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왕좌 싸움)③"믿을 건 가성비"…초저가 PB 경쟁 치열
고물가 기조에 가성비 제품 선호 트렌드 확산
저렴한 초저가 PB 상품 강화 경쟁 돌입
PB 시장 다변화에 따른 전략도 필요
2025-03-14 10:53:56 2025-03-14 14:45:33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편의점 4사(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가 모두 자체 브랜드(PB)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고물가 기조가 오랜 기간 유지되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초저가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대폭 증가한 탓인데요. 다만 업체들 간 PB 상품의 뚜렷한 차별점을 찾기 어렵고, PB 특성상 마진이 낮아 중장기적 측면에서 가맹점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은 약점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1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닐슨아이큐(NIQ)의 '유통업체 PB 상품 매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1년간 국내 PB 상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1.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재 시장이 1.9% 상승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해 무려 6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오프라인 채널에서 PB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편의점으로 19.3%였고, 대형마트(10.3%), 기업형 슈퍼마켓(5.7%) 순으로 나타났는데요.
 
이처럼 PB 시장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편의점 업계도 전반적으로 PB 상품 콘텐츠를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CU는 지난 2021년 업계 최초로 초저가 PB '득템 시리즈'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 득템 시리즈는 라면, 계란, 티슈, 즉석밥 등 다양한 상품군을 다루고 있는데요. 대형마트 및 이커머스 상품 대비 가격이 최대 절반가량 저렴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입니다. 특히 최근 수년간 고물가 흐름이 지속되면서 득템 시리즈는 지난해 12월 기준 누적 판매량이 5000만개를 돌파했습니다. CU는 우수 제조 기술을 가진 중소 협력사들과 협업해 득템 시리즈의 경쟁력을 더욱 높인다는 방침입니다.
 
GS25는 'Cafe25아메리카노'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가성비를 높인 PB 브랜드인 '유어스(Youus)' 콘텐츠를 강화하는 추세인데요. 세부적으로 '유어스 지리산맑은샘물', '유어스 아이스컵', '유어스 야쿠르트 그랜드' 등을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선 상황입니다.
 
세븐일레븐은 PB 브랜드 '세븐셀렉트'의 카테고리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선식품, 디저트, 아이스크림, 라면 등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많이 찾는 품목들의 라인업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아울러 여러 분야의 유명 셰프들과 협업해 PB 신제품을 속속 내놨는데요. 대표적으로 지난해 1월 서울 마포구 연남동 맛집 '푸하하크림빵'의 임훈 셰프와 손잡고 '세븐셀렉트 푸하하크림빵' 4종을 출시했습니다. 푸하하크림빵은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250만개를 돌파했습니다. 또 작년 3월에는 스타 셰프 정호영과 함께 마포구 연희동 맛집 '카덴'의 대표 메뉴인 우동을 '카덴카키아게우동'과 '카덴유부우동' 2종으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마트24 역시 PB 브랜드인 '상상의끝'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는데요. 특히 올해 초 상상의끝 1탄으로 선보인 '1900김밥'은 1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힘입어, 출시 이후 50일 만에 40만개가 팔리며 김밥 카테고리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마트24는 지난달 초에는 '900삼각김밥'과 '2900짜장면'을 각각 출시했는데요. 900삼각김밥 역시 삼각김밥 중 판매 1위에 올랐습니다.
 
차별화 어렵고, 마진 낮은 점은 부담 요소
 
이처럼 편의점 업계의 PB 상품 개발 가속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고물가 기조 장기화 및 유통 시장 양극화가 진행되고, 애매한 가격대 및 품질의 제품보다는 확실히 저렴한 상품을 찾는 소비 트렌드가 점차 확산하는 까닭인데요.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PB 등 초저가 상품이 큰 인기를 얻는 추세"라며 "업체들 입장에서는 낮은 가격을 통해 집객을 유도하고 충성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또 초저가 상품 유통과 함께 일반 제품의 동반 판매도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PB 상품 판매와 관련해 유의점도 적지 않습니다. 한 오프라인 유통 관계자는 "편의점 업계 PB 상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차별화된 요소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PB 상품의 핵심은 콘텐츠보다는 결국은 싼 가격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가격보다 콘텐츠를 우위에 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게다가 업체 간 독특한 컬래버레이션, 협업 체계 구성 등 마케팅 기법 자체가 상호 비슷해지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 산업의 가격 구조가 양극화되고 있는 점이 중요하다"라며 "편의점 업체들 입장에서는 초고가 프리미엄 시장을 위해 프리미엄 PB를 개발하고, 저가 시장을 위한 초저가 상품을 개발하는 이중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유통 소비 트렌드 및 경기침체를 감안하면 업계가 초저가를 내세운 마케팅에 나서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너도나도 저가 PB에만 매몰되면 이익률을 확보하기 어려워 편의점 본사뿐만 아니라 가맹점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보완책도 필요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의 즉석식품 매대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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