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공포’ 전세계 덮쳐…현금·배당주로 대피
관세 전쟁 현실화…글로벌 증시 동반 하락
최후 보루 연준에 시선…“일단 피했다가 복귀”
2025-04-02 06:00:00 2025-04-02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기자] 미국이 상호관세 시행을 예고, 글로벌 관세 전쟁은 돌이킬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국내에선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 선고일을 지정, 큰 변수 중 하나는 제거될 예정이지만 인용과 기각 어느 쪽이든 정국의 혼란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경제성장이 둔화된 가운데 관세 부과로 물가 상승이 예상돼 그만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커졌는데요. 연방준비제도(Fed)가 전 세계의 우려를 덜어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현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배당주 등으로 대피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저성장·고물가 지표로 확인…금만 뛰네
 
31일(이하 현지시간) 캐롤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2일로 예고한 국가별 상호관세 시행에 예외가 없을 것이라고 재확인했습니다. 이에 관세가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란 우려는 더욱 명확해졌고 자산시장이 이를 실시간으로 반영, 우리 시간으로 1일 오전 11시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금 선물가격(6월만기)은 트로이온스당 317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현재 금 시세는 매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중입니다. 
 
물가 상승 우려를 선반영했던 미 국채금리(10년만기)는 4.2%대 초반으로 내려앉았습니다. 미국채는 지난해 9월 중순 3.5%대까지 하락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커진 후부터 가파르게 상승해 지난 1월13일엔 장중 4.8%를 넘기도 했습니다. 다만 관세 정책은 경제 성장 둔화 우려를 함께 키워 연준의 대응을 예상한 시장의 대응에 다시 4.2% 부근까지 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증시는 우려를 선반영할 뿐 아니라 시시각각 나오는 경제지표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엔 소비지표가 주가를 끌어내렸습니다. 28일 발표된 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지수가 시장의 예상을 웃돌아 인플레이션 우려를 확인시켜 준 데다, 미시간대의 소비자심리지수 또한 2022년 9월 이후 최저치로 하락해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켰습니다. 이번주엔 1일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3일엔 서비스업 PMI 발표가 차례로 예정돼 이에 따른 출렁임도 예상됩니다.
 
매크로가 흔들리는 상황에선 증시 참여자들도 확신을 갖기 어렵습니다. 이번 주 미국 증시 역시 소폭 상승으로 출발해 지난 주말의 충격을 조금 회복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기술주들이 모여 있는 나스닥시장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저성장과 고물가 상황을 이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이른바 ‘S의 공포’는 이렇게 금융시장과 자산시장을 흔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는 4일엔 미국 노동부가 3월 고용보고서를 발표합니다. 또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날 경제전망에 관한 연설이 예정돼 있습니다. 파월 의장도 트럼프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에 우려를 나타낸 바 있어 물가 위주의 금리 정책에 변화를 암시할 발언이 나올지 주목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은 물가보다 경제에 무게를 조금 더 실어 금리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현재 페드워치(FedWatch)는 5월 기준금리 동결 확률을 높게 보면서도 6월엔 0.25%포인트 내릴 확률이 더 큰 것으로 가리키고 있습니다. 물론 이 수치는 그 사이 나올 각종 실물지표와 정책 당국자의 발언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지만 시장의 분위기는 경제성장 둔화, 경기침체 부담을 더 크게 받아들이는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를 앞둔 1일 경기도 평택항내 자동차 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확인 후 매수해도 늦지 않아”
 
미국에서 분 바람은 전 세계 증시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유럽 증시가 4거래일 연속으로 크게 하락했고 아시아 또한 일본과 대만이 4%대 급락세를 보이는 등 함께 출렁였습니다. 한국의 경우 관세 폭풍 외에도 헌재의 대통령 탄핵 선고가 늦어지면서 불안감이 배가된 상황입니다. 게다가 주초부터 전 종목 공매도가 재개돼 하방 투자자들에 의해 악재가 부풀려질 수 있는 환경도 갖춰졌습니다. 
 
3월 우리나라 수출액은 582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15대 품목 중 선박,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반도체, 자동차 등 7개 품목의 일평균 수출이 증가했고 석유화학제품, 철강, 2차전지 등은 감소했는데요. 수출 증가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이 관세 시행 전 가수요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이날 헌재가 길고 긴 심의를 마치고 탄핵 선고일을 지정했단 소식이 전해져 주가가 올랐는데요. 오는 4일 헌재가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다고 해도 정국 불안은 이어질 전망이어서 악재가 깔끔하게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엔 금융시장은 물론 온나라가 격랑에 빠져들 수 있어 대단히 위험합니다. 
 
이같은 위험을 보여주는 지표가 환율입니다. 지난해 9월 말 달러당 1300원에 근접했던 원달러환율이 어느새 1470원을 넘어 1473원을 찍었습니다. 서울외국환시장 주간거래가격 기준으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최고점입니다. 환율이 다시 꺾이기 전까지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끝났다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통령 탄핵은 한국이 넘을 산이고, 큰 흐름은 미국발 변동성에 달려 있습니다. 일단 오는 2일 상호관세가 시행되는 것과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더티 15’에 포함됐느냐가 중요합니다.
 
이에 투자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은 잠시라도 현금 비중을 늘리고 주식시장을 멀리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슈퍼개미 A씨는 “경험 많은 투자자라면 이럴 때 눈여겨보던 주식을 매수할 기회로 볼 수 있겠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손실이 커지기 쉬운 상황”이라며 “현금 들고 당분간 시장을 떠나 있다가 변동성이 잦아든 후에 매수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매수 후보를 고를 땐 나라와 경제가 요동쳐도 실적을 낼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장보다 기업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글로벌 전문가들도 보수적인 접근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의 유명 리서치업체 울프리서치는 기술주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고배당주를 선택하라며 버라이즌(통신), 푸르덴셜(보험), 브리스톨마이어스(의약품·화장품), 뱅크OZK(지역은행), 필립모리스(담배) 등을 추천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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