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M&A 르네상스)③치열해진 인수금융 시장…이젠 종합금융력이 답
3월 주총 시즌, 구조 개편 바람 불어
M&A 열풍 속 금융권의 새로운 도전
패키지 딜, 인수금융 게임체인저 되나
2025-03-31 06:00:00 2025-03-3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7일 15:1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자본시장은 어두운 전망 속에서도 기업 간의 활발한 거래가 예고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각 기업이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선 인수·합병(M&A)이 투자은행(IB) 업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IB토마토>는 변화하는 경영 환경을 분석하고, 주요 거래 주체들의 전략을 분석해 M&A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M&A는 기업의 사업 구조 개편이 바탕에 깔려있다. 3월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사업 구조 개편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사업 구조 개편을 위한 M&A가 한국 경제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이는 금융권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M&A 증가로 인수금융 시장이 확대되면서 금융사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딜 주관 과정에서의 리스크 관리 역시 중요한 도전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3월 주총 시즌, 화두는 ‘구조 개편’
 
2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경기도 성남시 성남상공회의소에서 제48회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일 총 3조60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에 주주총회에서는 소액주주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가 25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액주주들의 반대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외 경쟁사들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실제로 조달 자금 중 2조2000억원은 국내외 시설 구축에, 6000억원은 해외 합작법인(JV), 8000억원은 해외 조선소 지분 투자에 투입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외에도 3월 주총에서 주요 기업들은 사업 구조 개편을 핵심 의제로 다뤘다. 특히 중국 등 해외 업체와 경쟁이 치열한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계획이 발표됐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재 강점을 살리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고부가 제품 전환과 관련 M&A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24일 한국경제인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석유화학산업 위기 극복 긴급 과제’ 보고서에 M&A 과정 중 발생하는 양도소득세의 과세 이연 기간 확대 등 지원책을 담았다.

 

M&A 시장 확대에 수익성 확보·리스크 관리 '직면'
 
기업의 사업 구조 개편에 따른 M&A 시장 확대는 금융권에 새로운 도전을 제시한다. 인수금융 시장에서 금융사들이 직면한 과제는 수익성 확보와 리스크 관리다.
 
지난해부터 인수금융이 금융권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주목받으며, 시장을 둘러싼 금융사 간 경쟁이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안정성이 확보된 대기업 M&A 인수금융의 경우, 국내 대형 은행들이 압도적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수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아워홈 인수금융 단독 주관을 맡았다. 우리은행은 4.6~4.7% 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대금은 7500억원으로 한화호텔앤리조트가 자체 자금으로 2500억원, IMM크레딧앤솔루션이 2500억원, 우리은행은 나머지 2500억원을 출자한다.
 
(사진=한화호텔앤리조트)
 

금융투자업계는 우리은행의 금리를 파격적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고금리가 시작되던 2022년엔 인수금융 금리가 10%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진행된 인수금융 금리의 경우 5%때까지 하락했다. 이는 조달 금리 하락뿐 아니라 딜 주관을 둘러싼 금융사 간 경쟁 심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인수금융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은 증권업계는 고민에 빠졌다. 인수금융 후 대출금리를 셀다운(인수 후 재매각)으로 차익을 실현해야 하지만, 셀다운에 실패하면 인수 물량을 떠안아야 한다. 그러나 인수금융 조달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은 상황에서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인수금융 사업 자체 리스크도 커졌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12일 메리츠증권을 대표로 한 홈플러스 채권자협의회를 구성했다. 앞서 메리츠금융그룹은 2024년 MBK파트너스에 1조2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제공했으나, 홈플러스가 지난 4일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사업이 난항에 부딪혔다.
 
당시 메리츠금융그룹은 8% 이자율을 제시하며, 2027년 5월까지 홈플러스 합정점 등 62개 점포를 부동산담보신탁으로 설정하고 1순위 우선 수익권자로 대비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상업용 부동산 매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에 리스크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종합 금융서비스 발굴, M&A 성패 가를 것"
 
현재 인수금융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NH투자증권(005940)이다.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에서 MBK파트너스의 인수금융을 제공한 것도 NH투자증권이다.
 
NH투자증권이 시장 확대에 성공한 비결은 윤병호 대표가 IB1부문 대표 시절부터 추진한 ‘패키지 딜’ 솔루션이다. 패키지 딜은 자문 서비스부터 채권·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인수금융 지원까지 아우르는 종합 금융서비스다. 이는 금융사가 딜 전 과정을 주관하며 초기부터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NH투자증권은 2023년 MBK파트너스의 오스템임플란트 인수에서 패키지 딜을 처음 적용했다. 당시 NH투자증권은 MBK파트너스의 자문 업무를 시작으로 인수금융에 이어 공개매수와 상장폐지에 이르는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 이후 쌍용C&E, 락앤락, 커넥트웨이브, 한솔로지스틱스 등에서도 이를 활용했다.
 
전문가들은 M&A 시장 확대에서 자금 조달과 리스크 관리를 포괄하는 금융서비스 발굴이 시장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본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생애주기에 맞춘 종합 자문·인수금융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며 “시장 성장과 함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자문·인수금융 역량이 시장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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