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전 시대…“방사청 유인체계 사업 재검토해야”
무기 전력화까지 최소 5년 이상
미국 DIU, 민간 기업들과 협력
“민간 기업이 참여할 통로 필요”
2025-03-31 15:07:44 2025-03-31 18:49:55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무인 무기체계가 본격 도입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각국의 무인 무기체계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인체계 무기 개발에 방점이 찍힌 현 방위사업청 사업들을 최소 유·무인복합체계 개발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첨단전력 확보에 속도를 내려면 미국 국방혁신단(DIU)처럼 민간 기업들도 방산 AI 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LIG넥스원의 무인수상정 '해검'. (사진=LIG넥스원).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 무기체계가 개념 연구를 시작으로 군에 도입되기까지는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립니다. 이에 신규 무기 개발 시 도입 시점을 염두에 두고 소요를 반영하는데, 현재 유인체계 사업들이 전력화를 이룰 시점에는 무인 무기체계가 본격 등장할 것으로 보여 유인체계 사업들이 시장에서 큰 수요를 얻기 힘들 전망입니다.
 
이에 현재 진행되는 사업들을 재검토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을 통해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방위사업의 경우 지금 무인 무기체계를 만들지 않으면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며 “성능개량·무기개발 사업에 조 단위에 가까운 금액이 들어가는 만큼 무기체계 개발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꿀 때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무인 무기체계는 전쟁의 승패를 가를 핵심 요인으로 떠올랐습니다. 세계 방산업체가 무인 무기체계 도입을 위해 속도를 올리는 이유입니다. 주요국들은 민간 기업과 협력해 첨단전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2015년부터 DIU를 설치해 민간 기업 신기술을 군에 빠르게 접목해 왔습니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DIU는 2018년 미 국방부 내 공식조직으로 자리 잡고 팔란티어, 안두릴 등 민간 업체들과 기술 협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도 지난해 3월 ‘국방혁신 4.0’을 공개하고 첨단전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AI 데이터솔루션 기업 젠젠에이아이의 지분 10%를 매입했고, 방산 스타트업 퀀텀에어로와 AI파일럿 프로그램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방AI가 주요국보다 뒤처진 만큼 정책을 더욱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무인 무기체계 사업 추진과 함께 제도·인력·조직 등 전반의 체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특히 국방 데이터의 접근성을 높이고, 민간 기업들의 참여가 수월해지도록 DIU와 같은 모델을 한국에도 적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도 무인 무기체계 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자체적으로는 한계가 있어 민간 기업도 시장에 뛰어들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는 겁니다.
 
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민간 기업의 AI 기술을 무기체계에 적용해 보는 시범사업 등 민간 첨단 기술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도 “당장 지금의 수준이 아니라 미래전을 대비한 요소들을 우리가 더 많이 고민하고, 반영해야 할 시점”이라며 “무기개발사업이 전력화해서 군에 도입되는 시점이 최소 5년 이상인 만큼 미래전을 내다보고 소요를 반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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