 반노동적 운영 방식을 고집하면서 업계 전반의 노동 환경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는데요. 쿠팡발 속도 경쟁은 다른 택배사들까지 무리한 효율과 비용 절감에 내몰리게 만들고, 어렵게 마련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기준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노동 환경 개선에 나선 다른 택배사들과 달리, 쿠팡은 이를 외면한 채 최소한의 책임조차 다하지 않고 있다고도 짚었는데요.
택배노조 관계자는 "쿠팡이 진정한 모범 사례가 되기를 원한다면 보도자료 배포나 냉방기기 몇 대가 아닌 실질적 제도 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과로, 무임금 노동 해소, '택배 없는 날' 전면 시행, 분류 작업의 완전한 분리, 공정한 수수료 체계 마련, 상시 해고 제도 클렌징 완전 폐지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쿠팡은 더 이상 사회적 합의 바깥에 머무를 자격이 없다. 지금 당장 참여하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택배노조는 쿠팡이 말이 아닌 실천으로 진정한 변화를 보일 때까지 감시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중구 한 쿠팡 차고지에 배달 차량이 주차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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