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홈플러스, 위기 속 매장 북적…고객·직원·협력사는 '불안'
혼란 감도는 매장 분위기…상품권 사용 중단·폐점 '우려'
2025-03-14 16:57:36 2025-03-14 16:57:36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카드사들이 홈플러스 상품권 구매와 충전에 대한 결제 승인을 중단했다고 해, 불안감에 상품권 사용이 막히기 전 전부 사용하려 매장에 방문했습니다"
 
17일 오전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강동점 내 매장은 다소 복잡한 분위기였습니다. 액면만 살펴보면 매장은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최근 부정적 이슈로 고객·직원·협력사의 불안한 심리가 역력했던 탓입니다.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자금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한 것이 결정적이었는데요.
 
홈플러스 강동점에 방문한 고객들이 매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지유 기자)
 
홈플러스의 유동성 확보에 대한 우려가 연일 커지고 있는 가운데, 매장 내에선 대규모 할인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곳곳에는 '1+1' 배너가 붙어있었는데 매대 한 켠에는 'CJ 해바라기유' 제품도 1+1, '오뚜기 2/1 하프케찹 280G' 제품도 1+1, 식품 코너에선 파인애플과 같은 과일류도 1+1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여기에 딸기와 같은 제품의 경우 최대 50% 할인 행사도 진행되고 있어, 안내판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고 물건을 둘러보는 고객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장을 보다가도 이내 불안한 심리를 내비치는 고객들도 있었습니다. 50대 주부 A 씨는 "이달 초부터 주부들 사이에서 '홈플러스 상품권이 곧 막힌다', '회생 진행 중에 있는데 CJ푸드빌, 신라면세점 등에서 사용이 중단됐다' 등 불안한 소식들이 들리기 시작했다"며 "남아있는 상품권이라도 막히기 전에 다 사용하려 오늘 마음먹고 장 보러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홈플러스 강동점 매대 모습. 일부 우려와 달리 상품들이 빼곡히 차 있다. (사진=이지유 기자)
 
또 다른 소비자 B 씨는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는데요. "개인적으로 홈플러스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좋아하고 할인행사를 많이 진행해 자주 찾았는데 이번 회생 사태를 보고 동네마트가 이대로 사라지는 건 아닌가 걱정된다"면서 "뉴스 보고 진열대에 상품 재고도 없나 싶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재고에는 문제가 없어보여 행사 제품 위주로 구매했다"고 밝혔습니다. 
 
눈에 띄는 건 매장 곳곳 직원들의 분주한 움직임이었습니다.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직원들은 바쁘게 재고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다만 진행되고 있는 회생 절차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는데요. 직원 C 씨는 "사실 여기있는 직원들은 매장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위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 수가 없다"면서 "다만 요며칠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 하다 보니 구조조정에 따른 폐점을 얘기하는 직원들이 간간히 생기긴 했다"고 말했습니다.  
 
홈플러스 강동점 내 'MISSHA' 매장 전경. 세일 프로모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지유 기자)
 
침체된 분위기는 입점돼 있는 화장품 매장에도 퍼져 있었습니다. 홈플러스 강동점 내부에 있는 'MISSHA' 화장품 매대에도 세일이라는 배너가 곳곳에 붙어 있었습니다. 매장 직원도 갑작스런 세일 행사에 놀란 눈치였는데요. 직원은 "저는 사실 여기 점장이 아니라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어제부터 갑작스럽게 홈플러스에서 세일 행사가 크게 들어가니, 저희 매장도 덩달아 세일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홈플러스 잠실점 매대 모습. 일부 우려와 달리 상품들이 빼곡히 차 있다. (사진=이지유 기자)
 
홈플러스 상품권을 소진하기 위해 매장을 찾는 분위기는 또 다른 점포인 잠실점에서도 이어졌는데요. 김 코너에서 1+1 들기름 김 제품을 구매하고 있던 한 소비자는 "오늘 어떻게든 남아있는 상품권을 모두 사용하려고 한다"면서 "비록 지금은 매장에서도 상품권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티메프 사태처럼 갑자기 사용이 중단되면 소비자만 결국 손해가 아니겠느냐"고 걱정했습니다. 
 
실제로 매장 내 직원들은 상품권 사용이 전혀 문제 없다고 전했는데요. 그러면서도 이번 대규모 할인 행사와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영업활동을 통해 대금 지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세일을 하는게 아니겠느냐"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홈플러스는 기업 회생절차 개시로 금융채무 상환은 유예됐으나, 금융권을 통한 자금조달이 막혀 현금 창출이 절실한 상황인데요. 이 때문에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연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사측은 현금 확보를 위해 행사를 연장한 건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점포 내 입점브랜드사와 제품을 납품하는 기업의 불안감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러한 위기론에 홈플러스는 14일 회생절차 개시에 따라 상거래 채권을 전액 변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모든 채권을 일시에 지급하기는 어려운 만큼, 이해 관계자들의 당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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