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이 문명과 라오인 이야기)②그들 조상은 ‘남만’이었다
‘남만’, 한족 문명과의 충돌…“따이 조상들, 장강 따라 남하”
‘개구리와 나가’, 따이인 신앙…“비와 다산, 문화에 스며들다”
2025-03-17 06:00:00 2025-03-21 15:10:31
동남아시아인도차이나 반도일반적으로 태국과 베트남을 떠올리게 합니다온화한 기후 탓에 전 세계 최고의 휴양 국가이자 관광 국가로 알려진 곳입니다하지만 이들과 맞닿아 있는 인도차이나 반도 유일의 내륙 국가 라오스’. 낯선 만큼 모든 것이 어색하지만 그 속살을 살펴보면 의외로 우리와 많은 부분이 통할 수 있을 것 같은 친숙한 곳이기도 합니다뉴스토마토 K-정책연구소의 글로벌 프로젝트 은사마가 주목하는 해외 거점 국가 라오스의 모든 것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중국에서 ‘남만’이란 개념이 생겼을 때, 한족의 선민(先民)들인 화하(華夏)족의 강은 황하였다. 화하족에게 장강(양자강) 유역은 남쪽 이방인 초(楚), 오(吳), 월(越)의 부락민이 살던 비문명 지역이었다. 
 
초는 장강 중류에서 주나라와 비슷한 시기 형성된 춘추전국시대 강국이었다. 강은 문명을 깨어나게 하고, 나르는 고속도로이기도 하다. 기원전 6세기 무렵 따이 부락이 초에서 담은 문명을 싣고 장강을 타고 내려가 절강성에서 월을 건국했다. 오(吳)의 고(古)인골도 끄라-따이(Kra-Tai)어를 쓰던 인구란 것이 2022년 유전체 분석을 통해 밝혀졌다. 
 
자신들을 문명인으로 믿은 화하족은 타이인과 라오인 조상들과 접촉했을 때, 무엇 때문에 그들이 야만적이란 인상을 받았을까. 따이인들은 화하족에 비해 무엇보다 키가 많이 작았다.
 
월드데이터 2022년 통계를 보면 라오인 18세~25세까지 남자 평균 키가 162cm, 같은 나이 여성 평균 키는 153cm으로, 통계를 낸 125개국 중 밑에서 두 번째였다. 태국인 평균 키는 남자 171cm, 여자 159cm. 같은 따이인들이지만 라오스와 태국인 키가 남자 9cm, 여자 6cm나 차이 난다. 이런 차이는 타이인들에게 혼혈이 더 많이 진행됐고, 영양분 공급도 월등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추측한다. 같은 나이의 중국인 평균 키는 한국인과 같은 남자 175cm, 여자 163cm이다. 2000여년 전 화하족과 따이인은 양측 모두 지금보다 훨씬 키가 작았겠지만 지금 느끼는 신장 차이와 비슷한 위화감이 들지 않았겠는가.
  
타이인과 라오인 조상들은 뱀과 개구리 같은 파충류를 토속신앙 상징으로 삼았다. 뱀이 신비한 힘으로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 믿고 수도와 마을 높은 곳에 뱀을 높이 모셔뒀을 것이다. 전신에 문신도 하고 있었다. 화하족은 신체 변형이나 훼손을 금기로 여긴다. 문신을 했다면 자발적인 게 아닌 강제였고, 범죄자와 노예에 대한 인식표였다. 
 
라오족 자매. 복장은 크무족. 크무족의 창조설화는 물소의 코에서 인간이 나왔다고 한다. 사진=정우택 작가
 
라오스에 미인이 많다?
 
따이인 중 미인이 많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치앙마이 출신이 세계미인대회에서 최고상을 몇 번이나 받았단 근거를 댄다. 라오인과 치앙마이 사람은 역사적으로 한 나라가 될 기회도 있었으니까 라오스나 치앙마이나 ‘거기가 거기 아니냐’ 견강부회를 해봄 직하고, 고대국가 월이 따이인이란 게 밝혀진 계제에 물고기도 얼굴을 보면 헤엄치는 것조차 잊게 된단 서시(西施)도 ‘라오인 조상쯤 아니냐’ 흰소리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라오인 용모에서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은 신체 비율이다. 라오인 체형은 집단유전학의 두 가지 법칙, 베르그만의 법칙과 알렌의 법칙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베르그만의 법칙은 더운 남방계 항온동물은 작고, 추운 북방으로 갈수록 몸이 커진다는 설이다. 호랑이나 곰을 보면 그렇다. 알렌의 법칙은 추운 지방에 살면 열을 체내에 유지하기 위해 몸 말단 길이가 짧아지며 저위도에 살수록 열 배출을 원활히 하기 위해 몸의 말단 길이가 길어진단 법칙이다. 라오 여성은 베르그만의 법칙에 따라 키가 작은 반면에 알렌의 법칙에 따라 키에 비해 손발이 길어 균형미가 있고, 몸의 볼륨감도 도드라진다. 전통 치마 탓에 긴 다리를 노출한 채 오토바이를 타는 여성이 라오스에는 많다. 
 
현대 라오 여성은 긴 생머리를 하고, 전통 치마를 걸친다. 라오인 치마를 ‘씬’이라 한다. 씬은 한 폭으로 된 천을 휘감아 만든 치마로 라오식 랩치마라 하면 될 것 같다. 한국인에게 한복은 이미 일상복일 수 없지만, 라오 여성에게 씬은 일상복이다. 학생, 공무원, 사무원, 누구나 일상적으로 입고 있다. 라오스 관광서에 가면서 여성이 씬을 입고 가지 않으면 출입을 거절당할 정도이다. 
 
라오스는 젊다. 2025년 현재 라오인은 평균 25세 정도로 추산된다. 라오스 여성의 전형적 몽타쥬를 그려달라면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25세 나이. 키 153cm, 팔다리가 날씬하고 길며 긴 생머리에 몸매가 도드라지는 랩치마를 입고 있는 여성.
 
'나가'. 라오스와 태국의 절과 궁에는 뱀신이 수호신 역할을 한다. 사진은 라오스 절에 있는 '나가'상. 사진=우희철 작가
 
남만 시절부터 이어온 따이의 문화 
 
문신, 선조들처럼 관대하다. 절의 승려들도 등에 문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문신의 내용은 불경의 글귀로, 장르로 보면 레터링이 대부분이다. 문신에 남녀 차별은 없다. 
 
개구리에 대한 토속신앙도 특징적이다. 라오인은 일식은 개구리가 태양을 먹은 것으로 설명하고, 월식은 개구리가 달을 먹어 생기는 현상이라 한다. 관광객들이 라오스 수도 위양짠(Vientiane)에서 들리는 ‘부다 파크’에 들어서면 첫 번째로 만나는 조각상이 거대한 호박 모양 우주상이다. 우주의 입이 일식과 월식을 만드는 개구리의 입 모양이다. 라오스의 여러 박물관에 가면 구리로 만든 고대의 북이 있다. 이 동고가 나오는 지역을 동고문화권이라고 한다. 이 동고 위에 올라 앉아 있는 부조도 작은 개구리상이다. 
 
개구리를 신격화한 것은 비를 바라는 마음과 다산의 상징으로 이해하면 된다. 개구리가 울면 비가 오는 게 아니라 비가 와서 개구리가 우는 것이겠지만, 벼농사꾼인 따이인에게 개구리 소리는 모내기를 알리는 음악처럼 들렸을 것이다. 
 
이외에 뱀에 대한 토속신앙도 있다. 뱀을 지킴이로 삼는 문화가 남아 있고, 그 뱀의 원산지가 중국 남방산이 아닌 인도산이다. 수호신인 것은 다를 바가 없다. 라오인들이 인도차이나에 들어와 상좌부 불교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중국 복건성 큰 뱀이 아닌 인도 신화 속 신성한 뱀 ‘나가’로 대체가 됐다. 상좌부 불교의 부처상은 요일에 따라 달라진다. 토요일의 불상은 나가가 선정에 든 부처를 지키는 불상이다. 부처를 지키는 나가는 7개의 코브라 모양 머리를 치켜들고 있고, 몸으로는 똬리를 만들어 부처가 가부좌를 틀 수 있게 해준다. 라오인과 태국 동북부 이싼인들에게 나가는 그들의 젖줄인 메콩강에 사는 존재이다. 
 
라오스=프리랜서 작가 제국몽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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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따이족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 중 일인입니다. 라오스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게되는군요 감사히 읽고있습니다.

2025-03-17 11:33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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