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실적이 악화된 중소형 증권사들이 최고경영자(CEO) 연임을 결정하며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내부는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기업 가치는 물론, 임직원들의 사기까지 저하된 가운데 리더 교체 없이 이전과 동일한 체제가 이어져 회사 전체가 정체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왼쪽부터)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 김원규 LS증권 대표, 전우종·정준호 SK증권 대표, 황준호 다올투자증권 대표. (사진=각사)
이들은 지난해 실적이 감소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해 60개 증권사의 영업이익은 21조4440억원, 순이익은 6조987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1%, 23.0%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중소형 증권사들은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털어내지 못한 채 대규모 충당금을 떠안고 있는 상태입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영업이익이 3년 연속 내리막입니다. 2021년까지만 해도 영업이익이 2000억원대였으나 2024년에는 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LS증권의 경우 2021년 2200억원대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여기에 김원규 LS증권 대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및 배임 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연임이 불가능할 것이란 내부 직원들의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SK증권은 지난해 1078억원의 순손실로 적자전환했습니다. 다올투자증권은 2년 연속 적자입니다. 특히 PF 부실로 경영위기에 직면했던 다올투자증권은 당초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를 신임 CEO로 내정했으나, 교체 계획이 막판 무산되며 황준호 대표 연임으로 선회했습니다. 기존 경영진이 유지되면서 쇄신에 대한 기대감도 꺾였습니다.
이석기 대표가 이끄는
교보증권(030610)도 최근 금융당국 제재 대상에 올랐는데요. 랩어카운트·신탁 상품 운용 과정에서 불법적인 자전거래 정황이 드러나면서 금융위에게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고 이 대표 역시 '주의적 경고'를 받은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 그의 연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실적 악화로 기업 가치와 내부 사기도 함께 하락한 모습입니다. 그 책임을 물어 이번엔 CEO를 교체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무산된 것입니다. 한화·LS·SK·다올투자증권은 CEO 연임 배경으로 대부분 '경영 안정성'을 내세웠으나, 내부에서는 "이번에도 똑같다"라는 반응일 정도로 실망감이 역력합니다.
복수의 중소형 증권사 직원들은 "대표가 바뀌면 분위기라도 환기되는데, 그마저 없다 보니 긴장감도 떨어지고 조직 전체가 리프레시 되는 계기가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리더를 바꾼다고 해도 지금 이 상황에서 들어올 사람이 없을 것"이라면서 "회사 상황이 어려운데 누가 구원투수로 나서겠냐라는 말도 많다"며 체념에 가까운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CEO 연임으로 인한 직원들의 실망감에 수긍하면서도 연임 여부 자체보다 이후의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선중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미 연임이 확정된 상황에선 내부 직원이나 주주들이 다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성과와 변화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결국 새로운 리더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적자 상태에서의 연임은 내부 반발을 키울 수 있어, 이후 어떤 실행력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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