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이명신 인턴기자] 한화오션이 함정 수출을 위해 라이벌인 HD현대중공업과 손을 맞잡고 글로벌 방산·조선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1600조원 규모의 미국 함정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원팀’을 꾸린 겁니다. 아울러 김동관 한화 부회장을 필두로 중동과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경영 드라이브를 이어가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립니다.
지난해 10월24일 김동관 부회장(오른쪽)과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 스티븐 쾰러 제독(가운데)이 거제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월리 쉬라’함 정비 현장을 둘러봤다. (사진=한화오션).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방위사업청의 중재에 따라 함정 수출사업 ‘원팀’ 구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MOU는 함정 수출사업 참여 시 정부와 함정업계가 한 팀을 구성하고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진행됐습니다. 한화오션은 수중함 수출사업을,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 수출사업을 주관하고 상대 기업을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이번 협력으로 해외 함정 수주에서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102척의 수상함, 한화오션은 23척의 잠수함 수주실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두 업체 모두 각 분야에서 가장 많은 실적입니다.
특히 미국 의회에서 해군 함정 건조를 동맹국에 맡길 수 있게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돼 두 회사가 원팀으로 수주전에 참여하면 유리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경쟁사와도 협업을 이뤄낸 한화오션은, 외국인 이사를 1명에서 2명으로 늘려 미국 조선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입니다. 먼저 다음달 2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사내이사 후보로 필립 레비 현 해양사업부장을 발탁합니다. 현재 3명의 사내이사 중 임기가 아직 1년 남은 류두형 경영기획실장(사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레비 부장이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레비 부장은 해양 엔지니어링 전문가로 지난해 4월 한화오션에 합류했습니다. 현재 미국 텍사스에서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 등 한화오션의 해양 사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미국 선박 표준·안전성 검증 기관인 미국 ABS선급으로부터 서아프리카 심해 배치에 최적화된 표준 FPSO 사전 기본설계에 대한 개념승인을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사외이사인 조지 P 부시 마이클베스트&프리드리히 로펌 파트너 재선임 안건도 주총에 상정됐습니다. 파트너 부시는 조지 H. W. 부시 미 41대 대통령의 손자이자 조지 W. 부시 미 43대 대통령의 조카입니다. 한화그룹이 2023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으로 새롭게 출범할 당시 영입했습니다.
이는 한화오션이 미 해군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진출하면서 해외 네트워크 기반이 탄탄한 외국인 이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으로 풀이됩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한국 조선사 중 최초로 미 해군 MRO 사업 2건을 따냈습니다. 그룹 계열사인 한화시스템과 함께 인수한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는 신규 채용을 늘리며 선박 건조를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김 부회장도 현장 경영에 나서면서 글로벌 방산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김 부회장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글로벌 방산 전시회 ‘IDEX 2025’ 현장에서 직접 방산 세일즈에 나섰습니다. 해외에서 처음 공개된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L-SAM)와 K9 자주포의 중동 진출 확대, UGV 기술 협력 등을 논의하며 방산 외교를 펼쳤습니다.
특히 UAE 국영 방산기업 EDGE그룹의 파이살 알 반나이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에서 무인 방공 시스템 구축을 제안하고, 우주항공·위성·조선해양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습니다.
배덕훈 기자·이명신 인턴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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