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SK증권 일부 주주들 "이사 보수 과하다" 3년째 반대의견
대부분 100% 찬성이 많아…1~2% 미만이 대부분
실적 악화·배당·경영진 대상 불만 등 표출
"반대 비율 미미하지만 외면해서는 안돼"
2025-04-01 06:00:00 2025-04-01 06:00:00
[뉴스토마토 이보라·김주하 기자]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 총액 안건에 반발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증권업계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대해 부결된 사례는 없지만, 한화투자증권(003530)SK증권(001510) 등 일부 회사에서 10% 안팎의 반대율(기권 포함)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연금도 올해 주총에서 일부 증권사의 이사 보수 한도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습니다. 이사 보수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을 회사가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31일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회사 공시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이 지난 19일 개최한 주총에서 30억원의 이사 보수 한도 안건에 대한 반대율(기권 포함)이 11.4%로 집계됐습니다. 해당 안건은 88.6%의 찬성률로 가결됐습니다. 2023년과 2024년 주총에서도 같은 내용의 이사 보수 한도 안건 반대율은 각각 9.7%, 9.6%였습니다. 
 
27일 열린 SK증권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 안건(63억원)에 대한 반대율은 7.5%로 집계됐습니다. 해당 안건은 한화투자증권과 마찬가지로 92.5%의 찬성률로 가결되긴 했습니다. 다만 2023년과 2024년 열린 SK증권 주총에서 관련 안건에 대한 반대 비율은 각각 4.36%, 7.77%로 꾸준히 나오는 추세입니다. 
 
이사의 보수는 주총에서 보수 총액 한도만 승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증권사(기업)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 안건은 주로 100% 찬성률로 가결되곤 합니다. 올해만 해도 △IBK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의 주총서 해당 안건은 100% 찬성으로 가결됐고 △다올투자증권 △삼성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에서도 일부 반대 표가 나오긴 했지만 반대율은 1~2% 미만에 불과합니다. 이 안건에 대해 반대표가 나오는 증권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반대율이 10% 육박하는 비율이 3년째 지속되는 곳은 이 두 곳 뿐입니다. 
 
양사의 이같은 주주들의 반대 여론은 실적 악화와 무관치 않습니다. 한화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최근 3년새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두희 대표가 연임되었고, 2022년부터 이어온 무배당 기조가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SK증권 역시 실적 및 주가 하락에 대한 주주들의 원성이 자자한 상황입니다. 특히 최근 주주총회에서 보통주 1주당 1원, 우선주 1주당 6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주주게시판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습니다. SK증권 주주게시판에는 "SK증권처럼 우하향하는 증권사는 없다, 연임안 가결이 투명한 투표였을까" 등등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연대하자는 움직임도 감지됩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13억7800만원의 보수를 5명(등기이사2명·사외이사3명)에게 지급했습니다. 1인당 평균금액은 2억7600만원입니다. 이 가운데 등기이사 1인당 5억6200만원을, 감사위원은 1인당 8500만원을 지급했습니다. 2022년과 2023년 보수 총액은 각각 24억300만원(6명), 12억6500만원(5명)이었습니다. SK증권은 지난해 총 20억8100만원의 보수를 11명(등기이사5명·사외이사3명·감사위원3명)에게 지급했습니다. 등기이사는 1인당 3억5700만원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은 각각 4600만원, 5200만원을 지급 받았습니다.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30억5300만원(8명), 37억6800만원(9명)을 지급했습니다. SK증권은 이같은 상황을 의식하는 듯 올해 보수 한도를 작년에 비해 10% 낮춘 63억원으로 내려잡았습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작년과 동일한 30억으로 정했습니다.
 
국민연금도 최근 일부 증권사 및 금융사에 이 같은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면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 의결권 행사 내역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키움증권(70억)과, 한국금융지주(50억)의 해당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했습니다. 보수 한도 수준이 보수 금액에 비추어 과다하거나, 보수 한도 수준 및 보수 금액이 경 영성과 등에 비추어 과다한 경우에 해당해 반대했다는 설명입니다. 반대로 △KB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 NH투자증권 △삼성증권에 대해서는 찬성표를 보냈습니다. 
 
업계에서는 주주들이 실적 및 배당 및 회사의 전략에 대한 불만이 이 같은 찬반으로 표출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100%가 나오는 것이 더 이상하다"며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곳일수록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 금액을 하향 조정한 SK증권 관계자는 "실적에 대한 반발의 뜻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사 보수 한도는 이사들에게 줄 보수의 최고 한도를 정하는 것으로, 조금 여유 있게 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주주들이 단순 '액수'만 보고 그만큼을 주주에게 보수로 지급하겠다는 뜻으로 오해할 소지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배주주가 지분율이 높은 경우 등 구조적으로 찬성이 나오기 쉬운 구조를 가진 회사가 많다"면서 "반대표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언젠가는 이 비율이 더 늘어나면 부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회사는 주총에서 이사 보수에 대한 반대 여론을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보라·김주하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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